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 재스민?은 뉴욕 1% 상류층으로 살던 재스민의 몰락을 그렸다. 영화는 순식간에 벌어진 재스민의 몰락. 그 후에 오래 드뉘어진 고통의 그림자를 그렸다. 그녀가 겪은 현실과의 낙차는 너무나 컸다. 사업가이던 남편의 사기와 외도. 누구보다 고통을 모르고 살던 재스민에게 고통이 들이닥쳤다. 그녀는 결국 동생이 있는 샌프란시스코로 이사를 가지만, 안타깝게도 고통은 지속될 뿐이었다.
영화 <블루 재스민>에서 재스민에게 닥친 불행. 그녀의 삶은 고통으로 가득 찼다. 나와 당신의 삶은 어떨까. 고통으로 가득 차지 않았는가. 헬렌 캘러는 얘기했다. "세상은 고통으로 가득하지만, 그것을 이겨 내는 일로도 가득 차 있다."라고. 하지만, 내 눈 앞의 고통은 없어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고통. 이겨낼 수는 있겠지만 왜 자꾸 이런 고통을 받아야 할까. 하나의 고통을 이겨냈을 때, 재스민이 떠올랐다. 아, 그녀처럼 앞으로 내 삶이 다른 고통의 연속이 되어버리면 어떡하지. 난 버틸 수 있을까.
사람이 견뎌내기 가장 힘든 고통은 상처다. 생리적 고통은 서서히 치유가 되는 경우가 많지만. 타인이 나에게 준 고통은 몸에서 잘 씻겨낼 수 없다. 때로는 상처 받은 사람이 고통을 자꾸 만지작거린다. 누군가에겐 트라우마로 남고 누군가에겐 큰 충격으로 잊힌 기억이 된다. 이런 큰 고통뿐만일까. 살면서 모르는 타인에게 크고 작은 상처를 받는다. 때로는 이겨낼 수 없을 것 같다. 나는 잘 못한 게 아무것도 없는데. 왜 나한테 자꾸 그래요.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속에 등장하는 모건 프리먼의 인터뷰는 그가 얼마나 타인이 준 상처에 대해 현명한 태도로 대처하는지 잘 보여준다. 독일 일간지와의 인터뷰를 가져와 본다.
기자: 내가 당신에게 '니그로'라고 하면 무슨 일이 일어납니까?
프리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요.
기자: 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죠?
프리먼: 만약 내가 당신에게 '바보 독일 암소'라고 말하면 무슨 일이 일어납니까?
기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요.
프리먼: 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죠?
기자: 난 관심이 없으니까요.
프리먼: 나도 똑같습니다.
기자: 그건 일종의 눈속임 아닌가요?
프리만: 당신이 나를 '니그로'라고 부르면 문제는 당신에게 있지 나한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잘못된 단어를 사용하고 있으니까요. 나는 관심을 끊어 버림으로써 문제를 갖고 있는 당신을 혼자 내버려 둘 겁니다. 물론 행동으로 나를 공격한다면 얘기는 달라지겠죠. 그러면 단언컨대 나 자신을 방어할 겁니다.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난 관심이 없으니깐요." 상대방이 준 내뱉은 헛된 말은 어떻게 보면 우리에게 별 상관없는 말이다. 그 말이 사실이 아니니까. 모건 프리먼이 집중한 건 상대방의 말이 자신에게 얼마나 많은 상처를 줬는지가 아니다. 그는 말의 팩트만 바라봤다.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다. 그리고 부정적인 말을 안고 있는 상대방을 내버려 두었다. 이토록 현명할 수가 있을까. 그의 태도는 우리에게 비수로 꽂히는 말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잘 알려준다. 결국 그의 문제이다. 나의 문제가 아니다.
누가, 그리고 어떤 일이 우리에게 상처를 주는가는 상처 받는 사람에 의해 결정된다. 상처 받았다는 것은 '누군가 나에게 상처를 주는 행위를 했다'가 아니라, 그 행위 때문에 '나의 가치가 땅에 떨어진 것 같은 감정을 느꼈다'가 원인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누가 봐도 상처 주는 말이지만 나는 상처를 받지 않을 수 있다. 모건 프리먼처럼 말이다.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
저자는 상처를 상대방에게 되돌려 줄 수 있다고 얘기한다. 상대방이 쏘는 모욕적인 화살이 당신에게 꽂혔다고 하자. 그 화살을 다시 뽑아서 당신의 잘못인지 아닌지만 생각해 보면 된다고 한다. 모욕적인 화살이 당신에게 참된 진실이 아니라면, 그의 말은 당신에게 상처가 되질 않는다.
살면서 크고 작은 상처를 피하면 무척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는 걸 우리는 안다. 가장 억울한 것 중 하나가 나는 멀쩡한데 상대방이 나에게 상처 주는 게 아닐까. 살다 보면 억울한 일도 화날 일도 참 많다. 그때마다 태연하게 대처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기는 사실상 너무나 어렵겠지만). 그래도 저자의 처세술은 한 번쯤은 마음에 간직해 놓을 법하다. 혹시 누군가의 멍청한 말 때문에 당신의 주말이 망쳐질 위기에 처했는가? 그렇다면 그냥 내버려두자. 그렇다면, 지금부터는 상처가 되질 못한다. 이제는 못된 말을 내뱉은 상대의 문제이다.
참고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