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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태태 Aug 13. 2019

왜 직원들은 회의실만 가면 조용해질까?


갑자기 조용해지는 회의실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봤을 것이다. 친한 직원들끼리는 그렇게 수다 수다하지만, 회의실만 들어가면 침묵해지는 풍경. 회사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다. 회의인지 일방적인 내용 전달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만큼 조용한 회의. 침묵도 이어지고 효율은 나지 않는다. 왜 이런 걸까? 그렇게 수다스럽던 직원들은 어디로 가고 딱딱한 분위기만 남은 걸까? 그렇다면, 조금 창의적인 일을 하는 집단 회의는 모두가 왁자지껄 떠들고 있을까?



바보야 문제는 테이블이야!



회의실 중간에는 긴 테이블이 있었다. 중요한 임무를 담당하는 감독과 프로듀서들이 참석한 자리에는 모두의 의견을 들어야 했기에, 그들은 가운데에 앉았다. 그렇게 회의를 진행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직급이 높거나 핵심적인 인물은 가운데에 앉았다. 자리를 그렇게 잡다 보니 직원들은 가운데에 앉을수록 회사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 여겼다. 그럴수록 가장자리에 앉은 사람들은 더욱 침묵해갔다. 어떤가? 어디서 많이 본 풍경이지 않는가? 회사 임원들과 회의를 할 때 가장 흔하게 보이는 모습이다. 


모든 회의 참석자가 직함과 무관하게 자유롭게 발언했다. 이는 우리가 원하는 모습일 뿐 아니라 '지위와 무관하게 거리낌 없이 소통해야 한다'는 픽사의 핵심 원칙에 부합하는 모습이었다. 테이블 가운데 좌석에 편안하게 앉아 있을 때 우리는 직원들이 픽사의 핵심 원칙과 정반대 방향으로 떠밀리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오랜 세월 동안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함정에 빠져 있었던 셈이다.  

<창의성을 지휘하라> 


위의 회의 풍경은 바로 '픽사'의 모습이었다. 창의적 영감이 필요한 자리에서 위계질서가 생겼고, 회의실의 테이블이 주된 원인으로 여겼다. 그러다 픽사의 사장인 에드 캣멀은 우연히 정사각형 테이블에 앉아서 회의를 했고 문제점을 깨달았다. 바로 테이블의 모양이 가장 큰 문제였다. 



테이블만 바뀐다고 직원들이 말을 할까?



에드 캣멀은 문제점을 깨닫고 당장 회의실 테이블을 바꾸라고 했다. 그는 회의 참석자들이 서로 비슷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놓이길 바랬다. 그래야 그들이 자신을 덜 중요한 인물이라 여기지 않고 마음을 터놓고 얘기할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을 품었다. 갑자기 워크숍을 한다고 직원들이 말을 많이 하거나 소통을 하는 건 아닌 것처럼. 테이블만 바뀐다고 직원들이 갑자기 아이디어를 많이 내면서 수다쟁이가 되는 건 아니라고 여겼다. 



참나무 주위의 도토리를 치웠는가? 



하나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최초의 문제뿐만 아니라 여기서 파생된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해 함께 해결해야 한다. 참나무 한 그루를 뽑아내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사라지지 않는다. 참나무 주변에 떨어진 도토리에서 새로운 참나무가 자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도토리를 없애지 않는 한, 참나무를 배었어도 문제가 사라졌다고 볼 수는 없다.

<창의성을 지휘하라> 


역시나. 테이블은 바뀌었지만 픽사의 위계질서를 상징하던 명패가 그대로 있었고, 이는 위계질서를 보여줬던 정형적인 물건이었다. 앤드루 스탠튼 감독은 명패를 지목하며 당장 치우라고 문제를 지적했다. 그러고 나서야 비로소 문제가 해결되었다. 에드 캣멀은 픽사 경영을 하면서 눈 앞에 얼마나 많은 문제들이 있는지 놀랐다고 했다. 이를 해결하는 일도 간단해 보이지만 매우 복잡하다. 참나무를 뽑는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었다. 끝까지 주위를 섬세하게 관찰해 도토리를 주워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픽사는 점점 창의력을 넓혀 나갔다. 아무리 뛰어난 천재들을 고용해도, 그들이 화합하지 않으면 창의성이 충돌하기는 어렵다. 그는 이 지점을 정확히 지적했고 당장 테이블을 치웠다. 



당신을 가로막는 긴 테이블은 무엇인가요?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치우고 바꿀 수 있을까? 나의 창조성을 가로막는 긴 테이블은 무엇일까? 스스로를 억누르는 게 있는지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할 시점이다. <창의성을 지휘하라>에서는 픽사의 긴 크리에이티브 여정뿐만 아니라, 이렇게 자신을 돌아보게 해 줄 시사점이 있다. 그런 부분들이 나를 건드릴 때마다 반성과 고민에 빠졌다. 당신을 가로막는 테이블은 무엇인가? 발견했다면 당장 치워버리자. 



참고 <창의성을 지휘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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