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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일기
by 태태태 Mar 10. 2018

바다에 사는 포유동물을 사랑한다는 것은

혹동 고래. 그들은 숨을 쉬고 싶을 때만 밖으로 나가서 숨을 쉰다. #태그림


#수영을 잘해서 부럽다네 


나는 그들에 대한 모한 동경이 있다. 일단 당연한 얘기지만 끊임없이 수영을 하며 바다 너머로 갈 수 있어 부럽다. 고래는 최대 시속 50km까지 헤엄칠 수 있다고 한다. 사람은 배를 타야 하거나 최소한 오리발이라도 껴야 저 멀리 갈 수 있지만, 그들은 물속에서 여유를 부려 가면서 저 멀리 나아갈 수 있다. 사람이 볼 수 없는 심해 바다 색상을 볼 수 있겠지. 왠지 그들만이 누리는 바다의 세계는 RGB만으로는 볼 수 없는 블루톤이 있을 것만 같다. 


이 대륙 그리고 저 대륙을 향해 헤엄쳐 가는 기분은 어떨까. 사람들이 타고 있는 배를 여유롭게 추월할 때는 약간 우쭐한 기분을 느낄 수도 있겠다. 고래들은 기름이 없어도 잠깐의 휴식과 영양 보충으로 바다를 가로지르는 동력을 얻는다. 


하늘을 나는 일 보다 지구를 둘러싼 바다를 가로지르는 일이 왠지 더 멋스럽다. 지금 헤엄치는 바다에서 한쪽 방향으로 계속 헤엄치다 보면, 언젠가는 지금 이 자리로 돌아올 수 있으니까. 헤엄치는 과정에서 공허한 하늘보다는 여러 생물들이 살고 각기 다른 파란 색채를 보는 건 어떤 경험일까.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수컷 범고래는 다른 고래들 보다 빨리 죽는다 #태그림


#외롭지 않아


돌고래가 내는 여러 소리 중에서 '삐이~삐이'하는 소리는 저 멀리 있는 친구들과 나누는 소리라고 한다. 나는 어떻게든 모든 동물들은 자신들끼리 소통을 한다 생각한다. 강아지는 서로의 냄새를 맡으면서 장난치는 것도 그들만의 '교감'이다. 


돌고래들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고 가는지 모르겠지만. 멀리서도 내 목소리를 들어주고 응답을 해주는 존재가 있다는 건 참 부러운 일이다. 


혼자 있을 때 내가 어떤 움직임을 보인다고 해서, 외부의 존재들이 어떠한 작은 미동도 없다 느껴질 때가 있다. 

혼자 살고 있는 나는 기분이 좋지 않을 때 더 구석으로 들어간다. 구석에서 한 숨을 쉬어보지만 밖은 시끄럽고 때로는 너무 고요하다. 때로는 소음에 내 목소리가 묻혀가고 너무 고요해서 목소리를 내기도 움찔해질 때가 있다. 


고래들은 빛이 없는 바다에서 소리를 내 장애물과의 거리를 알고, 주위 고래들과 교류를 한다. 혼자서 깊은 바다에 있을 때 고래들은 자기의 목소리를 낸다. 그리고 주위에 누가 있는지 확인한다. 다른 고래가 있다면 서로 응답해주면서 고래들은 안심을 한다. 


나도 혼자 있지만 누군가는 항상 나를 응답해 준다. 어떤 작은 소리를 내도 귀 기울여주는 사람들이 있다. 아무도 들어줄 것 같지 않았지만 내 소리를 들어주는 사람들이 있다. 고래만큼 충만한 삶을 채워주는 사람들이다. 

멀리 있어도 때로는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도록 나를 데워주는 사람들. 


혹동고래는 인간 뿐만이 아니라 다른 고래나 바다 표범을 지켜주는 모습이 자주 포착 된다 #태그림


#우리가 보는 고래의 유일한 모습 


사람이 바다에 들어가지 않고 고래를 보는 순간은 수면 위로 올라왔을 때다. 수면 위에 보여지는 고래는 우리가 보는 잠깐의 모습. 바다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모른 채, 잠시 수면 위로 올라 온 모습에 우리는 열광한다. 고래가 헤엄치는 멋진 모습을 보면서 대단하다 느낀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이 얼마나 깊은 수압을 느끼고 그것을 거슬러 숨을 쉬러 오는지 알지 못한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를 잘 알지 못하면서 잘 안다는 오류를 범한다. 고래의 입장이 되어 본다는 건 그들이 갖고 있는 바다 압력의 무게를 느껴본다는 것이다. 평생 알 수 없겠지만 한 번 물속에 들어가 압력을 느껴 보는 것이다.


최근 수영을 하는데 물속에서 답답함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 물속에서 숨을 쉬는 건 '음, 파'로 끝나는 일은 아니다. 반복 훈련을 통해 익숙해져야 하고 몸도 긴장을 풀어야 앞으로 나아간다. 쉬워 보이지만 수영을 하는 모든 동작 중에 제일 익히기 어렵다. 


고래가 느끼는 압력을 느껴보기. 전혀 알 수 없지만. 우리는 생각하고 상상할 수 있다. 

깊은 해저에서 헤엄치다가 물 위로 떠오르기까지 받는 수압. 그걸 생각해보는 것이다. 


#See the unseen 

모든 사람들이 잠깐 보이는 순간 뒤에 숨어 있는 압력을 상상해 보면서, 그들이 보여 준 적 없는 모습을 생각해 본다. 압력을 느끼고 수면 위로 올라오기까지 숨어 있던 시간들. 고래가 물 위로 힘껏 떠오르는 모습을 보면서 그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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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와 콘텐츠를 만들지만.
혼자 하는 딴짓이 제일 좋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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