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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태태 Aug 26. 2019

나는 나를 지나치게 믿었다


타인의 취향은 싫지만 궁금하다



취향 공동체를 너무 사랑한다. 주위에는 취향이 비슷한 지인들이 있다. 오래 만났건 짧게 만났건 함께 있으면 즐겁다. 그래서일까?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함께 있으면 내 안의 소우주가 무한대로 넓어지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만 있는 건 아니다. 조금 불편하고 껄끄러운 사람들을 만날 때도 분명히 있다. 그들의 취향이 좋지는 않지만 궁금하기도 하다.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할까? 왜 저런 걸 좋아할까? 그들은 나에게 호기심을 가져다주는 관찰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나와 맞지 않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가장 짜릿한 순간은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좋아질 때다. 이런 경험을 몇 번 하고 나니 호기심 안테나를 항상 세워두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 



나와 다른 의견과 미적 취향에 너그러워야 합니다. 다양성을 존중해야 합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에 대한 확신을 재고하고 늘 회의하고 의심해보는 사람, 그래서 결국 자기 객관화를 할 수 있는 사람이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열두 발자국>


정재승 교수는 <열두 발자국>에서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이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항상 간직하라고 전한다. 이는 타인을 포용하는 것은 물론 자신을 객관화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아주 친한 사람에게는 때론 객관적인 피드백을 얻기 어려운 점과 마찬가지. 자신을 정확히 파악하려면 스스로를 100% 신뢰하는 것보다는 내가 너무 믿고 있는 게 아닌지 한 번 자기 점검을 해봐야 한다. 



나를 지나치게 믿어버렸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름의 계획이 있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크게 조언을 구하지는 않았었다. 당시 나는 나름의 계획이 있었고 나만 믿고 잘하면 별 탈 없을 거라 생각했다. 아주 학생적인 마인드였다. 세상이 내 뜻대로 돌아가진 않지만, 내가 노력한 만큼은 보상해줄 거라는 착각에 빠졌다. 하지만, 결코 그러지 않았다. 나는 멋들어진 내 계획 탓에 졸업 후 이리저리 방황하면서 시간만 축냈다. 그동안 준비한 게 많았지만 결정적으로 잘 해내지는 못했던 것 같다. 거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나를 너무 믿었던 게 가장 큰 실수였다. 



나만의 지도를 가장 빨리 그리는 법?



정재승 교수에게도 목요일 오후만 되면 예전의 나처럼 방황하는 대학생들이 찾아와 상담을 한다고 한다. 다들 취업, 진로, 인생 고민들을 풀어놓는데, 고민의 핵심은 이것이다. '뭐든지 하라고 정해주면 하겠는데,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뭔지는 잘 모르겠다'라는 식이다. 


여러분이 세상에 나가서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지도를 그리는 일입니다. 누구도 여러분에게 지도를 건네주지 않습니다. 세상에 대한 지도는 여러분 스스로 그려야 합니다.

세상은 어떻게 변할지, 나는 어디에 가서 누구와 함께 일할지, 내가 관심 있는 분야의 10년 후 지도는 어떤 모습일지, 나는 누구와 함께 이 세상을 살아갈지, 내가 추구하는 가치는 지도 위 어디에 있는지, 자신만의 지도를 그려야 합니다.

<열두 발자국>


대학생 시절을 지나고 가장 어려웠던 부분도 이런 부분이었다. 학교에서 충족되었던 모범생의 기준은 출석을 잘하고 학점을 잘 받는 학생이었다. 그러나, 사회에 나와서는 출석을 잘하고 열심히 노력해도 잘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열심히 해놨더니 정작 나와 맞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시행착오를 여러 번 경험해야 했다. 물론 지금도 그런 과정 중에 하나일 거라는 생각도 든다. 



스스로 몸을 내던지면서 줄여나간 시행착오



회사를 처음 다니면서 하고 싶던 광고업을 시작했으나, 어떤 부분은 너무 좋지만 어떤 부분은 나와 맞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더 내가 만든 작업물이 타인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게다가 나는 절대 12시가 넘도록 야근을 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도 2년이 넘는 시행착오 끝에 깨달았다. 일과 업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여러 세미나도 가보고, 수업도 등록해서 다른 공부도 조금씩 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내가 어떤 직무에 흥미가 있고 도저히 못하겠는 부분은 무엇인지도 차츰 알게 되었다. 스스로 몸을 내던져 경험하면서 시행착오를 줄였던 것이다. 



나만의 지도를 업데이트해가는 과정



지도를 그리는 빠른 방법이란 없습니다. 길을 잃고 방황하는 시간만이 온전한 지도를 만들어줍니다. 유치원생의 마음으로 미친 듯이 세상을 탐구하세요.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지도를 얻게 되는데, 그 지도가 아무리 엉성하더라도 자신만의 지도를 갖게 되면 그다음 계획을 짜고 어디서 머물지를 계획할 때 큰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우리는 남은 인생 동안 그 지도를 끊임없이 조금씩 업데이트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누군가가 여러분에게 길을 물어보면 여러분의 지도를 보여주며 '나는 이 지도로 내가 갈 곳과 머물 곳을 정했다'라고 떳떳하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열두 발자국>


정재승 교수가 강조한 타인에 취향에 너그러운 자세와 자기 객관화. 이 모두가 결국은 나만의 지도를 잘 그려나가기 위한 과정에 꼭 필요한 태도가 아닐까 싶다. 더불어, 우리가 자신의 지도를 갖되, 항상 업데이트해야 한다는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내가 갈 곳이 정해졌더라도 타인의 생각을 듣기도 하고 자신을 객관화하면서 때로는 점검하는 시간도 필요하다. 


결국 지도를 빨리 그리는 방법은 업다. 핵심은 지도를 얼마나 업데이트하느냐가 아닐까. 오늘도 나는 내 지도 위에서 한 걸음 걸어 나갔다. <열두 발자국>을 읽고 쓴 이 글 덕분에 목적지를 향해 한 발자국 내디뎠다.


참고 <열두 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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