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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희 Dec 03. 2016

남산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

국립극장 제야음악회

올해의 마지막 날은 어떻게 보내실 계획인가요? 보다 특별한 밤을 꿈꾸는 당신에게 국립극장이 준비한 공연을 소개합니다.


어쩐지 기분이 뒤숭숭하고 자꾸만 나이를 다시 세 보게 되는 걸 보니 연말인가 봅니다. 날씨가 추워지고 더 이상 넘길 달력이 남지 않게 되면 왠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쓸쓸해지는 건 한 해의 마지막을 맞이하는 모두가 그렇겠지요. 사실 매일과 다르지 않은 하루이건만, 우리는 12월 31일을 어떻게 하면 가장 특별하게 보낼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다사다난했던 일 년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일 년을 맞이하는 날이니까요.


어느 해는 식구들과 따뜻한 집안에 둘러앉아 TV에서 연신 방송하는 각종 시상식을 돌려보며 마지막 날을 보냈습니다. 시끌벅적한 브라운관과 대조적으로 무척 잔잔한 분위기였죠. 부모님과 주고받는 술잔에 내년에 이루고 싶은 소망을 나눴습니다. 한 해는 서울 한복판에 자리한 보신각의 타종을 들으러 단단히 껴입고 나섰습니다. 찾는 사람이 많다는 소문을 듣고 일찌감치 나섰지만 웬걸, 많아도 너무 많더군요. 보이지 않지만 어디선가 서른세 번의 종소리가 묵직하게 울려 퍼졌습니다. 또 다른 해에는 무작정 친구들과 모였습니다. 백 번쯤 들은 것 같은데 아직도 깔깔대며 박장대소하는 연애 이야기와 학창시절 추억 속에서 어느새 시곗바늘이 12시를 지나고 있었죠.


올해는 좀 색다르게 보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렇다고 무언가를 준비하기보다는, 잘 마련된 이벤트에 참여하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죠. 바로, ‘제야 공연’입니다. 사실 제야 공연이라면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이나 발레 <호두까기 인형>을 많이들 떠올리곤 합니다. 전 인류적 사랑과 평화를 노래하는 합창과 무대 위에 눈송이가 흩날리며 아름다운 무용수들이 선보이는 화려한 춤 모두 기분을 한껏 고양시키곤 하죠. 특정 장르의 공연만 보는 것이 싫증 난다면 우리나라 대표 극장들이 마련한 제야 공연을 살펴봅니다. 그중에서도 ‘국립극장’에 눈길이 가네요. 평범한 클래식 음악이나 뮤지컬이 아니라 다양한 음악을 중심으로 꾸린 프로그램은 물론, 해가 바뀌는 찰나의 시간마저 특별하게 보낼 이벤트가 마련되어 있거든요.


국립극장 제야음악회 ⓒ전강인/국립극장


2012년 처음 시작되어 매년 객석점유율 95퍼센트가 넘는 인기를 자랑하는 국립극장 <제야음악회>는 흔히 떠올리는 점잖은 국립극장의 이미지와 다른 콘서트입니다. 무대를 중심으로 둥그렇게 객석이 둘러싸고 있는 KB청소년하늘극장에서 열리는 것만 봐도 어느 정도 알 수 있죠. 올해의 게스트로는 그룹 산울림의 리더로 시작해 한국 록 역사에 기념비적으로 기록되는 김창완밴드와 해외에서 더욱 각광받는 국악그룹 잠비나이, 그리고 국립국악관현악단 각 파트의 실력파 단원들이 결성한 NOK 유닛이 무대에 섭니다. 공연의 중심은 국립극장이 가장 잘 하는 ‘국악’이 잡습니다. 청년부터 중·장년층까지 모두의 취향을 저격할 ‘지금, 여기의 음악’을 기대해 봐도 좋을 것 같네요.


저녁 10시에 시작된 <제야음악회>가 끝나면 국립극장 문화광장에서 더 특별한 이벤트가 펼쳐집니다. 기분까지 따뜻하게 만들어줄 뜨끈뜨끈한 밤참과 야외공연, 그리고 자정을 기해 하늘을 수놓는 화려한 불꽃놀이까지. 서울의 한가운데서 보내는 특별한 밤, 국립극장에서 이루어집니다.


글 김태희 국립극장 홍보팀에서 「미르」 발간을 맡고 있다. 제12회 SPAF 젊은 비평가상 무용분야 가작을 수상했다.


* 국립극장 「미르」 2016년 12월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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