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이 짧을 수록 비싸지는 시나리오
인생공부 신영준 박사님과 함께하는 <멘토링 프로젝트 3기>에 참여하면서 매 주 독후감을 쓰게 되었다. <일취월장>에 이어서 두 번째로 선정한 책은 <박스오피스 경제학>이다.
선정한 이유는 두 가지가 있다.
1. 인생공부 팟캐스트에서 고영성 작가님의 높은 평점을 받아 소개 된 책
2. 문화산업/콘텐츠 분야 종사자로서 한 번쯤은 읽으면 좋을 책
아래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 그리고 궁금했던 부분 위주로 소개하려고 한다.
#1. 설명이 짧을 수록 잘 팔리는 시나리오
"25단어 이내로 전달할 수 있는 이야기"가
가장 좋은 영화의 조건이다
-스티븐 스필버그-
시나리오 가격은 '시나리오 피칭'에서 결정 된다.
'시나리오 피칭': 시나리오 피칭은 시나리오 작가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제작자나 투자자에게 설명하고 투자를 유치하는 일종의 프레젠테이션이다. 한 편의 시나리오가 영화화 되는가 혹은 글로 남는가가 정해지는 중요한 분기점이다.
피칭의 핵심은 '한 줄요약'이라고 할 수 있다. 성공적인 피칭이 되려면 영화의 핵심 내용을 쉽고 간결하게 전달하되, 투자자들을 혹하게 만들 매력이 드러나도록 해야 한다.
잘 팔리는 시나리오의 조건: 평균 설명 단어수 25개.
연구는 1988년부터 2003년까지 팔린 1269편의 미국 시나리오를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분석된 시나리오들의 피치 단어 수는 2개에서부터 95개까지 다양했고, 평균 25개였다.
시나리오 피치의 단어 수가 많을수록 시나리오의 가격은 낮아졌다. 즉 시나리오 설명 글이 짧고 간결할수록 더 비싸게 팔려다는 의미다. 특히 시나리오 설명 글이 짧고 간결할수록 더 비싸게 팔렸다는 의미다. 시나리오 작가가 집필이나 수상 경험이 적은 경우 이러한 현상은 더 두드러졌다. 작가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수록 시나리오 피치 단어 수에 더 많이 좌우 됐다는 이야기다.
"짧은 글"에 관한 생각
나는 광고 업계에 종사한다. 더 정확히 얘기하자면, 광고와 콘텐츠 그 중간에서 일한다. 지금은 브랜드의 보이스가 들어간 콘텐츠를 만든다. 예전에는 브랜드의 보이스가 티비광고/지면광고 형식으로 전해졌다면, 내가 하는 일은 콘텐츠로써 브랜드의 보이스를 풀어내는 일이다.
에디터로 글을 쓰다 보니 가끔 카피를 쓸 일이 많다. 에디터의 문장도 그렇고, 우리의 기준은 "무조건 짧게 쓴다"이다. 긴 글은 번잡하다. 내 글쓰기 멘토 경향신문 기자님이 들려준 얘기다. 글은 무조건 짧게 쓰라고, 긴 글은 독자를 배려한 글이 아니라고. 글을 길게 쓰는 것 보다는 짧게 쓰는게 더 어렵다. 일단 많이 덜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아래 재미있는 시나리오 피칭을 소개한다
"조폭이 학교를 간다면?" <두사부일체>
"한국이 여전히 일본의 식민지라면?" <2009로스트메모리즈>
"촌지 대마왕 선생이 시골 분교에서 진정한 교사로 거듭난다" <선생 김봉두>
"우주선의 <죠스>" <에어리언>
#2. 경제 불황과 영화 흥행
"불황엔 저가 문화 생활, 영화/엔터테인먼트주 약진"과 같은 표현이 많이 등장한다.
정말 불황일 때 영화 산업 매출이 더 오를까?
