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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희 Oct 02. 2017

사람과 공간을 잇는 다리

셔틀버스 운전원 정용진

보는 이의 마음을 푸근하게 만드는 미소를 지닌 그의 버스에 올라탔다.



“탈칵!” 자그마한 구멍에 열쇠를 넣어 돌리면 굳게 닫혀 있던 커다란 문이 스르륵 열립니다. 세 대의 대형버스와 한 대의 미니버스 중에서도 가장 멋진 위용을 자랑하는 ‘71부3018’. 널찍한 의자에 앉아 시동을 걸자 버스가 “드르렁드르렁” 소리를 내며 잠에서 깨어납니다. 전면의 유리창 너머 펼쳐진 남산의 가을 풍경이 어느 때보다 정감이 넘치네요. 공연 두 시간 전, 가장 먼저 관객을 만나기 위해 나서는 길입니다.


주차장에서 출발해 극장 앞 둔덕을 가볍게 넘어 지하철 3호선 동대입구역으로 향합니다. 45인승 버스가 금세 관객으로 가득 찹니다. 다시 극장에 올라오니 어느새 어둠이 어슴푸레 내려앉았네요. “국립극장입니다.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오늘도 활기차게 인사를 건넵니다.


지난해 7월 국립극장에 입사했으니 1년 남짓 이 버스와 함께했습니다. 현재 저를 포함한 네 명의 운전원이 셔틀버스를 담당하고 있죠. 공연 전후로 관객을 맞이하고 배웅하는 것이 주요 업무이고, 극장 직원들의 출장길에 함께하는 등 관련 업무도 상시 지원하고 있습니다.


공연이 있는 날, 하루는 이렇게 굴러갑니다. 오후 3시 공연이라면 12시 반부터 준비하죠. 공연안내원과 함께 동대입구역 근처 셔틀버스 정류장으로 향합니다. 공연이 끝나면 극장을 나서는 관객들의 귀갓길을 책임집니다.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이들이 많을 때 한 번 더 운행하는 것은 당연지사죠. 공연이 없는 날엔 차를 정비하거나 다음 날을 위해 청소하는 등 차량을 관리합니다.


운전을 본업으로 한 지는 3년 정도 됐습니다. 이전엔 김포에서 시내버스를 운행하며 김포국제공항을 오갔거든요. 다른 어떤 일보다 운전할 때 마음이 가장 편하고, 부담이 없어서 이게 내 적성에 맞는 일이구나, 생각했습니다. 제겐 세 살배기 아이가 있습니다. 그런데 업무 특성상 공연에 따라 근무일과 시간이 정해지기 때문에 저녁 늦게 귀가하거나 주말에 아이와 잘 놀아줄 수 없어 고민이 많습니다. 명절 당일엔 가족과 함께하고 싶은 작은 소망도 있고요.(웃음) 저만이 아니라 극장에서 일하는 모든 분의 애로 사항이겠죠.


그럼에도 종종 감사의 말을 전하는 관객을 만나면 뿌듯함을 느끼곤 합니다. 셔틀버스에서 내려 귀가하던 어린이들이 종종 도로 뛰어와 “아저씨~” 하고 음료수를 건넬 때, 마당놀이 공연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어르신들이 귤이나 사탕을 쥐여줄 때면 말 그대로 정이 느껴진달까요. 고맙다는 한마디에 힘을 얻고, 보람을 느끼죠.


아, 국립극장 셔틀버스를 이용하는 관객들께 이 말을 전하고 싶네요. 버스 운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입니다. 가끔 짧은 거리니 서서 가겠다고 하시면 참 곤란합니다.(웃음) 앞으로도 꾸준히 무사고, 특히 인사 사고 없는 친절하고 안전한 셔틀버스를 만들어가겠습니다.


글 김태희 국립극장 홍보팀 | 사진 전강인


※국립극장 「미르」 2017년 10월호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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