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오브제

선비의 품격

by 김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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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남성에게 갓은 요즘 말로 ‘잇 아이템’이었을 겁니다. 본시 예를 갖추는 일이라면 갓을 챙겨 쓰는 데서 시작되니까요. 긴 머리칼을 머리 꼭대기에 모아 상투를 튼 다음, 망건을 매고 탕건을 쓰면 비로소 갓을 착용할 준비가 됩니다. 촘촘하고 섬세한 짜임 아래로 그림자 드리운 얼굴이 더욱 우아하게 보이는 건, ‘갓’ 덕분이겠지요.


갓은 햇볕이나 비바람을 가리기 위해 실용적인 목적으로 만든 쓰개입니다. 삼국과 고려·조선을 거치며 몸가짐의 예를 갖추는 용도이자 사회적 지위를 넌지시 드러내는 관모의 역할을 했지요. 흔히 알고 있는 흑립 외에도, 당상관·사신이 썼던 붉은색 주립과 상복에 착용하는 백립, 그리고 ‘방랑시인 김삿갓’의 삿갓·전모 모두 갓의 종류랍니다. 대나무·말총·돼지털·명주실·삼베 등을 재료로 하고, 금·옥·수정·호박으로 장식을 더했습니다. 그중 홍사를 꼬아 묶은 어립(임금의 갓)이 최상품, 청사·녹사를 두른 것이 그다음이라고 전해집니다.


갓의 형태는 시대를 거치며 다채롭게 변해왔습니다. 중종 말기에는 갓모자의 품이 좁고 길쭉했으며, 영·정조 때는 갓모자의 통이 다시 넓어졌지요. 보석을 엮어 만든 갓끈을 가슴 아래까지 길게 늘어뜨리는 것도 유행이었다고 하네요. 그뿐만 아니라 갓 꼭대기에 은이나 수정을 조각한 장식을 올리는 것도 인기였답니다. ‘향연’ 속 동래학춤을 추는 무용수의 가장 높은 곳에 앉아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옥로처럼 말입니다.


글 김태희 | 사진 국립민속박물관


※국립극장 「미르」 2017년 9월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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