결론은 그렇지 않다. 영화 관람 행위도 다른 일반적인 재화들처럼 소득과 가격에 탄력적으로 반응했다.
소득이 줄어들면 영화 관람객도 줄어 들고, 영화 티켓 가격이 싸지면 더 많이 본다는, 다른 상품들과 크게 다를게 없다는 밋밋한 결론이었다.
관람료가 낮아져서 영화를 더 보는 비율보다는 소득이 오를 때 영화 관람이 늘어나는 비율이 높아 다른 재화들과는 조금 다른 특성이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 영화표가 조금 싸졌다고 영화를 더 본다기 보다는 삶에 여유가 있어야 영화를 볼 생각을 더 많이 하기 때문이다.
문화 활동을 하는 것 자체가 삶에 여유가 있다는 뜻이다. 시간과 돈이 있어야 여행을 가고, 안정적인 직장에서 근무를 해야 눈치 안보고 연차를 쓰기 때문이다. 매일 늦게 끝나고 경제적인 압력을 받는다면 문화 활동 횟수도 줄어들 것이다.
#3. 유명 배우 vs 마케팅비, 어느 쪽에 투자할까
산업 영화를 만든다면 수익율에 집중한다.
1. '질적개선'으로는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더 좋은 배우, 더 좋은 감독, 더 좋은 시나리오를 확보하려 하고, 요새는 스토리에도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요인'들을 넣기 위해 노력한다.
예를 들어 영화를 촬영한 뒤 에피소드별로 나누어 예비 관객 평가단에게 보여주면서 재미있어 하는 장면은 편집에 반영하고 호응이 없는 장면은 빼는 식으로 스토리 자체를 '수익형'으로 만들기도 한다. 이런 작업들이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영화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라면
2. '양'적 개선 작업도 병행한다
좋은 투자 배급사와 계약을 맺어 상영관 수를 많이 확보하는게 대표적이다. 한꺼번에 많은 상영관에서 영화를 상영해 입소문도 빠르게 내고, 매출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즉, 훌륭한 배우나 감독, 유명 배급사 등을 내세우는 것보다 제작비가 높을수록, 마케팅비가 높을수록, 그리고 스크린 수가 많을수록 수익률이 더 높게 나타났다는 이야기다.
이는 우리나라 영화 시장에서도 물량 공세가 강하게 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제작비 중에서도 몸값 높은 배우를 끌어오는 데 돈을 들이는 것보다는 마케팅비를 더 쓰는 게 수익 면에서는 훨씬 나을 수 있다는 결과다.
#4. 영화 성공 절반은 개봉일 택일에 달렸다
개봉 첫 주 상영관 수가 영화 매출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위에서 언급한 마케팅 비용-스크린 수 확보 와 일치)
영화 박스오피스 매출의 60-70%가 보통 개봉 3주 안에 이루어진다.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승부를 봐야 하는데, 개봉할 때 강력한 경쟁작이 있으면 흥행 전략에 차질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최근 영화들은 전국의 여러 상영관에서 동시에 개봉하는 '와이드 릴리스'가 일반화되면서 평균 상영일 수가 점점 짧아지는 추세다. 이렇게 상영일 수가 짧아지면서 개봉 첫 주말의 관객 수가 전체 관객 수를 좌우하는 '개봉 첫 주 효과'는 더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개봉 첫 주 효과'를 누리기 위해 경쟁작 개봉 시기는 어떻게 피해야 할까?
어떤 영화를 개봉한다면, 앞서 개봉한 영화의 흥행보다는 나중에 개봉할 영화의 흥행에 더 영향을 받는다.
보통 영화들은 개봉 첫 주 효과가 중요하고 좋기 때문에 나중에 개봉한 영화들이 앞서 개봉한 영화의 매출을 뺏어올 가능성이 더 높은 탓이 아닐까 싶다. 반대로 경쟁작이 먼저 개봉했을 때에는 첫 주효과의 힘으로 반격할 가능성이 높아 진다.
