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오브제

흰 물결 나빌레라

한삼

by 김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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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수의 손끝을 따라 새하얀 한삼이 펄럭입니다. 끝자락은 하늘 꼭대기에 닿아 공기를 담뿍 머금고 물결이 되어, 구름이 되어 내려앉습니다. 하나의 몸에서 뻗어나간 두 기운이 이어지며 한복의 선을 따라 더욱 풍성해집니다. 부드러운 몸의 곡선을 따라 미(美)가 수놓아집니다.


우리 전통문화에 자주 등장하는 ‘한삼’은 저고리 소매 끝에 달려 있는 긴 천을 이르는 것으로, 우리말로는 ‘거들지’라고도 합니다. 예를 갖추기 위해 두 손을 가리는 용도로 만들어졌는데, 조선 시대 여성 예복인 활옷의 넓은 소매 끝에 덧댄 천이 바로 한삼의 유래입니다. 조선 후기 궁중정재와 민속춤에서는 다양한 길이와 모양을 가진 소매가 무용수의 손목에서 함께 춤추곤 했습니다.


노란 앵삼과 색동 한삼으로 꾸민 춘앵무, 한삼을 낀 두 손 뒤로 무용수의 입가에 어린 은은한 미소가 비칩니다. 박접무의 화려한 의상에 이어진 한삼자락은 춤사위와 어우러져 호랑나비의 날갯짓을 그려냅니다. 처용무와 봉산탈춤에선 길고 짧은 백한삼이 쾌활한 춤사위를 만들어내기도 하지요. 몸길이만큼 길고 너른 장삼과 한삼을 걸치는 승무에선 흰 물결이 일렁이며 인간의 고뇌를 풀어냅니다.


글 김태희 | 사진 전강인


※국립극장 「미르」 2017년 6월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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