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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드백이 없으면 발전도 없다

악플보다 무서운 건 무플

by 심야서점

#1. 왜 직급이 올라가면 무능력해지는가?


일도 잘하고 평가도, 평판도 좋았던 사람이 높은 위치에 올라가면 이상한 결정을 하고, 누가 봐도 옳지 않은 행동을 할 때가 있습니다. 어떤 책에서는 승진하는 만큼 능력이 향상되지 않아서 그렇다고도 하고, 어떤 책에서는 직급에 맞는 역량이 준비되지 않아서 그렇다고도 말합니다.


물론 그런 것 하나하나가 원인이 될 수 있겠지만, 저는 가장 큰 이유는 피드백의 부재라고 보고 있습니다. 직급이 낮을 때는 주변에 자신보다 선임, 상사가 많기 때문에 피드백을 받을 일이 많습니다. 실제로 피드백을 받고 자신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발전된 방향으로 가는 건 다른 문제이지만 그럴 수 있는 기회가 많다는 거죠. 그런데, 직급이 올라가면 그런 기회가 점차 사라집니다. 자기가 피드백할 일은 많아지지만, 정작 자신이 행한 행동이나 결정에 대해서는 피드백을 해줄 사람이 점차 사라지고, 종국에는 없어집니다.


피드백이 사라지면서 발전도 멈춰버리는 거죠. 사람 중에는 스스로 피드백을 받는 기회를 적극적으로 찾는 이도 있습니다. 멘토를 찾고, 상담도 받아 가면서 기회를 만드는 거죠. 그것이 아니면 보통은 주변에 피드백을 해줄 사람이 사라지게 됩니다. 부하직원이나 후배에게 피드백을 한다고요? 그건 그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큰 리스크입니다. 상사나 선배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는데, 앞장서서 말을 할까요? 오죽하면 조선시대 대간은 목숨을 걸고, 왕에게 직언을 했을까요?


#2. 직급이 대리 이상이 되면 사실상 커리어 전환이 어렵다?


예전 헤드헌터 분이 이직을 원하는 제게 해줬던 말입니다. 다음과 몇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과장급 정도 되면 어느 정도 자신의 업무에 대한 전문성이 쌓이는 시기인데, 그 자산을 원점으로 돌리면서 커리어를 전환하는 것은 상당한 리스크가 있다. 돈 문제도 걸려있죠. 그동안 받았던 보상을 거의 원점부터 시작할 수 있느냐, 가정이 있는데 이해를 구할 수 있겠냐는 것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대리 정도, 그 정도 연령을 넘어가면 업무를 전환하는 데 있어서 사고 유연성, 적응력이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었다. 머리가 굳었다는 표현을 쓰더군요.


마지막은 커리어 전환한 후에 어쩔 수 없이 익숙하지 않은 업무에 지적도 많이 받게 되는데 그것을 창피해하고, 자존심 상하고, 주눅이 들게 되거나, 어떤 피드백도 없는 경우는 발전은커녕 적응도 못해서 금세 퇴사를 하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중에서 마지막 이유가 가장 크다고 했습니다. 보통 나이 이런 상사에게, 스타일이 강한 상사에게 일에 대한 지적을 받으면 자신에게 하는 공격이라고 생각하여 조직에 부적응한 것과 같은 모습을 보이고, 이것이 불편하여 회사에도 일정한 나이 이상의 직원을 뽑지 않는다는 것이었죠.


#3. 누가 좋은 상사일까?


대학을 휴학하고 6개월 정도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근무한 적이 있었습니다. 회사 생활은 처음이었기에 시행착오도 많고,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것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하나라도 더 배운다는 생각에 열심히 노력했습니다.


첫 사수는 저와 동갑이었지만, 한 학번 낮은 개발자였습니다. 그 사람은 일반 사람들이 말하는 마냥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제가 실수를 해도, 뭐라고 지적도 않고, 기대치에 못 미치더라도 불평 없이 제가 할 일을 대신 처리해 줄 때도 있었습니다. 그냥 웃고, “괜찮다. 괜찮다”라는 말만 반복하는 사람이었죠. 방심했던 탓일까요? 어차피 사수가 해결해 줄 거니까, 나는 이 정도만 해도 된다는 생각을 하면서 일이 다 끝나지 않더라도 칼퇴근하면서 시간을 보낸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상황이 일순간 반전되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계기는 그 사수가 다른 이에게 했던 제 평가였습니다.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다음과 같았던 것 같습니다.



“실수가 잦고, 그것을 고치려는 노력을 하지 않음. 실수가 뭔지도 모르는 것 같음. 의지가 되지 않음.”


