brunch

매거진 기록하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태희 Oct 29. 2016

시즌제 성공의 비결

안호상 국립극장장 예술경영 특강 <시즌을 말하다>

국립극장을 진두지휘하는 안호상 극장장이 직접 무대에 섰다. 일반 관객부터 예술경영 종사자까지, 현시대의 공연예술을 목도하고 있는 이들과 대화하기 위해서다. 2016년 9월 8일, KB청소년하늘극장


안호상 국립극장장 ⓒ전강인/국립극장


다섯 번째 시즌의 시작을 앞둔 국립극장이 특별한 시간을 마련했다. 안호상 국립극장장으로부터 직접, 생생하게 듣는 예술경영 특강을 연 것. 국립극장 홈페이지를 통해 접수를 시작하자마자 폭발적인 관심이 쏟아지더니 당초 예정했던 행사 장소를 별오름극장에서 KB청소년하늘극장으로 옮겼고, 신청 마감일을 일주일이나 앞두고 접수를 조기 마감해야 했다. 공연만큼이나 특강을 향한 열기가 대단했다.


객석에는 예술경영 전공자·공연예술계 종사자·일반 관객 등 다양한 계층의 관객 200여 명이 자리했다. 강연을 기다리며 티켓과 함께 배부한 공연 홍보물과 월간 「미르」를 살펴보거나, 특강의 내용을 메모하기 위해 노트와 필기구를 꺼내 드는 모습도 보였다. 사회를 맡은 이재훈 뉴시스 문화부 기자의 소개로 무대에 등장한 안호상 극장장은 “많은 분들 앞에서 강연하기에 간이 크지 못해서 사실 많이 걱정했다”라며 첫 소회를 밝혔다. 국립극장의 역사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한 뒤, 본격적인 대담이 이어졌다.


2012년 1월 국립극장장으로 취임해 올해로 5년째 극장을 경영하고 있는 안호상 극장장에게 ‘시즌제’란 어떤 의미일까? 예술의전당 재직 당시 시즌제를 도입했지만 2년 만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는 그는, 국립극장에서 네 번의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다섯 번째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시즌제 성공의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서 외부 제작이 아닌 극장 제작 콘텐츠가 중심이 되어야 하고, 시즌 프로그래밍은 하나의 기조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데 방점을 찍었다. 이야기의 주제가 바뀔 때마다 관객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거나 재빠

르게 멘트를 적는 모습이었다.


이날 특강은 1부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 2부 ‘극장 경영’, 3부 ‘질의응답’의 순서로 진행됐다. 1부가 종료된 후에는 2016-2017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 공식 개막작인 국립창극단 <오르페오전>의 주역을 맡은 유태평양이 무대에 올랐다. 그가 이번 무대에 준비한 곡은 요즘 연습이 한창이라는 <오르페오전> 중 올페의 격정의 아리아. 짧은 순간 감정에 몰입하며 폭발적인 소리로 객석을 단숨에 장악했고,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갈채로 화답했다. 무대를 마친 뒤 유태평양은 스스로 국립창극단의 가장 막내 단원이라 소개하며, “극장장님이 자주 연습실에 들러 창극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 입단한 뒤 매일같이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리곤 이번 <오르페오전>에 대해 “굉장히 좋은 작품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제가 하늘을 나는 장면도 있으니 보러 와 주시고, 창극의 새로운 시도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란다”라며 객석의 웃음을 유발했다.


시연을 마친 뒤, 전속단체와 관련한 이야기로 2부를 열었다. 앞선 토크가 극장의 성공 사례에 대한 내용이 다수였다면, 2부에선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공석 등 실제 극장을 경영하면서 발생하는 여러 상황까지도 거리낌 없이 공개했다. 마지막 3부는 관객과의 질의응답 시간으로 꾸려졌다. 뜨거운 관심을 대변하기라도 하듯 질문을 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다. 


예술경영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시즌제를 다른 극장에서도 운영하기 위한 방안이 있는지, 국립극장의 하드웨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공연을 만드는 과정에서 예술가를 어떤 방법으로 설득하는지, 예술성과 수익성이 충돌할 때 어떻게 해결하는지 등등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그중에는 ‘국내에 아트센터·홀 같은 공연장이 무척 많은데 ‘극장’은 별로 없는 것 같다’는 의견과 이에 관한 안호상 극장장의 생각을 묻는 질의도 있었다. 이에 대해 안 극장장은 2014년 완공된 달오름극장 리노베이션과 2017년부터 시작될 해오름극장 리모델링, 그리고 코번트 가든 로열 오페라 하우스와 바비컨 센터 등 해외 극장의 사례를 언급하며 극장을 설계하기 전부터 마스터플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호상 극장장은 특강 말미에 수준 높은 작품을 만들고 공연의 티켓을 매진시키기 위해선 ‘예술성의 회복’이 가장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술가를 존중하는 가운데 변화를 만드는 것, 그것이 예술경영자가 주도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그리고 해외 여러 극장을 다녀봤지만 이곳 한국의 관객이 세계에서 가장 뜨겁다고 언급하며, 한국적 콘텐츠가 세계의 콘텐츠가 되는 것도 머지않은 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으로는 ‘한국적 예술경영’은 여전히 숙제처럼 남아있기에 현장의 예술경영자와 함께 탐구해나가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글 김태희 국립극장 홍보팀에서 「미르」 발간을 맡고 있다. 제12회 SPAF 젊은비평가상 무용분야 가작을 수상했다.


* 국립극장 「미르」 2016년 10월호 게재

매거진의 이전글 익숙하고 새로워지기 위하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