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무용단 ‘춘상(春想)’
여기, 당신의 감성을 촉촉하게 적실 스무 살 청춘 남녀의 사랑이 있다. 국립무용단이 선보이는 어느 때보다 ‘젊고 신선한 한국무용’이다.
국립무용단이 2017-2018 국립극장 레퍼토리시즌의 문을 활짝 연다. 2014-2015 시즌 개막작으로 ‘토너먼트’를 올린 이래 세 시즌 만에 ‘개막작’ 타이틀을 다시 거머쥐었다. 이번 신작은 그간 국립무용단이 보여준 도전에 다채로운 색깔을 입혀 그 어느 때보다 ‘젊고 신선한 한국무용’을 보여줄 계획이다.
2000년부터 3년, 2006년부터 6년 동안 국립무용단 단장을 맡으며 전통과 신무용을 넘나드는 폭넓은 춤 스타일을 보여준 배정혜가 안무를 맡았다. 2002년 초연해 국립무용단의 대표작으로 자리매김한 ‘춤, 춘향’ 역시 그녀의 작품이다. 여기에 국립발레단 ‘포이즈’를 시작으로, 현재 국립현대무용단 예술감독으로 활약하는 안무가 안성수와 작업하며 무용계에 진입한 패션 디자이너 정구호가 합세한다. ‘단’ ‘묵향’ ‘향연’ 등을 통해 국립무용단과 최상의 호흡을 보여준 그가 작품의 연출과 무대·의상 디자인을 맡는다.
최근 몇 년간 다양한 예술가와 호흡을 맞추며 새롭고 또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낸 국립무용단이기에 이미 여러 차례 함께한 예술가와 어떤 신선함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안무가 배정혜의 선언에 새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진다. “생애 가장 나이가 든 지금, 가장 젊은 도전에 임한다.”
이번 국립무용단 신작의 제목은 ‘춘상(春想)’. ‘봄에 일어나는 다양한 상념’이라는 의미를 담았다. 제목에서 추측할 수 있듯이,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주제로 8개의 에피소드를 엮었다. 한국인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는 고전소설 ‘춘향전’을 모티프로 하되 현대로 시공간을 옮겨왔다. 고등학교 졸업 파티에서 싹튼 남녀의 감정이 사랑으로 발전하고, 부모의 반대로 인한 갈등과 이별, 이후 극적인 재회를 거쳐 언약까지 천변만화하는 사랑의 감정을 춤으로 그려낸다. 춤과 포옹하는 음악도 ‘요즘 것들’로 채워진다. 작곡가 이지수가 음악감독을 맡아 대중음악을 무용음악으로 재탄생시킬 예정이다.
무지갯빛 다채로운 사랑은 어떻게 공연에 녹아들까. 해오름극장의 드넓은 무대는 정구호의 손길을 거쳐 무채색의 현대 도시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회전무대 위에 올린 모노톤 복층 무대는 360도 회전하며 실내 공간으로, 또 사랑을 속삭이는 바깥 공간으로 변모한다. 무용수의 선을 아름답게 보여주는 세 가지 색 의상은 연애 감정을 은유적으로 드러내고, 음악감독 이지수가 대중가요를 편곡해 새롭게 구성한 음악은 관객의 감성을 톡톡 건드린다.
무대 위 아름다운 청춘 남녀로 두 커플이 캐스팅됐다. 지난 6월 ‘리진’에서 사랑하는 사이로 한 차례 호흡을 맞춘 조용진·이요음 커플이 이번 신작에서 다시 만나게 됐다. 수줍음을 가득 머금고 사랑스러운 표정을 짓는 이요음의 손을 잡은 조용진, 이들 커플은 첫사랑의 추억을 떠올리게 할 것 같다.(21·23일)
한편, 대학에서 발레를 전공한 이력을 갖고 있으며, 국립무용단에서 박력 넘치는 춤을 보여준 김병조가 주역 데뷔를 앞두고 있다. 도시적인 외모에 반짝이는 표정을 갖고 있으며, 최근 ‘회오리’ 주역으로 존재감을 드러낸 송지영이 그와 파트너를 이룬다. 남성미를 뽐내는 김병조와 긴 팔다리로 시원시원한 춤사위를 보여주는 송지영이 한층 원숙한 사랑을 그려내지 않을까, 이들의 첫 만남이 기대된다.(22·24일)
#1 축제
스무 살 초입에 들어선 이들이 서로를 다독이고 축하하며 고등학교 졸업 파티를 즐긴다. 스윙 재즈풍의 음악에 맞춰 즐거운 축제 분위기가 펼쳐진다.
♬ 염신혜·선우정아 ‘Just Before’, 정기고 ‘Hey Bae’(Feat. 팔로알토)
#2 만남
파티 현장에서 빠져나온 남녀가 서로를 바라본다. 그네를 타는 여자, 그녀 곁에서 관심을 보이는 남자.
♬ 볼빨간사춘기 ‘우주를 줄게’
#3 환희
서로 감정을 확인한 남녀에게 사랑의 기쁨이 충만하다. 계단 위쪽에선 남자 친구들이, 아래쪽에선 여자 친구들이 행복의 춤을 춘다.
♬ 아이유 ‘이 지금’
#4 갈등
이들의 관계를 반대하는 부모가 등장하고, 갈등으로 인해 무대 위엔 긴장감이 감돈다.
♬ 넬 ‘백야’
#5 이별
부모의 반대를 이기지 못한 두 사람은 언젠가 다시 만날 미래를 기약하며 이별을 결심한다.
♬ 어반 자카파 ‘Crush’
#6 좌절
연인의 소식이 뜸한 사이 여자에겐 새로운 애인이 생기고, 남자는 사고사를 당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정말일까, 아닐까.
♬ 정키 ‘거울’(Feat. 선우정아)
#7 재회
서로를 그리워한 지 몇 년, 우연한 곳에서 마주친 두 사람. 그간의 오해를 풀고 감격스럽게 재회한다.
♬ 넬 ‘Stay’
#8 언약
사랑을 확인한 두 사람은 친구들의 축하를 받으며 결혼을 약속한다. 기쁨이 가득한 무대 위에 다시 한번 축제가 펼쳐진다.
♬ 염신혜·선우정아 ‘Just Before’, 정기고 ‘Hey Bae’(Feat. 팔로알토), 볼빨간사춘기 ‘우주를 줄게’
글 김태희 국립극장 홍보팀. 이화여자대학교 무용과를 졸업하고 서울문화재단을 거쳐 「미르」 제작을 맡고 있다. 2015년 제12회 SPAF 젊은 비평가상을 수상했다.
사진 photographer BAKi
※국립극장 「미르」 2017년 9월호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