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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태태 Aug 11. 2019

디지털 노마드라는 환상 속 황홀함

포르투에서 살아보니 어때?


나도 디지털 노마드를 할 수 있을까?


대충 요런 느낌, 디지털 노마드의 환상


재택근무로 일하는 지금 다니는 회사로 이직하면서 어렴풋이 들었던 생각이다. 지금은 어느 정도 거품이 좀 꺼져 있지만, 불과 1-2년 전만 해도 '디지털 노마드'라는 달콤한 단어가 적힌 콘텐츠들이 많은 사람들을 유혹했다. 직종은 개발자와 디자이너 장소는 치앙마이와 발리가 극부상했다. 재택근무로 일한지 1년 반 정도가 흘렀다.(세상에 시간은 항상 이렇게 빠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우리 회사에서 가장 성실하게 자의로 사무실에 나와 일하는 직원이다. 그리고 노마드의 경험? 금요일 오후에 조금 일찍 일을 끝내고 잠깐 놀러갔던 기억들 말고는 없다. 물론 이 또한 반차를 쓰지 않아도 되니까 꿀이긴하다. 그러나 발리나 치앙마이는 근처도 못가보고, 가고 싶던 강릉에서 일해본적도 없다.



일거리를 갖고 떠나는 건 여행일까? 출장일까?


야외에서 일하기!!


어디론가 훌쩍 떠난다는 건 여행으로 봤을 땐 너무 매력적이다. 하지만, 일감을 들고 떠나는 건 어떨까? 출장과 같은 기분일까? 근무 시간에 잠깐 자리를 비워도 갑자기 급한 연락이 오면 어떡하지 걱정한다. 어디를 떠나도 핸드폰을 놓지 못한다. 평소 때보다 자주 들여다 보며 괜히 일걱정을 필요 이상으로 한다.


해외에서 짧은 기간 체류하면서 일한다는 건 어떨까? 해외에서 일하면서 즐길수 있는 부분은 일과가 다 끝난 뒤에 찾아오는 휴식시간이 대부분이겠지. 짧게 즐길 바에는 차라리 휴가를 내서 마음껏 놀고오는 게 낫지 않을까? 노마드 후기를 들춰보면서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다. 해외에서 한 달 살기가 유행인 지금, 디지털 노마드를 제대로 다녀온 이들이 있다. 디에디트. 그녀들은 한 달 동안 사무실을 옮겨 해외 살기를 하고 왔다. 심지어 '유럽'에서 말이다. 장소는 포르투칼의 포르투. 개발자도 디자이너도 아닌 콘텐츠 제작자들의 노마드 프로젝트! 그들은 한 달 동안 행복했을까?



낭만의 거품을 뺀 담백하고 담담한 기록


https://youtu.be/4GrvsQoOGE8

휴가를 다 쓰신 분들은 꼭 조심하세요! 당장 떠나고 싶게 될테니까요...!


디에디트는 유튜브 초기 때부터 너무 즐겨봤다. 몰래 몰래 훔쳐보면서 좋아요를 빼놓지 않고 눌렀다. 주로 IT리뷰를 많이했기에, 갑자기 라이프 채널이 나온다는 얘기를 듣고 놀랐다. 그리고 첫 영상을 보고 홀딱 반했다. 사무실을 포르투로 옮기면서 '어차피 일 할 거라면' 프로젝트를 시작한 그들. 매주 영상이 올라올 때마다 챙겨보면서 포르투라는 도시의 매력에 푹 빠졌다. 아마 포르투여서가 아닌, 디에디트가 그 곳에 있었기에 도시는 더욱 빛났다. 한 달간의 프로젝트가 끝나고 서울로 돌아온 그들. 포르투의 영상의 여운이 채 가시기 전에 '어차피 일 할 거라면' 프로젝트를 담은 책이 따끈따근하게 나왔다. 사실 책을 주문하고도 펼쳐보지 못했던 이유는 휴가를 가려면 아직 2달이나 남았기 때문이고, 그래도 펼쳐본 이유는 도저히 궁금해서 참을수 없기 때문이었다. 이 매력적인 사람들을 어찌할까.



