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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태태 Apr 10. 2019

소개팅으로 결혼한 선배가 더 잘 사는 이유

결혼하는 모든 이들에게 치얼스!

결혼식 시즌이다. 오늘도 친한 동료의 청첩장을 받으며 달력에 결혼식 일정을 추가한다. 


2017년 12월 사회생활하고 처음으로 갔던 결혼식. 크리스마스가 다가왔던 그 날. 결혼식은 무척 추웠던 금요일 저녁 종로 약현성당에서 열렸다. 난 신랑 쪽 지인으로 참석했고, 그는 내 사수였다. 셀로 나뉘어 있던 팀이라 A님(우리 회사는 '님'자 호칭을 정말 사랑했더랬지. 팀장님도 인턴도 모두 '님'으로 불렀으니)은 밥도 커피도 같이 먹고 홍차에 디저트까지 즐길 줄 아는 세련된 남성이었다. 그를 만난 지 얼마 안 됐을 때, 나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예전에 점쟁이가 말이야.
내가 29살에 결혼한다고 했거든?
만약 29살에 못하면 35살에 한다고 했어.
근데 올해 나 35인데.



점쟁이가 정말 용한 걸까. A님은 진짜 35가 지나려던 12월 끝자락에 결혼식을 올렸고. 결혼식에서 알게 된 사실은 그 둘은 소개로 만난 지 8개월밖에 되지 않았으며, 점쟁이가 정해준 운명을 숙명으로 받아들인 사람들처럼 서로에게 끈적하게 빠져 있었다. 신혼여행을 여수로 가도 좋다던 선배는 어느새 몰디브로 다녀와, 한 겨울에 까무잡잡해진 얼굴로 이런저런 얘기를 해줬다. 가령, 몰디브는 싱가폴이나 말레이시아를 경유해서 갈 수 있고. 물 색깔이 정말 투명하다 등. 


하지만, 내가 궁금했던 건 몰디브 물이 얼마나 깨끗하냐가 아닌, 소개팅으로 만나 오래 사귀지도 않았는 데 결혼 생활이 정말 괜찮은가다. 이 대답은 그가 종종 흘리던 "같이 장 보러 가는 데, 응근 시간이 오래 걸리네." 혹은 "같이 사니까 공과금이 꽤 나오더라"에서 찾을 수 있었다. 그는 혼자이던 시절을 지나서 '같이' 무엇을 한다는 데 의미를 두고 행복을 느끼고 있었다. 



광고 기획자로 일하던 선배와 금융권에 종사하는 그의 와이프. 서로 성격도 조금 달라 보이고 관심사도 달랐지만.(여수와 몰디브의 간극은 얼마나 될까). 서로 잘 맞추면서 꽤나 행복한 신혼을 보냈다. 그의 카톡 플사는 부인의 사진으로 항상 가득했고, 혼자일 때보다 옷도 신경 써서 입고 다니고 일에도 활력이 붙어 보였다. 얼마 전, 그의 인스타그램에는 아기 그림 한 장이 올라왔고, 그는 한 가족의 가장이자 아빠가 되었다.



사실 A 선배의 이야기는 흔한 '소개팅해서 결혼한 이야기'이다. 주위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소개팅해서 결혼한 케이스. '어떻게 누가 소개해준 사람과 결혼을 하지'라고 머리로는 생각하지만, 주위에서는 사실 꽤나 흔한 편이라 '다들 그렇게도 잘 살고 있구나'생각이 든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삐걱대던 관계는 점점 서로에게 무르익듯. 꽤나 잘 살고 있다는 얘기가 종종 들려온다. 영화 속에는 언제나 우연으로 만난 연인들이 열정의 꽃을 피우지만, 현실에서는 약간 미지근하게 소개팅으로 많이 만나서 결혼한다.



이런 경우는 생각보다 흔한데, <세상에서 가장 발칙한 성공법칙> 저자는 '연애결혼 vs 중매결혼'을 보는 색다른 연구 결과를 제시한다. 


결혼 초기

연애결혼: 우리가 예상한 대로 학술적 애정 척도는 91점 만점 중 70점을 기록한다.

중매결혼: 91점 만점 중 51점 기록 (반타작을 겨우 면했네)


결혼 10년 후

연애결혼: 초기 70점에서 뚝 떨어진 40점

중매결혼: 51점에서 급 상승한 68점


도대체 소개팅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그들이야말로 예정된 연인이었을까요?


보통 시간이 지날수록 애정이 식고 불꽃이 사그라진다는 데에는 아마 많이 동의할 것이다. 그런데, 결혼 후 10년 차 때 애정 척도가 높아진다니. 이건 좀 아이러니하다. 저자는 중매결혼한 커플들이 갖고 있는 '서로를 대하는 특정 마인드'가 애정을 더욱 돈독하게 만들어 주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중매결혼 부부들은 "우리는 소울메이트야!"라고 외치지 않으며, 우주가 은쟁반에 장밋빛 결혼 생활을 고이 담아 바치지 않아도 실망하지 않는다. 이들은 "저 사람하고는 어차피 부부로 묶인 사이야. 노력하지 않으면 안 돼"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노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난다. 결혼해본 사람이라면 잘 알겠지만 부부관계를 유지하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어른들 말대로 '결혼은 현실'이다. 사랑에 빠져 결혼한 사람들은 상대가 운명의 사람이라는 낭만적 생각에 젖는다. 그러나, 낭만의 거품이 빠질 때 즈음 보이는 현실에서는 누구보다 노력이 필요하다. 낭만적인 생각이 부작용을 일으킬 때 저자는 그들이 꼭 유념해두어야 하는 사실을 알려준다.



연애 상대와의 갈등이 불거지고 현실이라는 포크가 이 완벽하게 하나가 된 거품을 푹푹 찌를 때, 그들의 낭만적 생각은 부작용을 일으킨다. 반대로, 사랑을 굴곡과 반전은 있지만 결국에는 같은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여행이라고 생각한다면 상대와 갈등이 생길지라도 나쁜 영향을 어느 정도는 최소화할 수 있다.



결혼 생활이라는 게 연애와는 다르게 정말 '생활'이라는 걸 중매 부부들은 직감한 걸까. 저자의 말대로 '신데렐라와 백설공주의 연애를 꿈꾸는 것은 파란만장한 후속 문제를 예고하지만, 사랑을 여행으로 보는 태도는 꽤 건강한 관계를 이끈다'라고 한다.


결국 모든 게 노력이 필요하지 라는 상투적 결론으로 마무리 짓고 싶지는 않다. 이것은 하나의 태도에 관한 이야기다. 서로가 서로를 어떻게 만났으며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에 대해 존중하는 마음 덕분에 돈독해진 사랑이니까.


오늘 청첩장을 준 피디한테 물어봤더니 그분도 소개팅해서 만났다고 한다. 하나의 연구 결과를 덧 붙여 그녀의 충만한 행복을 빌어본다. 결혼 축하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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