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계정이 생긴 지 벌써 10년이 다돼가고 있다. 디지털 유목민 세대로서 스마트폰의 도입을 함께 경험하고 지금까지 써오고 있다. 아마도 페북을 쓰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을 쓰면서 연결되었을 것 같다. 최근에 10년 동안 써왔던 페북에서 내가 전혀 몰랐던 기능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99%가 모르지 않았을까.
바로, 페이스북에는 당신이 사망하고 난 뒤에 '기념 계정'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능이다. 즉, 사람들이 나를 추모할 수 있도록 계정 옆에는 "고인을 추모하며.."라는 문구가 표시되고, 계정에 설정된 공개 범위에 따라 친구들이 기념 계정의 타임라인에 추억을 공유할 수 있다. 내가 죽어도 사람들은 내 흔적을 계속 엿볼 수 있고, 생일이나 결혼기념일 등 특정 날짜에 '나 빼고' 그 날을 추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당신이 죽은 뒤에도 계정을 추모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면 꼭 해야 할 설정이다.
이렇게 기념 계정을 미리미리 설정한다면, 공개 범위나 게시물을 사망 전에 조절할 수 있다. 그렇지만, 죽음이라는 게 소리 소문 없이 찾아오고, 아직까지 사망한 뒤에 SNS 기록을 신경 쓰는 사람들은 많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내가 사망한 뒤에 SNS 기록을 다시 생각해 봐야 할 한 가지 이유가 있다. 바로 내 삶이 오독되지 않기 위해서다.
SNS에 올린 글이나 사진으로 오해를 했거나 조금 오해를 받았던 사람(아마도 SNS를 쓰는 대부분의 사람일 듯)이라면, 우리가 죽은 뒤에 남겨질 기록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자칫하다간 타인에 의해 당신의 기록물로 일생이 '오독'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또 다른 죽음에 대한 준비가 될 것이다. 나는 SNS를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일상이 담긴 기록에 관심이 많다. 결국 남는 건 기록이니까. 그러다가 <디지털 시대의 사후 세계>를 읽고 지금 이 기록들이 미래에 내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평가해주는 인생 포트폴리오가 되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디지털 시대의 사후 세계>를 읽으면 다음과 같은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
- 지금 당장 준비할 수 있는 죽음 뒤에 SNS 계정 관리 방법
- 죽은 뒤에 나의 개인 정보와 프라이버시에 관한 정보
- SNS를 쓰는 사람들이 자신의 기록을 어떻게 바라보고 준비해야 하는지
- 디지털 시대의 2차 죽음 (타인이 당신의 기록물을 함부로 재가공할 위험과 오독할 가능성)
- SNS 팔로워가 함께 참여하는 디지털 유산
- 디지털 시대 속 죽음의 공동체
<디지털 시대의 사후 세계>의 저자 일레인 카스켓은 디지털 시대에 죽음의 심리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심리학자다. 그래서 책에는 우리가 맞이하게 될 디지털 시대의 죽음에 관한 심리를 깊게 파헤친다. 그는 런던 리젠트 대학교에서 상담심리학 교수로 재직했으며, 동 대학 심리상담 프로그램의 책임자로 있었다. 영국 보건복지부 산하 보건 및 돌봄 전문가협회(HCPC, Health and Care Professions Council)에 등록된 심리상담사이며, 영국 심리학회(BPS, The British Psychological Society)로부터 공인받은 심리학자이다.
더불어, 디지털 시대의 사후 세계에 관한 주제로 국내외에서 대중들과 소통하며, 사람들이 매일 쓰지만 결코 인지하지 못했던 죽음 뒤에 SNS 기록에 대해 이야기한다. 꼭 미래에서 온 것처럼 우리가 맞이하게 될 이전과는 달라진 SNS 세대의 죽음에 관해 심도 있게 다룬다.
<디지털 사후 세계>는 죽음에 관한 또 다른 차원의 인사이트를 던져준다. 이제 앞으로의 시대는 우리가 묻힌 공동묘지보다는 우리의 페이스북 계정에서 사람들이 당신을 더 많이 추모할 공간이 될 것이다. 또한, 당신의 유언장은 극 소수만이 읽게 될 것이지만, 페이스북 타임라인의 글들은 페친 모두가 읽을 수 있다. 자신의 온라인 유산이 이제 공공의 것으로 남게 된다는 걸 뜻한다. 그래서 더욱 신중하게 이 주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당신의 묘지는 언젠가는 사라지지만, 온라인 기록은 너무나 또렷하게 그래도 존재할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우리에게 두 가지 관점을 알려 준다. 첫 번째는 개인 기록인 '프라이버시'와 2차 죽음에 관한 이야기. 두 번째는 당신이 사랑하던 사람들과 함께할 죽음의 공동체에 대한 관점이다.
