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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의 장점과 단점

날아오르는 용의 등을 타고 싶어 하지, 스스로 용이 될 생각은 하지 않지

by 심야서점

I. 대기업이 갖는 장점은?


어느 유튜브를 보니, 대기업의 장점을 설명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었습니다.

사실 그 영상을 보기 전에는 유머이거나, 대기업의 장점을 사칭하여 단점을 설명한 영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순수하게 대기업의 장점을 정말 공감 가는 내용으로 정리했더군요.


기억나는 대로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1. 체계가 잡혀서 배울 것이 많다.


맞습니다. 조직 규모가 크다 보니, 기본적으로 사람이 아닌 시스템 중심으로 일이 이루어지고,

이를 위한 프로세스가 잘 갖춰져 있습니다. 표준화된 프로세스를 준용하다 보니 그것만 따라서하는 것 자체가 배움이 됩니다.


2. 다양한 기회가 있다.


눈치 볼 필요 없이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 기회도 있고, 선발이 될 경우에는 학위 취득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외국 법인이 있는 경우는 여행 가기도 쉽지 않은 해외에서 근무할 수 있는 기회도 얻을 수 있죠.


3. 주변에 배울 사람이 많다.


대기업이란 매력에 역량 높은 사람들이 몰려드는 것도 있지만, 아무래도 규모가 크니까 주변에 뭐라도 한 가지 배울 수 있는 사람이 많습니다. 물론, 이상하거나 이런 사람이 왜 대기업에 있지 생각되는 사람도 있습니다. 뭐 모수가 커서 생기는 일이겠지만요.


4. 연봉이 높고, 복지가 좋다.


가장 큰 메리트로 연봉이 상대적으로 높죠. 물론, 인상률은 크지 않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대부분의 대기업은 역피라미드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하후상박의 보상 체계를 채택하려고 노력을 합니다. 그래도, 중소기업, 중견기업 대비해서는 보상 수준이 큰 편입니다. 게다가 복지도 좋습니다. 건강검진, 식비, 의료비, 교육비, 명절 선물 지원 등 다양한 복지 혜택을 제공하여 주변 부러움을 사는 경우가 많죠.


5. 휴가 사용이 자유롭고, 정부 정책 변화를 재빠르게 적용한다.


물론, 그렇지 못한 회사나 부서도 있으나 대체로 휴가 사용이 자유롭습니다. 기본적으로 사람이 많고, 사람마다 조직에 대한 그 사람의 의존도가 극히 낮다 보니 휴가를 쓴다고 해도 크게 변할 것은 없습니다. 그래서, 따로 눈치를 볼 필요가 없죠. 게다가 최근엔 주 52 시간 준수도 대기업만큼 확실하게 지키는 곳이 없습니다. 정부 시책을 최대한 준수하려고 노력하기 때문에 워라밸 수준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6. 높은 네임밸류로 주변 이미지가 좋고, 사회적으로 안정되고 위치가 높다.


대기업 명함을 어디에 제시하면, 자기소개를 따로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높은 네임밸류를 자랑합니다. 아직도 부모님들은 자식이 대기업 다니는 것을 자랑거리로 삼을 정도입니다. 게다가 결혼 시장에서도 인기가 많죠. 뭐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느끼는 바일 겁니다. 관계사 미팅할 때 대기업의 명함이 자연스럽게 상하를 나누는 경우를 볼 수 있습니다.


그 밖에 장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7. 재무적으로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9. 이직하기 상대적으로 쉽다.

10. 소속감이 강하다.

11. 비위 행위에 민감하며 조치가 빠르다.


제가 직장을 그만두었을 때도 가장 먼저 깨달은 것은 명함에서 회사 이름을 지우는 것만으로도 나를 설명하기가 어려워지고, 나 자신이 초라해지는 것이었습니다. 두꺼운 갑옷을 입고 있다고 발가벗겨진 기분이랄까요? 은행 대출 이자가 갑자기 오르는 것은 덤이었죠.



이러한 장점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대기업을 들어가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이것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독일에서는 사회 초년생들은 대기업에 들어가고 그곳에서 교육과 경험을 쌓으며, 역량이 갖춰지면 중소기업으로 이직하여 대기업에서 배운 경험을 발휘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것이 대기업의 역할이라는 언급과 함께 말이죠.


