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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스타 May 22. 2019

새벽 5시 기상이라는 환상

나는 왜 미라클 모닝을 포기했는가

왠지 그런 느낌.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자연의 정기를 받아 새벽에 무엇이든지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기분. '미라클 모닝'을 찬양하던 시절 이런 환상이 내 생각을 꽉 채웠다.


사실 나는 꽤나 오랜 기간 미라클 모닝을 시도했다 실패를 반복해왔다. 일단 새벽 5시에 일어나면, 정말 많은 일들을 해낼 수 있을 것만 같았고, 이 시간에 일어나야 하루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이를 이루려고 시도했던 과정은 꽤나 힘들었다.


아침에 겨우 겨우 일어나면 졸리기는 정말 졸렸고, 설상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 하더라도 새벽부터 눈을 뜨고 집중해서 그랬는지, 오전부터 꾸벅꾸벅 졸려오기 일수였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아침에 일어나면 분명 기분도 좋고, <미라클 모닝>처럼 아침 기상을 극찬하는 책에서는 이 효과가 정말 어마어마하다고 말하는데. 왜 자꾸 졸리고 오히려 하루 종일 피곤한 거지? 나는 꽤나 단순하게도 이런 이유를 자신의 '의지력'에서 찾았다. 아, 내 의지가 정말 약하구나. 의지력이 이렇게 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이건 '의지'의 문제가 아닌 '무지(無知)'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언제 할 것인가>에서는 사람 유형별 '크로노 타입(chronotype)'이 나온다. 이는 생리적, 심리적 영향을 주는 24시간 주기 생체리듬의 패턴이다. 예를 들어, 에디슨은 늦은 크로노 타입이었다. 이런 분류들은 해가 중천에 뜬 뒤에야 잠자리에서 일어난다. 이들은 아침을 싫어하고 늦은 오후나 초저녁이 되어서야 두뇌가 제 기량을 발휘한다.

반대로, 이른 크로노 타입도 있다. 이들은 잠자리에서 벌떡 쉽게 일어나고 낮 시간에 에너지가 넘치지만 저녁이면 빨리 피곤을 느낀다. 세상에는 올빼미 형도 있고 종달새 형도 있다.


그렇다면, 자신만의 크로노 타입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각자 휴일에 어떤 식으로 행동하는지 생각해보라.


1. 보통 몇 시에 자는가?

2. 보통 몇 시에 일어나는가?

3. 위의 두 시각의 중간은 몇 시인가? 즉 잠자는 시간의 중간 시점은 몇 시인가?

(예를 들어 약 11시 30분에 잠자리에 들어 아침 7시 30분에 일어난다면 중간 시점은 오전 3시 30분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아침형도 저녁형도 아닌 제3의 새 유형에 속한다(65%).


이 통계에서 내가 '왜 미라클 모닝에 계속 실패했는지'를 정확히 객관적으로 알 수 있었는데. 나는 새벽에 일어나는 종달새 형보다는 아침에 집중이 잘되는 '이른 제3의 유형'에 속했다. 그리고 이 사실을 자각한 순간 더 이상 아침에 무리하게 일어나서 꾸역꾸역 책상 앞에 앉아있는 걸 그만두었다.


오히려 이 패턴을 그만두게 되자, 더 나은 컨디션을 경험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예전엔 5시에 일어나려고 4시 30부터 알람을 꾸준히 맞춰놨는데 이제는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게 되자, 아침 수영시간인 7시에 맞춰서 알람을 6시에 맞춰 놓고 그 시간에 기상하고 있다. 아주 늦게 일어나는 타입은 아니라서, 아침 5시 50분-6시 기상이 제일 적절하다.


여기서 더 중요한 사실은 자신의 수면 시간을 철저히 지키는 데에 있다. <언제 할 것인가>에서 제시하는 시간을 지배하는 타이밍의 과학적 비밀을 제대로 지키려면, 일단 충분한 수면 시간을 먼저 확보해야 한다. 수면 시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일어나는 시간만 유지한다면, 제대로 된 효과는 보지 못할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잠에 관한 책을 함께 읽었는데, 생체리듬 조절과 수면 패턴 조절에 큰 도움이 되었다. 이제는 더 이상 수면 시간을 무리하게 줄이지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지도 않게 되었는데 오히려 하는 일이나 효율을 급증했다. 특히 자신의 패턴을 알아가면서 내가 어떤 타입인지 알게 되면서, 집중이 안 되는 시간에는 과감히 일을 바꾸거나 나가서 산책을 하는 등 스스로를 '프로그래밍'화 하는 과정까지 오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 하루를 '최고점-최저점-반등'의 세 단계로 경험한다. 우리 중 약 4분의 3(종달새와 제3의 새)은 하루를 이런 순서로 경험한다. 창작자들의 62%도 최고점-최저점-반등 패턴을 따랐는데. 그들은 오전에 작업에 몰두했고 그다음에는 적당히 빈둥거리다 다시 큰 부담이 없는 작업에 잠깐 열중했다.

나도 이런 패턴을 겪고 있는 편이라, 아침에는 몰입이 잘 되는 업무 위주로 진행하고 오후 2-3시에는 크게 무리하지 않는 일, 4-5시에는 집중이 필요한 일로 업무를 재배치했다. 더불어 중간중간 낮잠과 휴식도 잊지 않았다.


미라클 모닝 실천보다 중요한 것은 나에게 정말 맞는 '미라클 타이밍'을 찾는 일이다. 자신이 어떤 유형인지 파악하고 더 이상 미라클 모닝이라는 환상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에게 조금 더 너그럽게 맞는 시간에서 '미라클 타이밍'의 복리 누적을 누려 보시길. 어쩌면 얼마 후에는 생각보다 당신이 시간을 꽤나 잘 쓰고 새벽 5시에 기상했을 때보다 더 큰 생산성을 누리고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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