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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팅으로 결혼한 선배가 더 잘 사는 이유

by 태스타
josh-applegate-141715-unsplash.jpg 결혼하는 모든 이들에게 치얼스!

결혼식 시즌이다. 오늘도 친한 동료의 청첩장을 받으며 달력에 결혼식 일정을 추가한다.


2017년 12월 사회생활하고 처음으로 갔던 결혼식. 크리스마스가 다가왔던 그 날. 결혼식은 무척 추웠던 금요일 저녁 종로 약현성당에서 열렸다. 난 신랑 쪽 지인으로 참석했고, 그는 내 사수였다. 셀로 나뉘어 있던 팀이라 A님(우리 회사는 '님'자 호칭을 정말 사랑했더랬지. 팀장님도 인턴도 모두 '님'으로 불렀으니)은 밥도 커피도 같이 먹고 홍차에 디저트까지 즐길 줄 아는 세련된 남성이었다. 그를 만난 지 얼마 안 됐을 때, 나에게 이렇게 얘기했다.


예전에 점쟁이가 말이야.
내가 29살에 결혼한다고 했거든?
만약 29살에 못하면 35살에 한다고 했어.
근데 올해 나 35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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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쟁이가 정말 용한 걸까. A님은 진짜 35가 지나려던 12월 끝자락에 결혼식을 올렸고. 결혼식에서 알게 된 사실은 그 둘은 소개로 만난 지 8개월밖에 되지 않았으며, 점쟁이가 정해준 운명을 숙명으로 받아들인 사람들처럼 서로에게 끈적하게 빠져 있었다. 신혼여행을 여수로 가도 좋다던 선배는 어느새 몰디브로 다녀와, 한 겨울에 까무잡잡해진 얼굴로 이런저런 얘기를 해줬다. 가령, 몰디브는 싱가폴이나 말레이시아를 경유해서 갈 수 있고. 물 색깔이 정말 투명하다 등.


하지만, 내가 궁금했던 건 몰디브 물이 얼마나 깨끗하냐가 아닌, 소개팅으로 만나 오래 사귀지도 않았는 데 결혼 생활이 정말 괜찮은가다. 이 대답은 그가 종종 흘리던 "같이 장 보러 가는 데, 응근 시간이 오래 걸리네." 혹은 "같이 사니까 공과금이 꽤 나오더라"에서 찾을 수 있었다. 그는 혼자이던 시절을 지나서 '같이' 무엇을 한다는 데 의미를 두고 행복을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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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기획자로 일하던 선배와 금융권에 종사하는 그의 와이프. 서로 성격도 조금 달라 보이고 관심사도 달랐지만.(여수와 몰디브의 간극은 얼마나 될까). 서로 잘 맞추면서 꽤나 행복한 신혼을 보냈다. 그의 카톡 플사는 부인의 사진으로 항상 가득했고, 혼자일 때보다 옷도 신경 써서 입고 다니고 일에도 활력이 붙어 보였다. 얼마 전, 그의 인스타그램에는 아기 그림 한 장이 올라왔고, 그는 한 가족의 가장이자 아빠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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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A 선배의 이야기는 흔한 '소개팅해서 결혼한 이야기'이다. 주위에서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소개팅해서 결혼한 케이스. '어떻게 누가 소개해준 사람과 결혼을 하지'라고 머리로는 생각하지만, 주위에서는 사실 꽤나 흔한 편이라 '다들 그렇게도 잘 살고 있구나'생각이 든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삐걱대던 관계는 점점 서로에게 무르익듯. 꽤나 잘 살고 있다는 얘기가 종종 들려온다. 영화 속에는 언제나 우연으로 만난 연인들이 열정의 꽃을 피우지만, 현실에서는 약간 미지근하게 소개팅으로 많이 만나서 결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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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경우는 생각보다 흔한데, <세상에서 가장 발칙한 성공법칙> 저자는 '연애결혼 vs 중매결혼'을 보는 색다른 연구 결과를 제시한다.


결혼 초기

연애결혼: 우리가 예상한 대로 학술적 애정 척도는 91점 만점 중 70점을 기록한다.

중매결혼: 91점 만점 중 51점 기록 (반타작을 겨우 면했네)


결혼 10년 후

연애결혼: 초기 70점에서 뚝 떨어진 40점

중매결혼: 51점에서 급 상승한 68점


도대체 소개팅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그들이야말로 예정된 연인이었을까요?


보통 시간이 지날수록 애정이 식고 불꽃이 사그라진다는 데에는 아마 많이 동의할 것이다. 그런데, 결혼 후 10년 차 때 애정 척도가 높아진다니. 이건 좀 아이러니하다. 저자는 중매결혼한 커플들이 갖고 있는 '서로를 대하는 특정 마인드'가 애정을 더욱 돈독하게 만들어 주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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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중매결혼 부부들은 "우리는 소울메이트야!"라고 외치지 않으며, 우주가 은쟁반에 장밋빛 결혼 생활을 고이 담아 바치지 않아도 실망하지 않는다. 이들은 "저 사람하고는 어차피 부부로 묶인 사이야. 노력하지 않으면 안 돼"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노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난다. 결혼해본 사람이라면 잘 알겠지만 부부관계를 유지하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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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 말대로 '결혼은 현실'이다. 사랑에 빠져 결혼한 사람들은 상대가 운명의 사람이라는 낭만적 생각에 젖는다. 그러나, 낭만의 거품이 빠질 때 즈음 보이는 현실에서는 누구보다 노력이 필요하다. 낭만적인 생각이 부작용을 일으킬 때 저자는 그들이 꼭 유념해두어야 하는 사실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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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상대와의 갈등이 불거지고 현실이라는 포크가 이 완벽하게 하나가 된 거품을 푹푹 찌를 때, 그들의 낭만적 생각은 부작용을 일으킨다. 반대로, 사랑을 굴곡과 반전은 있지만 결국에는 같은 목적지를 향해 나아가는 여행이라고 생각한다면 상대와 갈등이 생길지라도 나쁜 영향을 어느 정도는 최소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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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생활이라는 게 연애와는 다르게 정말 '생활'이라는 걸 중매 부부들은 직감한 걸까. 저자의 말대로 '신데렐라와 백설공주의 연애를 꿈꾸는 것은 파란만장한 후속 문제를 예고하지만, 사랑을 여행으로 보는 태도는 꽤 건강한 관계를 이끈다'라고 한다.


결국 모든 게 노력이 필요하지 라는 상투적 결론으로 마무리 짓고 싶지는 않다. 이것은 하나의 태도에 관한 이야기다. 서로가 서로를 어떻게 만났으며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에 대해 존중하는 마음 덕분에 돈독해진 사랑이니까.


오늘 청첩장을 준 피디한테 물어봤더니 그분도 소개팅해서 만났다고 한다. 하나의 연구 결과를 덧 붙여 그녀의 충만한 행복을 빌어본다. 결혼 축하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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