아마 대다수가 처음 SNS 계정을 만들었을 때는 그저 호기심과 지인의 근황을 알고 싶어서 가입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페북이 연결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특히 추적할 수 없는 오프라인 기록 대신에, 한 사람의 발자취와 기록을 살펴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책에서 소개된 한 사례에서는 우리가 맞이할 수도 있는 '디지털 시대의 2차 죽음'에 대해 심도 있게 다룬다.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샤론의 딸인 에이미는 23세 나이에 보기 드문 유형의 심장 발작으로 사망했다. 그래서 샤론은 딸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알기 위해, 페이스북에 엄마라고 밝히고 자신에게 개인 정보를 볼 수 있는 로그인 권한을 요구했다. 그러나 페이스북은 에이미의 '프라이버시'가 더 중요하다는 답변으로 엄마의 마음에 비수를 꽂았다. 또한 죽은 사람의 계정에 있는 정보를 확보하려면 기나긴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전했다. 결국 여전히 딸의 계정에 접속하지 못하고 있고 디지털 애도자들이 그토록 두려워하는 2차 죽음을 경험했을 것이다.
이런 경우는 우리가 흔히 맞이할 수 있는 상황이다. 저자는 "대다수의 사용자들처럼, 에이미는 소셜 미디어 유서를 작성한 적도 없었고, 특정 플랫폼에 자신의 소망을 표현한 적도 없었다." 고 이야기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아직 죽음 뒤에 일어나는 SNS 기록에 관한 영향에 대해 관심이 적기 때문인 것 같다. 그렇지만, 디지털 시대의 2차 죽음은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다. 그러므로 '디지털 시대의 사후 세계'는 사랑하는 사람과 자신이 2차 죽음을 맞이하지 않도록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주제다.
무엇이든지 잘만 쓴다면 자신에게 좋은 점으로 작용한다. 죽음 뒤의 자신의 SNS 계정 또한 그러하다. 만약 미리 준비를 잘해두거나 페이스북 기념 계정 관리자로 믿을 만한 친구를 지정해 둔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제 모두가 당신의 죽음을 당신이 설정한 기념일에 함께 기억할 수 있게 된다. 즉, 이제는 디지털 시대 속 죽음의 공동체가 탄생하게 된다.
책에 소개된 수잔은 8년 안에 남편, 딸, 친구 모두를 잃었다. 그는 엄청난 상실에 대처할 방법을 찾기 위해 블로그에 글을 쓰고 소셜 미디어에 추모 페이지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가 가장 많이 쓴 단어는 '슬픔'이 아니라 '공동체'였다. 사람들은 그가 만든 추모 페이지에서 사람들을 추억하고 기억했다.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 했지만, 그들을 사랑하던 사람들은 여전히 함께한 추억을 기리며 하나의 추모 공동체가 형성된 것이다.
사람들의 전폭적인 지지는 수잔이 관리자를 맡은 암 치료 판정을 받은 에밀리의 후원 페이지에도 쏟아졌다. 인터뷰를 하는 동안 수잔이 많이 사용한 또 다른 표현은 다름 아닌 '범람 flood'이었다. 지지의 범람, 위로의 범람, 슬픔의 범람 등. 수잔은 자신이 운영하는 웹페이지에서 사람들은 위로받고 스스로도 위로받는다.
만약 갑작스럽게 떠난 사랑하는 지인을 함께 추억하고 싶거나, 자신의 죽은 뒤에 사람들에게 스스로의 삶을 온전히 기억되게 하고 싶다면, <디지털 사후 세계> 속 나오는 여러 사례와 SNS 기록이 사람들에게 추모의 장(場)으로 남길 수 있는 실질적 조언을 꼭 참고해보도록 하자.
예전에는 유명인들이 죽은 뒤에 그 기록들은 타인에 의해서 남겨졌다. 평전을 쓴다던지 그의 발자국을 추적해서 또 다른 시각으로 그들의 죽음을 재해석했다. 그렇지만, 이제는 우리가 기억되고 싶은 사람으로 남겨지기 위한 조치를 누구나 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자신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2차 죽음을 방지하고, 이미 떠나버린 사랑하는 사람을 여러 사람과 오래도록 기리고 싶다면, <디지털 시대의 사후세계>의 디지털 시대의 죽음에 관한 조언에 주목하자. 앞으로의 시대는 영정 사진을 찍는 것처럼 디지털 기록을 미리 정리해두는 시대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효력과 사람들에 오래 기억될 것은 영정 사진 그 이상의 영향력을 갖게 된다. 사람들은 이제 공동묘지에서 당신을 기억하기보다는 SNS에서 당신을 기릴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기억되고 싶은 사람으로 남고 싶다면 <디지털 시대의 사후세계> 속 조언에 귀 기울여 보자. SNS 기록은 이제 일상 기록을 넘어 당신의 인생 기록으로 남게 될 테니까.
참고 <디지털 시대의 사후세계>, 일레인 카스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