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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희 Aug 04. 2017

오늘도 ‘새로고침’

영상감독 박지용

공연을 위한 영상의 등장은 전례 없는 압도적인 비주얼을 만들어냈지만, 그 찬란한 무대 뒤에는 아슬아슬한 현장이 숨어 있다.



두 손에 티켓을 꼭 쥐고 설레는 마음으로 들어서는 길. 로비에서 객석으로 이어지는 두 개의 문 사이에 자칫 지나치기 십상인 공간이 있다. 어둠과 고요가 내려앉은 무대에 장면을 쏘는 곳, 바로 영사실이다. 이름만 들으면 필름이 돌아가는 옛 영화관 영사실이 떠오르기도 하지만, 극장에서 영사실의 역할은 조금 다르다.


“업무는 크게 네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첫째는 전속단체와 극장 기획공연에 사용되는 영상을 제작하고 오퍼레이팅(운영)하는 것. 영상을 직접 제작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지만 시스템을 구성하고 실제로 가동하는 것은 저희 몫이지요. 현재 우리나라 극장 가운데 가장 많은 프로젝터를 보유하고 있어요. 대형 프로젝터만 8~9개가 있지요. 둘째는 공연 실황을 촬영하고 편집해서 아카이빙하는 것. 셋째는 우리 극장에서 이뤄지는 대관공연에 대한 지원, 이 또한 중요한 부분이고요. 마지막으로, 공연 외 교육·강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위한 지원군으로서의 역할이 있습니다. 아참, 공연에 관계된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역시 영사실에서 관리하고 있답니다.”


무대 위 영상 관련 업무는 모두 영사실을 통한다. 영화로 치자면 영화감독·촬영감독·편집감독의 역할을 겸하는 셈. 박지용 영상감독은 어떻게 국립극장 영사실에 들어오게 되었을까.


“학교에서 전자통신을 전공하고 SBS에서 편집·녹음 등 방송기술 관련해 다양한 업무를 했어요. 그러던 중에 우연찮게 국립극장 채용 소식을 듣고 지원, 입사해 공연계에 발을 들이게 됐습니다. 2004년 2월에 입사했으니 벌써 14년 차네요. 제가 입사했을 때 극장은 아직 영사기를 돌리던 시절이었어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막 넘어가는, 세대교체가 이뤄지던 때였죠. 그래서 선배로부터 기술을 전수받기가 어려웠어요. 어깨너머로 신기술을 익히고 홀로 책을 보며 공부했죠.”


박지용 영상감독이 입사할 당시엔 일 년에 한두 번 영상을 사용하면 잦다고 할 정도였지만, 요즘엔 영상을 활용하지 않는 공연이 드물 정도다. 다른 무대기술 분야에 비하면 비교적 신흥 기술인 셈. 그에 따라 기술도, 디지털 시스템도, 장비도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다.


“프리랜서 영상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사람은 많아요. 하지만 ‘소프트웨어’를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 ‘하드웨어’ 같은 이들은 얼마 없죠. 극장에서 일하는 영상감독은 ‘멀티’여야 해요. 장비를 만지는 것은 기본, 촬영과 편집도 할 줄 알아야 하죠. 최근엔 극장 레퍼토리를 좀 더 고화질로 기록하기 위해 4K 울트라 HD 카메라를 들여왔습니다. 소음이 적고 열이 덜 발생하는 레이저 프로젝터를 구비하려고 계획하고 있고요.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있어요. 저희 또한 트렌드에 맞게 변화하고자 노력하고 있고요.”


끝없이 새로움을 향해 달려가는 그에게 지난 공연 중에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무엇일까.


“최근에 올린 국립무용단 ‘리진’은 여러모로 기억에 남는 공연이에요. 투사 면이 굉장히 작은 LED 패널을 사용해서 영상이 단순한 배경이 아닌 작품의 임팩트로 자리매김했죠. 특이한 점은 음악에 맞춰 영상을 투사하는 것이 아니라, 영상에 음악을 삽입했다는 겁니다. 만약 영상이 멈추면 음악도 끊기게 되니 위험부담이 컸어요. 공연은 잘 마쳤지만, 영상감독은 늘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생활 속에 있답니다.”


글 김태희 | 사진 전강인


※국립극장 「미르」 2017년 8월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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