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의 개념을 깨는 버제스 혈암 연구의 기록
책 제목만 보면, 장르가 예측이 되나요?
대부분은 소설이나 에세이를 생각했을지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온라인 서점에서 제목을 검색하면, 동명의 소설, 에세이가 검색 결과에 담깁니다.
정답은 "버제스 혈암과 역사의 본질"이라는 부제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이 책은 생명의 진화에 대한 책이며, 그중에서도 캄브리아기 대폭발로 불리는 생명 다양성 폭발의 흔적인 버제스 혈암에 대한 연구를 기록한 글입니다.
저자인 스티브 제이 굴드는 진화생물학자이자, 고생물학자에 걸맞은 진화에 대한 다양한 저서로 알려져 있습니다. 대표적인 저서가 "풀하우스", "판다의 엄지", "다윈 이후" 등입니다.
본 책은 몇 년 전부터 읽고 싶었으나, 절판이 되었고 남아있는 중고도서도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이기 때문에 못 읽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한 계기에 시립 도서관에서 찾아서 읽을 기회를 얻었습니다.
아쉬운 것은 이 책은 전형적으로 밑줄을 치고, 메모를 하면서 읽어야 하는 책입니다.
내용이 가볍지 않고, 연구 내용이 앞 뒤가 이어지기 때문에 기록을 해야만 이해하기가 쉬운데
반납을 해야 하는 일정이 있는 관계로 급하게 읽게 되었습니다.
어쨌든, 이 책에 나오는 캄브리아기 대폭발 시기에 흔적이 남겨진 생물들은
현재 우리가 보이기엔 신기하다 못해서 괴상해 보일 정도로 독특합니다.
연체성 화석을 복원하여 내놓은 생물체의 결과는 SF 영화에서나 볼 수 있을 정도의
상상하기 어려운 형태들입니다. 그중에는 제가 좋아하는 과학 시리즈 이름이기도 한 "오파비니아"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이 연구가 특이한 형태나 다양성이 아니라, 일반적인 진화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근거가 된다는 겁니다.
"진화란 특정한 방향성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그렇기 때문에 진보와 발전의 개념과는 다르다."
우린 진화론을 배우면서 미개한 존재부터 복잡성이 증가하면서 조금 더 발전된 존재로 진화한다는 생각을 하지만, 사실은 해당 시기에 가장 적합한 존재로 진화하는 것이지 그것이 어떤 방향성을 제시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진화론에 대한 적지 않은 후속 이론과 이론 간의 대립들이 있겠지만, 지구에 남겨진 기록으로 깨어진 고정관념 자체가 중요한 단계라고 생각합니다. 재출간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담아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