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오브제

장단 따라 두둥실

소리북

by 김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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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고수 이명창’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소리판에서는 고수가 첫째요, 명창이 둘째라는 것이지요. 이야기를 전달하는 창자가 주인공처럼 보이지만, 실제 무대에서 고수가 얼마나 중요한지 상기하게 하는 구절입니다.


일반적으로 국악 장단을 이끄는 악기는 장구입니다. 하지만 판소리에서는 이 작고 땡땡한 북으로 장단을 맞추는 것이 정석이지요. 좌고·영고·법고·소고·매구북·못방고 등 종류도 다양하지만 12치(약 40센티미터)의 지름을 가진 소리북만이 고수의 선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소리북은 ‘장단을 친다(鼓長)’고 해서 ‘고장북’, 하얗고 매끈하며 고급스러운 외형 덕에 ‘백북’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고수는 북의 울림으로 판을 열고, 적재적소 흐름을 끊는가 하면, 중요한 대목에선 분위기를 고조시키기도 합니다. 소리꾼의 말동무이자 추임새를 넣는 열혈 관객, 극을 이끄는 지휘자인 셈이지요. 고수에게 주어진 여러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소리북의 존재가 매우 중요합니다. 소리를 시작할 때는 북채로 오른편을 강하게 울려 알리고, 맺을 때는 정중앙의 대점을 채로 세게 내리쳐서 끝을 냅니다. 소리가 길게 이어질 때는 매화점자리를 ‘탁타다탁탁’ 굴려 성음에 극적인 느낌을 가미하고요. 그 끝에 소리를 맺을 때면 왼손으로 궁편을 ‘둥둥두두두둥’ 두드려 악절을 마무리합니다.


판소리는 명창과 명고의 장단이 어우러질 때 비로소 완성됩니다. 북장단에 귀를 기울이며 두둥실 몸을 싣는다면 소리의 세계가 새롭게 열릴 겁니다.


글 김태희 | 사진 전강인


※국립극장 「미르」 2017년 5월호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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