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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회 Aug 20. 2023

세이노의 가르침

아름답고 따뜻한 조언을 기대한다면, 이 책은 아니야

세이노라는 필명을 가진 소위 자수성가한 사업가의 글을 모아둔 책입니다.


내용에 감명받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글들을 책으로 전자책으로 만들거나, 제본을 해서 읽었다고 알려져 있고, 인터넷 카페에서는 그의 가르침을 받고자 하는 사람들이 상당수 활동하고 있습니다.


내용을 알아보기 전에 몇 가지 책의 특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7천 원 대의 가격으로 쉽게 접할 수 있다.


이 책의 두께가 700페이지인데, 이 정도 분량이면 보통 책은 2-3만 원 대인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책 가격이 7천 원 대입니다. 이것은 필자인 세이노 씨가 책으로는 돈벌이를 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담아서, 인세를 제외하고 경비 정도로 책 가격을 매긴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것도 아까우면, PDF를 포함한 전자책으로 쉽게 구할 수 있고, 밀리의 서재 같은 플랫폼에서는 공짜로 풀렸으니, 오프라인 구매하고 싶지 않은 분은 마음만 먹으면 합법적으로 접할 방법은 다양합니다.


2. 거친 표현이 많다.


인터넷 서점의 리뷰를 보면, 평가가 극과 극으로 나뉩니다. 너무 와닿는다는 표현이 있는 반면에, 거친 말과 욕설, 시대착오적인 생각으로 몇 장 읽다고 반품했다, 덮어버렸다는 표현이 있습니다. 실제로 세이노 씨는 전문 작가가 아니기 때문에 표현 자체가 정제가 안 됐고, 조금 심하다 싶은 표현도 많습니다. 그렇지만, 그 정도가 책이 전달하는 생각을 방해할 정도도 아니고, 그런 표현보다는 그 속에 담긴 조언에 집중하는 편이 책을 읽는 법이 아닐까 합니다.


3. 이 책은 자기 계발서인가?


앞 내용과 연결되는 특징입니다. 최근 자기 계발서의 특징은 “너는 할 수 있어”, “너의 잠재력을 살려봐”, “네가 실패한 게 아니라, 네 생각이 실패한 거야” 등 뭔가 일어나기 싫어하는 아이를 달래듯, 듣고 싶은 이야기를 전하며 동기 부여를 일으키려는 책들이 많습니다.


달콤한 말로 유혹하듯이, 저도 처음엔 그런 책에 많이 끌리기도 했고, 많이 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조언이 항상 따뜻한 것이 아니고, 피드백이 항상 부드러운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 도움이 되는 조언은 뼈를 때리고, 날카로운 피드백에 상처가 생기지만 그로 인해서 마인드가 바뀝니다.


위와 같은 특징 때문에 세이노의 가르침이 최근 인기를 끄는 것이겠죠. 날 것의 조언, 정제되지 않은 피드백, 뭔가 속 시원하게 사이다 한 컵 마신 듯한 지적질 들이 나태한 자신을 채찍질하게 만듭니다.


한때 저도 자기 계발서, 자기 관리 서적을 많이 읽었습니다. 힘들고, 어려울 때 그런 책들을 읽으면 새롭게 마음가짐을 정돈하는 것 같기도 하고, 노력하지 않아도 노력하는 듯한 느낌을 받기 때문이죠.


그런데, 최근에는 똑같은 방식으로 찍어내는 듯한 자기 예언 같은 자기 계발서에 혐오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항상 같은 말을 하죠. “세상을 바꾸기 전에 나 자신을 바꿔야 한다.” “나의 탁월함은 내가 나를 믿을 때만 가능하다.” 등 당연한 말과 말만 바꾼 당연한 말들로 자기 계발이 아니라, 자기 위안을 갖게 만듭니다.


반면에 세이노의 가르침은 인생 선배에게 구할 수 있는 조언 같습니다. 조언이 항상 따뜻할까요? 조언이 항상 나의 마음을 울릴까요? 항상 나의 마음을 헤아릴까요? 그렇지 않죠.


그렇게 받는 조언이 항상 현재 시대정신과 합치할까요? 오히려 자신의 경험과 생각, 실제 현실을 반영하고 있으니, 날 것이고 날카롭고 어떨 땐 거북하고 어떨 땐 기분 나쁘지 않을까요?


다음은 책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이 책은 세이노 씨가 쓴 글을 여과 없이 또는 최소한의 편집을 통해서 정리된 글입니다. 그래서, 하나의 줄기로 체계적으로 묶긴 책이 아니라, 독립적인 글들을 모아놓은 책이라고 봐야 합니다.


책의 구성은 일과 삶에 대한 조언, 돈에 대한 조언, 기타 삶의 조언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일과 삶에 대한 조언은 스스로에 대한 고찰, 일에 대한 태도를 다루고 있는데,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건 요즘 현실과 맞지 않나 싶은 내용이 일부 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오히려 그런 부분이 공감이 되더군요.


두 번째 돈에 대한 조언은 자신이 이룬 부를 기준으로 돈에 대한 생각,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사실 돈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솔직하지 못하고, 돈에 대해서 너무 적나라하게 이야기하면 그 사람의 인성을 의심받을 만큼 조심스러운 면이 있습니다. 이 책은 현실적입니다. 솔직합니다. 그래서, 불편할 수 있습니다. 듣기 싫고 인정하기 싫겠죠.


세 번째 기타 삶의 조언은 여기 있는 내용은 극명하게 호불호가 갈릴 겁니다. 글마다 논란이 될 만한 내용이 있고, 뭔가 앞부분보다는 임팩트가 약하긴 합니다.


짧게 읽고 싶다면, 세 부분 중에서 첫 번째와 두 번째 부분을 집중적으로 읽으면 됩니다.


자, 그럼 이 책은 좋은 책인가?


책 자체로는 좋은 책이 아닐 수 있습니다. 편집도 그렇고, 내용도 그렇고 표현도 날 것이기에 “좋은 책이 아니다”에 가깝겠죠. 그렇지만, 가치가 없는 책이냐 하면 그건 확실히 아니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듣기 좋은 말을 원한다면, 이 책을 선택해선 안됩니다. 내가 도움이 될 만한 조언을 구한다면, 이 책을 선입견, 편견 없이 읽으면 도움이 될 겁니다. 그 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습니다.


아름다운 이상과 달리 현실은 치열하고, 아름답지 못하죠.


이 책은 현실에 입각한 내용입니다. 그래서, 더 불편할 수 있겠지만 얻고자 한다면 충분히 많은 것을 취할 수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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