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해도 인생이 풀리지 않을 때는 어떡하나요?라는 질문을 들으면, 떠오르는 영화가 있다. 박물관을 열심히 찾아다니던 벤 스틸러가 이제는 아이슬란드에서 인생의 목표를 찾는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다.
나는 망했던 회사에 다녀본 적은 없지만, 팀이 프로젝트가 없어져 해체된 경험이 있다. 돈을 못 벌어오는 팀이었는데, 팀장은 초조하고 팀원은 미안해했다. 그들의 잘못도 아니었다. 광고회사에서 흔히 일어나는 '계약 종료'와 더불어, 재계약이 이어지지 않았고, 수주된 일도 없었으니까. 극 중 주인공 월터는 망해가는 잡지사 직원이다. 그 또한 초조하고 불안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에겐 또 다른 특징이 하나 있었는데. 꿈쩍하지 않고 오로지 상상으로만 모험을 한다. 행동하지 않아서 그런가? 결국 회사가 가만히 정체되어 있던 그를 내보낸다.
망해가는 잡지사의 직원 월터의 모험 이야기를 다룬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그는 '라이프' 잡지사의 마지막 표지 사진을 찾아 헤맨다. 여태껏 그는 굼뜨게 살았다. 모험도 움직이는 대신 상상으로 만족하곤 했으니까.
하지만, 잡지 폐간이라는 외적 동기와 마지막이라는 순간의 힘 덕분에 아이슬란드로 표지를 찾는 여정을 시작한다. 그가 그동안 상상으로 꿈꿨던 세계를 처음으로 몸을 써 부딪친다. 그렇게 그는 꿈에서 깨어나 현실 속 진정한 모험을 즐기기 시작한다. 그 과정 속에서 월터는 자신을 깨고 인생의 최고의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이 영화가 계속 기억에 남는 이유는 영화를 봤던 시기 때문이 아닐까. 취업 준비를 할 때 봤던 걸로 기억한다. 그때의 나는 월터를 이렇게 기억했다. "상상만 하고 행동하지 못하는 사람". 그러고 시간이 지나 직장인 n연차가 되어보니 조금은 다르게 보인다. "상상해도 할 수 없는 사람". 참 무책임한 말이지만, 살면서 적지 않은 것들이 하고 싶어도 못 하는 것들이 많다. 가족 때문에, 직장 때문에, 시간이 없어서, 돈이 없어서... 월터도 직장 생활을 하면서 상상을 이루고 싶었던 충동이 일었을 때가 있었을 것이다. 그때마다 그도 비슷한 이유들로 현실과 타협했겠지.
취업 전에는 하고 싶은 게 정말 많았고, 내가 조금만 노력한다면 뭐든지 이룰 수 있을 것만 같았다. '30살이 되면 이렇게 되어있을 거야'라고 막연히 바랬던 20살의 나처럼. 하지만, 일을 한지 몇 년이 지나다 보니 내가 모든 걸 가질 수 없다는 것도 차츰 깨닫고 있다. 이것은 현실의 벽 때문은 아니다. 왜냐하면, 취업을 준비하던 나는 세상을 너무 몰랐고, 자소서를 어떻게 썼는지 의문이 들 만큼 나를 몰랐다. 이제 차츰 나를 알아간다. 드디어 나의 상상이 펼쳐질 적재적소의 시기에 와 있는 기분이다. 현실을 알고 세상을 더 알고 나를 더 알았으니, 이제 상상하던 걸 행동으로 조금씩 옮기고 있다.
"지금 뛰어내려야 해!"
"지금!"
월터는 마지막 잡지를 장식할 표지 사진을 찾아 아이슬란드로 떠난다. 그곳에서 월터의 상상이 현실로 바뀌는 장면이 나온다. 그는 사진작가가 있을 곳으로 찾아다니며 헬기에 탑승한다. 헬기에 타서 갑자기 바다로 뛰어들어야 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는 망설이지만, 헬기 조종사는 지금 뛰어내리라 외친다. 그는 마침내 바다로 뛰어든다. 영화 속에는 이렇게 월터가 용기를 내는 여러 장면들이 나온다. 그 장면들을 볼 때마다 알 수 없는 짜릿한 감정들이 밀려온다. 그도 용기를 내는구나, 이제 상상이 아닌 행동으로 옮기는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하는 수밖에 없다. 상상에서 그치지 않고, 바다에도 뛰어내리고, 헬기도 붙잡아 보고,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빠르게 내려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 상상 안에서만 지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올 해가 시작되고 구정도 지났다. 지금 이 시점에서 다시 봐도 참 좋은 영화다. 망설이고 계속 목표를 미뤄왔다면 한 번쯤은 그의 상상이 아닌, 행동을 보면서 용기를 얻어보자. 인생이 풀리지 않더라도, 계속하는 수밖에 없다. 참고로, 월터는 행동한 덕분에 결국 마지막 표지 사진을 찾았다. 당신이 갖고 싶어 하는 것들도 결국은 찾게 될 것이다.
참고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