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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회 Aug 17. 2023

상상력의 끝은 어디인가, 개미

이 책을 읽고, 개미를 의식하기 시작했다


자국보다 오히려 한국에서 인기가 많은 작가 중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그의 데뷔작인 개미는 한국에서의 인기 덕분에서 자국의 관심을 끌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그의 작품의 판매량을 보면, 한국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국내에 출간된 개미는 1부 개미 1권, 2부 개미의 날 2권, 3부 개미 혁명 2권, 총 3부 5권으로 이루어있습니다.

반면에 프랑스에서 출간되었을 때는 개미 1부 3권, 개미 2부 2권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야기는 원서의 구조에 맞춰서 구성이 됩니다.

즉, 이야기는 크게 2부로 나눠집니다. 


원서 개미 1부와 2부가 서로 이야기가 연결되는 것 맞지만, 3부로 나눈 것은 어색한 감이 있습니다.

개미 소설의 인상적인 특징 몇 가지만 소개하겠습니다.


1. 특징적인 흐름은 1, 2부 모두 3가지 플롯이 독립적으로 진행이 되다가 종국에는 하나로 합쳐지는 흐름을 갖습니다. 그리고, 1부와 2부도 결국 연결이 됩니다.


개미 1부에서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3가지 플롯이 존재합니다.


첫 번째 플롯은 삼촌인 에드몽 웰즈로부터 물려받은 집의 지하실을 탐험하는 조나탕 웰즈와 그를 찾기 위해서 지하실로 진입한 사람들의 실종 사건입니다.

두 번째 플롯은 병정개미 103683호가 겪는 신기한 사건과 이를 둘러싼 비밀을 캐는 과정입니다.

세 번째 플롯은 해충제 관련 인물이 알 수 없는 존재에 의해서 살해당하는 사건, 그것을 푸는 자크멜리에스와 레티샤 웰즈가 푸는 과정입니다.


개미 2부 역시 동일하게 3가지 플롯이 존재합니다.


첫 번째 플롯은 에드몽 웰즈의 백과사전을 습득하고 변화하는 쥘리 펭송의 이야기입니다.

두 번째 플롯은 103호가 된 병정개미 103683호를 둘러싼 개미 사회의 변화 이야기입니다.

세 번째 플롯은 쥘리 팽송의 아버지인 가스통 팽송의 의문의 죽음을 해결하려는 막시밀리앵 리나르 경관의 이야기입니다.



총 6개의 플롯은 3개씩 각각 독립적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다가 결국 하나로 합쳐지게 됩니다.


2. 상대적이지만 절대적인 백과사전이 소설의 큰 줄기를 차지합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소설 중간에 나오는 “상대적이지만 절대적인 백과사전”이라는 독립적인 섹션들을 알고 있을 겁니다. 실제로 그것을 따로 모아서 편찬한 책도 있습니다. 


우리 세상에서 일어나는 신기하고, 알 수 없는 현상이나 존재에 대해서 묶어 놓은 책으로 실제로는 틀린 내용이 많다고 하지만, 꽤 재미있습니다. 


아마도 베르나르 베르베르 자신의 아이디어 수집 노트가 아닐까 예상해 봅니다.


소설에서는 사람의 마인드를 바꾸고, 현실에 닥친 문제 해결에 도움을 주는 소위 “마서” 같은 느낌을 가진 책입니다. 모든 플롯들이 이 책을 중심으로 연결이 된다고 볼 수 있고, 소설 내 전지적인 존재의 투영물로 보입니다.


다른 베르나르 베르베르 소설에도 반복적으로 나올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책입니다.


3. 개미로 풀어낸 인간의 편견과 선입견을 깬 작품입니다.


소설에서는 크게 두 가지 질문을 제시합니다.


개미 입장에서 인간이란 무엇인가?


여기서 말하는 개미는 실제로 인간으로 치환한다고 해도 말이 될 정도로 유사한 반응을 상상하고 있습니다. 

어떤 개미는 인간을 전지전능한 신으로 여기고, 

어떤 개미는 인간을 개미와 대척하는 침입자로 보고 있고, 

어떤 개미는 인간을 자신과 공존할 평등한 존재로 보기 있습니다.

인간도 만약 외계 생물체, 특히 인간보다 월등히 고등한 생물체를 만난다면 위와 같은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요?


인간 입장에서는 개미란 무엇인가?


인간 입장에서 있을 법한 반응들이 있습니다. 

어떤 인간은 개미를 인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미개한 존재로 보고 있고, 

어떤 인간들은 개미와 인간을 공존해야 할 동등한 존재로 보고 있습니다. 

어떤 인간들은 단지 신기하고, 유희거리로 보고 있습니다.


4. 개미와 인간과의 상호반응을 보여줍니다.


현실에서는 인간은 개미를 해충 정도로, 개미는 인간을 이유 없이 자신들을 죽이는 존재로 생각하고 있겠죠? 

소설에서는 개미의 인간화, 인간의 개미화를 모두 보여줍니다. 

모두 끝이 좋진 않았습니다. 

개미는 인간의 문명을 받아들이고, 발전된 모습을 갖게 되었으나 결국 인간에 의해서 파괴되었고, 

개미로서의 삶을 추구했고 개미와의 공존을 추구했던 인간들은 결국 현실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5. 이 책은 인간이 갖는 편견과 선입견을 깨 줍니다.


소설에서는 크게 성냥개비를 활용한 수수께끼 3개가 나옵니다. 

중요한 순간마다 수수께끼를 풀어서 새로운 세계로 진입을 하는 데, 

모두 기존 사고방식과 사고 차원을 넘어서는 문제들입니다. 


여섯 개의 성냥개비로 네 개의 정삼각형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에드몽 웰즈


결국 우리가 한발 전진하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을 둘러싼 편견과 선입견을 깨야 함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예시가 이 책이 아닐까 합니다. 


개미와 인간의 조우를 한다면? 

개미와 인간이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면? 

하나하나의 상상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이 책은 1991년에 출간되었지만, 지금 읽어도 식상하거나 한물 간 느낌이 없습니다. 

오히려 이런 상상을 할 수 있구나 하며 감탄하며 읽었습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품을 좋아하시는 분은 당연히 읽었겠지만, 

혹 관심이 없는 분도 한 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읽었던 베르나르 베르베르 작품 중에 가장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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