즉, 개봉일을 선택할 때 되도록 많은 스크린을 확보할 수 있는 시기를 잡는 것이 중요하다.
경쟁 영화가 근접해 개봉할 것으로 예상되면 그 영화보다 개봉을 한두 주 뒤로 미루는 것이 좋다.
경쟁 영화보다 먼저 개봉할 것인가, 나중에 개봉할 것인가를 택해야만 한다면 나중에 개봉해야 한다는 것이다.
#5. <하우스 오브 카드>의 캐스팅 디렉터는 '빅데티어'였다.
예전부터 빅데이터의 활용처로 언급되던 영화 추천 프로그램은 물론 감독과 배우의 캐스팅에도 빅데이터가 활용된다. 작품 제작 과정에서 빅데이터를 활용해 성공한 대표적 사례로 넷플릭스가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의 미국판을 새로 제작한 것을 꼽을 수 있다.
넷플릭스는 영국 BBC의 미니시리즈 <하우스 오브 카드>의 리메이크 라이센스를 취득했다. 제작에 앞서 넷플릭스는 영국판 오리지널 시청층 및 유사 드라마 시청층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을 수행했다.
분석 내용은 이들이 사이트에서 무엇을 검색했는지, 시청한 동영상에 매긴 별점은 몇 점이었는지, 이들이 어디 살고 있는지, 이용하는 기기가 주로 무엇인지, 플레이 버튼을 몇 번 눌렀는지, 어떤 구간에서 다시보기 버튼을 클릭하는지, 평일과 주말에 각각 어떤 프로그램을 선호하는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자신이 본 프로그램을 언급하고 있는지 등과 같은 것이었다. 이 내용을 모두 분석한 결과, BBC에서 제작한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케빈 스페이시가 주연한 드라마와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작품을 주로 검색해서 본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러한 분석을 토대로 넷플릭스는 미국판을 제작하며 데이비드 핀처에게 연출을 맡기고, 케빈 스펭시를 캐스팅함으로써 큰 성공을 거두었다.
빅데이터의 활용 범위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 회사에서도 소셜툴을 적극 활용해서 객관적인 정보를 많이 파악하려고 한다. 일종의 통계를 이용하는 것인데, 감정 분석과 연관어 분석이 이에 해당한다. 광고 업계에서도 Data driven creativity가 화두에 올랐다. 여러 광고대행사에서도 소셜툴을 적극 활용하고, 이를 전담하는 팀까지 생기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여전히 맹점은 존재한다. 데이터를 실제로 추려보니 파악하지 못하는 부분도 많이 있었고, 분석하기에 따라서(사람의 주관이 담기니 전혀 다른 데이터로 가공됨) 다른 결과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지금 상황에서 데이터의 활용은 '적재적소'전략으로 활용해야 한다. 데이터를 파악해서 creativity에 반영하되, 너무 의존하지 않는 것이다. 복잡계로 구성된 마케팅 시장에서 표면적인 결과를 긁어 모은 것으로 모든 걸 파악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맥락적인 사고와 통계적인 사고 두 역량이 모두 필요한 부분이다.
<박스오피스 경제학>을 읽고 크게 와닿았던 부분은 '문화 산업을 읽는 경제학'이다.
경제학으로는 볼 수 없을 것 같았던 문화콘텐츠가 실제로는 어느 정도 분석이 가능하고,
창작의 영역에서도 꽤나 많은 부분을 기여한다는 것이다.
사실 크리에이티브를 만드는 사람들은 이런 통계/데이터에 반감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인간에서 출발한 인사이트가 우선이라는게 대부분의 의견이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 인사이트에서 기반한 인사이트가 많은 공감을 얻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미 많은 데이터가 시장에 쌓여있고, 이를 적극 활용해서 반영하는게 더 큰 대중의 공감을 얻기 위한 크리에이티브라 생각한다!
더 깊은 이해를 위해서 아래 팟캐스트를 추천드립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6hqV5K6ycx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