낯선 곳에서도 일상을 만들어 갈 줄 아는 사람들


@디에디트


디지털 노마드는 첫 번째 조건은 해외에서 일하기. 또 다른 필수 조건은 해외에서도 '잘 살기'다. 그럴려면 낯선 곳에서 일상을 구축해야한다. 사람은 낯선 곳에서 익숙한 일을 할 때 안정감을 느낀다. 이런 안정감은 일상 속에서 나온다. 디에디트는 포르투라는 잘 알려지지도 않고 5년 전에 한 번 짧게 방문했던 그 도시에서 일상을 만들어 갔다. 장을 봐와서 요리를 하고 단골 카페를 자주 드나들며 일했다. 서울에서 하루에도 몇 잔씩 마시는 커피만큼 포르투에서 만만치 않은 양의 와인과 맥주를 하루의 여백 곳곳에서 마셨다. 빨래방에 가서 빨래를 돌리고 가끔 번화가에서 여행도 하면서 한달을 바쁘게 보내면서도 여유를 잃지 않으려했던 노력이 보였다. 여유라기보단 낭만이었다. 그들은 낭만을 놓지 않고, 정신 없는 하루 속에서 끊임 없이 낭만을 이야기했다.



유럽에서 생각보다 열심히 일했다


@디에디트


콘텐츠 제작자의 숙명인 촬영. 어디를 가던 무엇을 꼭 담고 싶다. 같은 피디들끼리 모이면 일상 대화를 나누다가도 나중에 이거 만들어보자며 카메라를 들고 메모를 남겨 놓는다. 디에디트의 후기를 읽어보니 카메라를 드는 순간 촬영이 시작됐고, 일의 연장이 되었다고 한다. 한 달 밖에 못있으니 얼마나 많은 걸 남겨놓고 싶었을까 격하게 공감했다. 개발자나 디자이너가 아닌 콘텐츠 제작자가 노마드를 하면 벌어질 필연적인 일이다. 촬영을 하지 않아도 글이라도 무언가 기록을 남겨 놓고 싶다. 어딜 가도 그렇다. 주말에 있었던 일들이 평일 글감의 소재가 되는 건 정말 흔한일이니까. 심지어 좋은 소재가 되니 기록을 피할수도 없고 피하고 싶지도 않다. 여행을 떠나도 영상을 찍는 그들. 정말 RESPECT!



나도 언젠간 떠나보리라


@디에디트


난 그 누구보다 떠날 수 있는 환경에서 일을 하지만 그러진 못하고 있다. 특유의 쫄보근성 때문이기도 하고, 일상의 패턴이 깨지면 집중하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하다. 뭐 이것도 다 그럴듯한 핑계지만 결국은 떠날 용기가 없었다. 디에디트의 포르투 한 달 살기 프로젝트를 보고 또 읽고 얻은 메시지는 누구든 떠날 수 있다는 용기였다. 그들은 책 속에서 솔직했다. 100% 성공은 아니었고 서울에서 있을 때보다 일은 훨씬 많이 했다고 한다. 조금 어설프고 실패했으면 어때. 이렇게 좋은 책이 나왔고 영상이 남았는데.


여행을 좋아하는 이다혜 작가는 <여기가 아니면 어다라도>에서 많은 사람들이 '실패하지 않는 여행'을 하고 싶은 강박에 있다고 전했다. 그래서 추천 코스에 집착하고 어디 가면 사와야 할 10가지 품목을 그렇게 사오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여행이든 노마드든 조금 서툴면 어때. 이렇게 지나고 보면 잊지 못할 기억인걸. 나도 조금만 더 용기를 내서 내년에는 꼭..! 어디든 한 달 살기 다녀와보자. 서툴든 실패하든 중간에 짐싸더 돌아오든. 어떤 경험이던지 플러스가 될 것 같다.


참고 <어차피 일할 거라면>


표지가 정말 이쁘다


https://brunch.co.kr/@theedit/504


http://www.yes24.com/Product/Goods/75449243?Acode=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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