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오브제

전통음악의 지휘자

박拍

by 김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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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의 울림이 고요한 공기를 뚫습니다. 궁중음악의 처음과 끝을 알리는 신호입니다. 정악에선 시작할 때 한 번, 마칠 때 세 번 울리고, 제례악에선 악구 끝마다 한 번씩 소리를 내 장단을 구분하지요. 홍초삼을 입은 합주단과 구분해 녹초삼을 입고 등장하는 ‘집박(執拍)’. ‘박을 잡는다’는 뜻을 가진 집박은 전통음악의 지휘자로 일컬어지곤 합니다.


여섯 개의 나뭇조각 사이에 엽전을 하나씩 끼우고 가죽으로 묶은 다음, 오색 끈으로 엮은 장식을 달아 만듭니다. 통일신라시대 ‘박판’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등장했고, 조선시대 들어 향악과 당악에서 널리 연주됐습니다. 아홉 개의 판으로 만들어진 것도 있지만 우리나라에선 오랫동안 여섯 판을 사용했지요. 향악 정재의 아박무에선 손에 들고 춤출 수 있도록 이보다 작은 크기의 것을 활용했습니다. 상아·고래뼈·소뼈·사슴뿔로 만든 아박(牙拍)이 그것이지요.


“탁탁” 작은 두드림으로 연주자에게 먼저 신호를 건넨 뒤 “쫘악” 소리를 내며 오른손으로 박을 완전히 벌립니다. 이윽고 힘차게 “딱!” 하고 울리면 지체 없이 연주가 시작됩니다. 마칠 때는 같은 박자로 세 번 단음을 냅니다. 처음 두 번 울리는 동안 연주를 서서히 멈추고, 세 번째엔 악기를 내려놓고 완전히 끝마치라는 의미지요. 정악의 집박과 집사, 민속악의 상쇠와 고수. 군림하지 않고 호흡으로 상생하는 우리 음악이기에 존재하는 이들입니다.


글 김태희 | 사진 전강인


※국립극장 「미르」 2017년 10월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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