II. 대기업이 갖는 단점은?


자 그렇다면, 대기업이 장점만 있을까요? 유튜브에서도 장점과 함께 단점을 같이 다뤘지만,

제가 생각하는 단점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사실 여기서 말하는 단점은 대기업 자체가 갖는 단점이라기보다는 대기업을 다님으로써 얻게 되는 부영향 같은 것으로 이해해 주면 좋겠습니다.


첫 번째, 높은 보상으로 이동이나 도전을 꺼리기 쉽습니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현재, 우린 자의든 타의든 이직이나 퇴직을 해야만 합니다.

그런데,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 적절한 이직 시점이 있습니다. 혹 커리어를 전환하고 싶다면 그 시점은 더욱 빨라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당장 손에 쥐는 이익이 많기에 이동이나 도전을 결심하기가 어렵습니다.


"아 옮길까?" 생각하다가도 "뭐 안되면 여기 계속 다니지.." 단념하기 쉽고, 결국은 전직, 이직 시점을 놓치게 됩니다. 현 직장에서 정년퇴직까지 할 수 있다면 모르겠으나, 그렇지 않을 경우엔 어쩔 수 없이 이직해야 하는 시점은 결국 늦은 시점이 돼버립니다.


그리고, 이직이 잦은 것도 문제이지만, 한 직장에 너무 오랫동안 있으면 자신의 업무와 역량을 검증할 수 있는 기회를 잃은 채 한 직장에 최적화된 회사원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두 번째, 자신의 적정한 시장 가치를 파악하지 못하기 쉽습니다.


대기업은 앞서서 높은 보상을 제공한다고 했죠? 그 보상을 자신의 시장 가치로 착각을 하거나, 조직의 네임밸류를 자신의 네임밸류로 혼동하는 경우, 적합한 시장 가치를 판단하기가 어려워집니다.


보상으로 자신의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는 시점은 앞서 설명한 적절한 이직 시점과 일치합니다.

이직하기 쉽다는 이야기는 자신의 시장 가치를 현재 보상으로 그대로 인정해 줄 회사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겠죠. 그런데, 그 시점이 지나면 자기 객관화하기가 어렵습니다.



자신의 포지션에서 자신이 어느 정도 가치가 있는지 차 떼고 포 떼듯이 조직의 네임밸류를 벗어버리면 얼마나 있을까요?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대기업에서 이직을 하거나, 퇴직을 하는 분들이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있는 경우가 있다고... "내가 이런 일도 했고, 이런 경험도 있고..." 그런데 직접 할 수 있는 일은?


세 번째, 전문성을 확보할 기회를 잃기 쉽습니다.


대기업은 거대한 시스템입니다. 잔인하게 들리겠지만 그 안의 개인은 부속품에 지나지 않습니다. 즉, 대기업이란 조직은 자신의 시스템에 적합한 부속품을 원합니다. 그 사람이 너무 뛰어나서 대체할 수 없거나, 많은 영역을 커버하거나 일반화하여 다양한 기업에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은 시스템 입장에서는 영속성에 해가 되는 요인일 뿐입니다. 그리고, 직급이 올라가서 관리자가 되면 전문성보다는 시스템을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는 제너럴리스트로 위치하게 됩니다. 자신의 전문성을 키우려면 스페셜리스트가 되어야 하는데, 연차가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제너럴리스트를 강요받게 되죠.


대기업을 다니는 직급이 높은 인원은 실무를 직접 하는 것보다 관리하는데 최적화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극 소수의 제너럴리스트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제너럴리스트는 그 자체로 경쟁력이 없습니다.


그 외에는 진취적인 도전을 하기가 어렵다는 점, 계층 구조를 흔드는 조직 내 성장이 어렵다는 점, 매너리즘에 빠지기 쉽다는 점 같은 단점이 있겠네요.



여기까지 보면 그럼 어쩌라는 거냐, 대기업에 가라는 거냐, 말라는 거냐라는 말이 나올 수 있죠.

대기업 문이 좁다 보니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고요.


먼저 대기업에 있는 분이라면, 다음과 같은 활동을 권해드립니다.


1. 자신의 이력서를 다시 써보세요. 그리고, 자신이 전문성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영역이 무엇인지 찾아보세요. 전문성이라고 할 수 있는 영역은 당연히 시장성이 있어야 합니다.


