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출장 생활을 기억하며
"회원은 나 혼자..
책은 역사, 추리, SF 소설 위주로, 가끔씩은 에세이도..
월요일 새벽, 금요일 저녁에는 나만의 독서 모임이 자동차 안에서 열린다."
2020년부터 22년까지 천안에 소재한 반도체 장비 회사에서 컨설팅 프로젝트를 하면서 천안 호텔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엔 그렇게 먼 거리라고 생각되지 않아서 며칠은 출퇴근을 시도 보았는데, 출퇴근 시간이면 기본은 2시간이고 3시간까지 걸리는 것을 보고 포기했죠.
이번 글에선 나름대로 출장 생활을 즐겼던 몇 가지 개인적 유희에 대해서 소개할까 합니다.
천안 프로젝트 생활은 다음으로 동일한 패턴을 유지했습니다.
월요일 새벽 6시에서 출장 짐을 싣고 집에서 출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비즈니스호텔에서 생활
금요일 저녁엔 회사에서 집으로 복귀
이때 상당한 시간을 자동차 안에서 보내야 하는데, 출근 시 2시간 반 정도? 퇴근 시 3시간 정도?
처음엔 재미있는 팟캐스트를 듣기도 했는데, 너무 흥미 위주라서 유익하면서 재미있는 것을 하고 싶어서 시작한 것이 “자동차 독서 모임”입니다.
물론 모임 주최자, 모임 참석자는 저 한 명입니다.
일주일 동안 자동차 안에서 들을 오디오북이나 TTS (Text-to-Speech)로 들을 책을 선정합니다.
책은 윌라 오디오북과 밀리의 서재에서 찾았습니다.
그렇게 선정된 책은 지루할 수도 있는 자동차 안의 모임 참석자에게 때론 안식을, 때론 긴장감, 때론 공포를 줍니다. 인상 깊었던 책들을 꼽는다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교통경찰, 수상한 사람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파피용, 류츠신의 삼체 등이 있습니다.
처음엔 역사책이나 과학 책처럼 교양서적을 선정해서 읽었는데,
이런 책은 운전하다 보면 흐름을 놓치고, 집중이 안돼서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몇 차례 시행착오를 겪고 나서 선택한 것이 스토리가 있는 추리 소설, SF 소설 등이었습니다.
선택의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자동차로 몇 시간을 이동하면 지루하기도, 때론 외롭기도 하고 쓸쓸한 기분이 나기도 하는데, 독서 모임은 의외로 목적지에 와서도 끝내고 싶지 않을 정도로 재미있었습니다.
한 번은 고속도로가 꽉 막혀서 시골길 비슷한 국도로 내비게이션이 안내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하필 선정한 책이 "괴담수집가"라는 괴담 소설이었습니다. 어두운 길을 제 자동차만 홀로 달리고 있는데, 식은땀이 날 정도로 무서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또 한 번은 노을이 정말 예뻤던 국도로 달리고 있을 때였는데, 긴다이치 쿄스케의 책을 읽고 있었습니다. 차창에 비치는 눈앞의 풍경이 긴다이치 쿄스케의 소설 속 장면 같아서 홀린 것 같은 느낌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몇 년을 진행하던 자동차 독서 모임은 제 천안 프로젝트 생활이 끝나면서 마무리되었습니다.
지금도 천안 생활이 그리우면서도 천안을 왕복하면서 읽었던 책들이
그 시점의 주변 환경과 연결되어 그려지곤 합니다.
지금도 가끔 자동차 독서 모임 번개를 열기도 합니다.
물론, 혼자 타야 하고 장거리를 갈 때로 한정되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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