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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n Aug 25. 2024

진정한 부모의 역할이란, "붉은 손가락"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가 형사 시리

아이의 잘못은 바로 부모의 잘못이란 말이 있습니다. 아이의 인격이 완성되기 전까진 부모의 말과 행동을 따라서 아이가 인격이 달라지기 때문에, 부모가 그것을 올바른 방향으로 잡아주는 것이 그 역할이기 때문이겠죠.


그런데, 만약 잘못을 저지른 아이가 인격이 완성된 성인이라면 부모의 역할은 어떻게 될까요?


“붉은 손가락”에서는 두 가지 타입의 부모가 등장합니다. 아이의 잘못을 감싸주고, 잘못을 하더라도 처벌을 받지 않게 불법도 감수하는 부모와 자식이 잘못된 길로 들어서지 않도록 깨우침을 주는 부모입니다.


다른 가정의 이야기로 보이지만, 한 가정에서 두 부모가 공존합니다. 만약 자신의 자식이 범죄를 저질렀을 때, 어떻게 행동하는 게 올바른 방향일지 고민할 필요도 없는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실제로 자신의 일이 됐을 땐 당연하게 생각하는 행동을 할 수 있을까요?


부모는 자식을 세상에 내놓았을 때부터 자식이 자신의 역할을 스스로 할 수 있을 때까지 자식에 대한 무한 책임을 갖게 됩니다. 그 책임 안에는 자식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규범 내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끄는 것도 포함됩니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어리니까, 철이 없으니까, 사랑스러우니까, 내 자식이니까라고 핑계를 대며 아이의 잘못을 묵인하고 있습니다.


자식의 잘못에 꾸짖고, 올바르게 생각하고 행동하게 만드는 것도 용기가 필요한 부모의 책임이 아닐까요? 자식에 대한 애정에 대한 잘못된 이해와 함께 나의 부모는 당연하게 나를 위해서 희생할 수 있다는 이기적인 생각은 서로 관계가 없어 보이지만 연결되어 있습니다. 내 자식이니까 괜찮아라는 생각은 내 부모니까 나를 위해서 희생해야 해라는 생각과 통합니다.


소설 속 두 부모는 하나는 아이를 보호한다는 명목하에 결과적으로 떠안을 주변 시선과 비판을 두려워합니다. 즉, 아이를 보호한다는 건 결국 나를 보호한다는 것과 같습니다. 또 하나는 자식이 나를 희생양으로 만들 수도 있는 상황을 인지하면서 자식이 올바르게 행동하길 마지막까지 노력합니다. 그 결과는 자식의 희생이 아닙니다. 자기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부모의 속죄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가가 형사 시리즈 중 하나인 “붉은 손가락”은 가가 형사의 예리한 관찰을 기초로 한 추리로 사건을 풀어가는 방식을 취합니다. 그렇지만, 본 편은 가가 형사의 활약이 그다지 드러나 보이진 않습니다. 단지 가족 내 문제를 스스로 풀어갈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가가 형사의 인간미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즐길 수 있는 추리소설에서 벗어나 부모의 역할, 내 자식에 대한 책임감에 대해서 한 번 더 고민하게 되는 좋은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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