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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태태 Mar 03. 2019

불행을 삶의 '디폴트'로 놓으십시오

말짱한 영혼은 가짜입니다 

나한테 왜 그래유...

멘탈을 다시 잡는 건 이렇게나 어려운데, 왜 항상 부서지는 건 한 순간일까? 이번 주가 딱 그랬다. 거대한 허리케인이 예고 없이 들이닥치더니 모든 걸 부수고 갔다. 그 파괴된 상처들을 무시하고 지나가려다가, 결국 탈이 났다. 그것도 크게. 몸이 갑자기 안 좋아지고, 멘탈도 박살 났다. 힘든 일은 겹친다고. 일도 너무나 바빴고 여기저기서 시달렸다. 


몸이라도 제대로 돌보고자 겨우 수영을 다녀왔다. 몸은 무거웠고 (실제로 스트레스받으니까 이것저것 많이 먹어서 물리적으로도 무거웠다...) 정신은 제정신을 차리지도 못했다. 접영을 할 때 혼자 평영을 하다가 아차 하고 접영을 하거나, 출발할 타이밍을 놓쳐서 허우적대면서 앞사람을 따라가기도 했다.


이대로는 못 산다. 그렇다. 스스로도 이 위기를 빨리 극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화이팅! 하고 외쳐서 해결될 일이라면 진작이 힘들지도 않았을테지. 어쨌든 해야 할 공부가 있었기에 퇴근하고 카페에 들려 무작정 책을 펴고 공부를 했다. 그렇게 꾸역꾸역 공부를 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허무함과 허탈함만이 가득했다. 이런 일들이 삶에서 나타날 때마다, 나는 너무나 쉽게 절망하고 남을 탔하기에 바빴다. 그러나, 이 모든 것도 오로지 나의 몫이라는 걸. 너무나 잘 알기에 빨리 회복하고 싶었다. 그래서 더 정신없이 바쁘게 보냈다.


오늘도 집에 있으면 어김없이 처질 내가 뻔히 보이니, 동네 카페로 향했다. 거기서 좋아하는 강연을 다시 봤다.

광고인 박웅현의 강연인데 힘들 때면 어김없이 찾아본다. 그는 얘기했다. 


@마이크임팩트
"말짱한 영혼은 가짜다" 
-손철주-


말짱한 영혼은 가짜란다. 우리 몸은 유기체이기 때문에 병이 들고 힘든 건 당연한 거라고. 그러니, 병이 걸리거나 안 좋은 일이 생기는 거에 대해서 힘들어하지 말라고 한다. 

@마이크임팩트
@마이크임팩트
"나의 단점, 병, 힘든 것, 내 영혼을 해치는 비바람들을
삶의 디폴트로 놓으십시오"



힘이 들 때면 정말 이 말이 생각난다. 올해가 아홉수라서 그런 게 아니라... 힘들고 내 영혼을 해치게 하는 것들을 삶의 디폴트로 놓으라는 말. 예전에 이동진 평론가가 했던 말이 스쳐 지나간다. 그는 자신의 삶의 목표가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삶 속에서 행복하지 않은 순간들이 너무나 많은데, 삶의 목적이 행복이 되어 버리면, 그 나머지 수많은 날들을 부정하게 되는 거라고 한다. 

 

@마이크임팩트
@마이크임팩트
"올해는 왜 안 풀리냐?"
"그렇지 않습니다. 원래 생길 일입니다.
그런 것들을 기본으로 두고요.
그 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나를 믿는다."


잘 안 풀리고 안 좋은 일들을 원래 생길 일이라고 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를 믿는다. 

개인적으로는 삶을 무한 긍정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보다는 이렇게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는 태도를 알려주는 사람들의 말들이 더욱 와 닿는다. 그렇다고 현실을 부정하는 것도 아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수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믿는다'라고 한다. 

@마이크임팩트
@마이크임팩트
"저는 제 인생을 제대로 살 겁니다"

그리고 이 마지막 말이 너무 와 닿았다. 자신의 인생을 제대로 살 거라는 말. 자신을 부정하지 않고 믿으면서 나아가는 모습을 정말 닮고 싶다. 


어제 다녀온 존레논 전시회에서 그가 남긴 말이 계속 남는다. 


결국 모든 것은 괜찮아질 거야.
만약 괜찮지 않다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거야.


화려한 비틀스 활동을 하다가 뉴욕으로 건너가 평화 운동을 하면서 미국에서의 끊임없는 감시와 추방을 견뎌야만 했던 존레논이 남긴 말이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평화 운동을 벌였고, 전 세계적으로 전쟁을 알리고 평화 운동을 확산시켰다. 그리고 그 덕분에 결국 모든 것은 괜찮아졌다. 


노트를 펼쳐 이 말들을 적었다. 그리고 조금은 괜찮아짐을 느꼈다.


아직 폭풍의 잔재를 정리하려면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다. 이제는 이런 일들에 대해 초연해질 때도 됐지만, 막상들이닥치면 어쩔 줄 몰라한다. 그게 나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나아가야지. 내일은 월요일이고 할 것도 많고 만날 사람들도 보고 싶은 사람들도 많으니까.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BfPvt8OIwQ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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