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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회 Sep 11. 2023

꿀벌의 예언

최면으로 떠나는 시간 여행

이번 글에서 소개하는 “꿀벌의 예언”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기억 (2018년 출간, 2020년 번역)”의 후속작입니다. “기억”의 주인공인 “르네 톨레다노”, “오팔”이 주요 인물로 나옵니다. (물론, 연인인 오팔은 바람이 나서 르네 톨레다노를 초반에 떠나게 됩니다.)


전편인 “기억”에서 퇴행 최면을 통해서 전생 여행을 떠났던 르네 톨레다노는 역사 교사를 그만두고, 오팔과 함께 최면술사로서의 삶을 살아갑니다. 전편 “기억”에서는 과거의 전생을 거스르고, 거슬러서 아틀란티스 대륙의 인류까지 이르게 되지만, “꿀벌의 예언”에서 르네 톨레다노는 미래의 삶과 마주할 수 있는 최면을 쇼와 접목하게 됩니다.


쇼 도중에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체면 쇼에 참여하던 관객이 정신적인 상처를 입게 되고, 소송을 당하고, 피해 보상을 해주는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은사의 도움을 구하게 됩니다. 결국 대학 강사로 돌아가게 되죠.


관객에게 정신적인 상처를 준 안전망 없는 미래를 체면을 통해서 방문하게 된 르네는 그곳에서 제3차 세계대전을 겪는 미래의 나를 만나게 되고, 제3차 세계대전을 막기 위한 방법은 “꿀벌”에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파국을 막을 수 있는 힌트는 “꿀벌의 예언”이란 책에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죠.


이후 책의 전개는 “꿀벌의 예언”이란 책을 찾는 모험으로 이루어집니다. 르네는 은사와 함께 과거의 전생과 만나서 직접 예언서를 만들게 되고, 그것을 둘러싼 다툼과 위험 속에서 자신이 예언했던 것보다 더 많은 2100년의 미래까지 예언서에 담긴 사실을 알게 됩니다.


예언서의 발자취를 찾아서 자신의 전생과 만나는 과정, 자신의 전생이 겪는 어려움과 현생의 난관이 주된 내용입니다.


현생이 과거의 나에게 영향을 미치고, 그것이 다시 현생에 영향을 미치고, 현생의 변화가 미래를 바꾼다는 통용되는 과학 또는 평행우주 이론과는 거리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런 것을 잊을 정도로 흥미로운 내용이 소설 안에 풍부합니다. 시간 여행을 떠나는 SF 장르의 형태를 갖지만, 과거 역사적 사실을 다루는 역사 소설이기도 하고, 뒤의 이야기가 어떻게 연결될지 궁금한 것도 있지만, 예언서의 행방과 함께 그것을 찾는 것을 방해하는 범인의 정체를 알아맞히는 과정은 한 편의 추리 소설의 모습도 갖습니다. 또한 현재 점차 그 수가 줄어가는 꿀벌의 상황을 소설로 다룸으로써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해주기도 합니다. 이처럼 장르를 정할 수 없는 다방면의 매력을 가진 것이 베르나르 베르베르 소설의 장점 같습니다.


“기억”의 후속작이긴 하지만, “기억”을 읽지 않아도 될 정도로 독립적인 소설입니다. 혹시, “기억”을 읽지 않고, “꿀벌의 예언”을 재미있게 봤다면 “기억” 또한 꼭 읽어볼 것을 권장드립니다.



“꿀벌의 예언”이 재미있는 소설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기억”이 좀 더 재미있고, 스케일이 크지 않았나 생각이 들기도 하고, “기억”을 읽었을 때는 왠지 숨겨진 인류의 비밀을 캐는 듯한 장엄함도 느꼈기 때문에 “기억”에 조금 더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그 이유는 “꿀벌의 예언”의 결말이 아쉬움을 많이 남기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여기서 더 나가면 스포일러이기 때문에 이 정도만 쓰겠습니다.) 약간 생뚱맞은 아쉬운 결말을 제외한다면 충분히 읽을 만한 소설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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