2. 전문성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무엇을 하는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이직을 해야 한다면 어디로 해야 하는지 가상 이력서도 같이 써보세요. 당연히 경력 전환을 원한다면 더욱 빠른 시점이어야 합니다.


3. 자신의 시장 가치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얻으세요. 꼭 이직이 아니더라도, 헤드헌터를 통해서 자신이 이동할 수 있는 회사, 포지션, 조건을 정기적으로 점검을 받으세요. 처음 쓴 이력서를 가지고 말이죠. 세상에는 좋은 헤드헌터 분도 많습니다. 제대로 커리어에 대한 조언을 해줄 수 있는 분을 찾으면 관계를 끊지 말고, 계속 이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오해 말아야 할 것은 현재 조직을 떠날 마음을 갖지 말라는 것이 아닙니다. 위 활동을 통해서 시장 가치도 높이고, 전문성을 키우면 현재 조직에도 이익이 됩니다. 그것을 현 조직에도 활용을 하고, 다른 기회가 있다면 조직을 떠나는 옵션도 생각할 수 있는 겁니다.


예전에 제가 후배들한테 항상 했던 말이 있습니다.

"이력서는 정기적으로 업데이트해라, 이직할 생각이 없어도 헤드헌터를 통해서 자신의 시장 가치를 평가받아라" 현 직장을 포함해서 자신의 시장 가치에 무관심한 개인을 원하는 조직은 없습니다.


현재 대기업에 재직하는 분이 아니라면, 다음과 같은 활동을 권해드립니다.


1. 자신의 이력서를 쓰고,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영역을 찾는 것은 동일합니다.


2. 여기에 시장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객관적인 방법을 찾습니다. 가장 좋은 것은 업계 선배에게 묻거나, 해당 업계를 전문으로 하는 헤드헌터의 도움을 받는 것입니다.


3. 자신이 판단받은 시장 가치를 가장 높게 평가해 줄 곳을 찾습니다.


제가 지금 대기업으로 이직하라고 이야기 안 했죠? 가장 높게 평가해 줄 곳은 꼭 대기업일 필요가 없습니다. 만약 대기업이 가장 높이 평가를 해주고, 향후 커리어 패스 상에도 시장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대기업이라면 대기업으로 가면 되는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보상을 많이 주니까, 복지가 좋으니까 시장 가치 외적인 요인으로 이직을 하게 되면, 다시 또 이직을 하게 되거나 이직을 당하게 됩니다.



※ 아직 취업 전이라면?


자신의 직장을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직업을 고민해야 합니다. 어느 회사를 갈지 고민하는 만큼 내가 해야 할 일, 미래에 할 일에 대한 고민도 중요합니다.


공고문을 다시 한번 읽어보고 해야 할 일을 곱씹어 봅니다. 그리고, 나와 당장 관계가 없더라도 그것에 해당한 내용을 헤드헌터가 올려놓은 공고와 비교를 해봅니다. 여러분이 5년 후, 10년 후에 무슨 일을 할지 미리 찾아보는 겁니다. 앞서 이야기한 가상 이력서를 한번 써보세요. 중요한 것은 가고 싶은 직장이 아니라 자신이 하고 있는 일입니다.


제가 지금까지 설명한 내용을 읽고, 대기업은 좋은 기업이고 대기업이 아닌 기업은 안 좋은 기업이라고 생각하면 글을 잘못 이해를 한 겁니다. 자신의 가치에 민감한 사람이 능동적으로 일하는 곳이 좋은 기업이고, 아무리 크더라도 자신의 가치에 민감하지 않고 조직의 네임밸류에 호가호위한다면 그곳이 나쁜 기업이 되는 겁니다.


그럼 저는 이렇게 했을까요?


아뇨. 네임밸류만 보고 회사를 지원하고 뭘 해야 할지 향후에 뭘 해야 할지도 모르고, 입사를 했습니다.


주어진 보상에 만족하면서 적절한 이직 시점을 놓치고, 내 시장 가치에 무디었습니다.

전문성이 뭔지도 몰랐고, 대충 어떻게든 될 거란 생각으로 지내왔던 것 같습니다.


제 시장 가치와 전문성에 대해서 신경 쓰기 시작한 시점까지 꽤 멀리 돌아왔습니다.


누구든 저와 같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길 바라며, 한마디를 더 남깁니다.



"언제든 떠날 사람처럼 준비하며, 언제나 안주할 사람처럼 최선을 다 해라."


Image by teetasse from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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