앞에서도 아니고, 뒤에서 이런 평가를 했다는 게 화가 나는 순간도 잠깐 정말 창피했습니다. 난 뭘 했던 걸까? 회사는 학교가 아니라, 사회생활인데 돈 받고 그에 합당한 역할을 하는 곳인데, 전 아직도 학생이었던 거죠.


그 평가 후에 타의로 사수가 바뀌었습니다. 첫 번째 사수가 저와 일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던 거죠. 앞에서는 생글생글 웃던 사람이 평가와 조치에 대해서는 가차 없었던 겁니다.


두 번째 사수는 저보다 3~4살 많은 개발자였습니다. 일류대 출신에 머리도 명석해서 그런 사람이 왜 이렇게 작은 회사에 있을까 생각할 정도였습니다. 한 가지 흠이 있다면 다혈질이었다는 점입니다. 욕을 달고 살았습니다. 제가 작은 실수를 하면 불같이 화를 내고, 수시로 지적질을 했습니다. “발전 없는 새끼” “멍청함이 도를 넘은 새끼” “민폐 자식” 등등 일반적으로 말해도 욕처럼 들릴 정도로 화려한 욕 실력을 갖춘 사람이었습니다. 하루하루 출근하는 게 괴로웠습니다. 오늘은 무슨 욕을 들을지, 사수 얼굴만 보면 쪼그라들 정도였죠. 길에서 우연히 마주쳤는데, 숨을 정도로 기가 죽어있었습니다.


그 대신 그 사람의 장점은 그렇게 지적을 해도, 제가 물어보는 것, 해결하기 어려운 것은 같이 고민해 주고, 좋은 말은 아니지만 알려줬다는 겁니다. “넌 이게 부족해, 데이터베이스 개념이 없어 책 좀 봐, 알고리즘이 비효율적이야, 뭘 공부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내가 해보니까 이렇게 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등등


물론 욕 듣는 시간이 하루 몇 시간씩 됐고, 야근도 심했고 편두통도 심한 날이 이어졌는데,

퇴사를 고민하던 와중에 힘이 되었던 건 그 사수의 저에 대한 평가입니다.


“발전 가능성이 높음. 피드백을 하면 즉각 고치고, 스스로 찾고 공부해서 해결책을 내놓음.”


누가 좋은 사수일까요?


물론 요즘 같은 시대에 욕을 하고, 험하게 다루는 상사가 용납될리는 없습니다. 극단적인 사례를 들었지만, 피드백에 집중해서 생각해 보겠습니다. 자신을 공격하는 것과 자신의 업무와 성과에 대해서 지적하는 것을 구분해야 합니다.


피드백을 해주는 건 그 사람에게 개선과 발전 기회를 주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걸 고민하지 않는다면, 피드백을 안 하는 게 맞습니다. 아예 무관심한 거죠. 그럴 경우는 스스로 알아서 잘해야 합니다.


기분 나쁘다 하여, 자존심이 상한다고 하여 스스로 피드백의 기회를 차버린다면 스스로 발전의 기회를 차는 것과 같습니다.


좋은 약은 입에 쓰다고 했습니다. 칭찬만 하고 사탕 발린 말을 하는 사람을 경계해야 합니다.


그들은 당신의 발전에는 관심이 없고, 당신에 제공할 수 있는 자신의 이익에만 관심이 있는 겁니다. 의사가 환자에게 좋은 말을 늘어놓을까요? 냉정할 정도로 그들은 당신에게 충고를 합니다. “살 빼라”, “술 줄여라.” “운동해라”, “당신 그러다 죽는다.” 등등… 좋은 말만 늘어놓은 의사가 소용 있을까요?


누구도 자기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에 대한 피드백이 하나하나 소중한 것입니다. 불편하더라도 객관적으로 자신을 직시하고, 두렵더라도 피드백을 받아들이세요. 그것이 먼저입니다. 그다음이 피드백의 방식이나 표현의 적절성을 따지는 겁니다. 피드백의 방식이나 표현의 적절성이 마음에 안 든다고 피드백 자체를 부정해 버리면, 멈추는 겁니다. 안주하는 것은 곧 퇴보함을 의미합니다.


피드백은 발전 마인드로 봤으면 좋겠습니다. 자존심의 문제가 아닙니다. 좋은 피드백은 후배에게서도 나이 어린 이에게도 받을 수 있는 겁니다. 개선될 여지만 있다면 말이죠.


ps. 저도 평가는 항상 두렵습니다. 제 글에 달린 댓글이나 평가는 잘 보지 못합니다.

그런데, 악평과 비평은 구분해야 합니다.

악평은 평을 쓰는 이의 기분의 배설이자, 자신의 열등감의 표시라고 생각하고,

비평은 발전을 위한 조언이라고 봅니다.


사실 문제는 경계가 모호한 글이 있다는 것이겠지만요.


※ 사진 출처: UnsplashNational Cancer Instit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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