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서의 우리』, 기대와 아쉬움 사이

교고쿠도 백귀야행 시리즈 『철서의 우리』를 읽고

by 심야서점
제목을 입력해주세요_-001 (81).png

교고쿠도 백귀야행 시리즈를 이번 편까지 읽어오면서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것도 사실입니다.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인 『철서의 우리』에 대해 “추천하지 않는다”는 리뷰를 보고도, 그래도 제 눈은 다르리라 위안 삼으며 읽었는데, 결과는 참 씁쓸하고 아쉬움이 컸습니다.


교고쿠도 시리즈는 민속·토속 전승을 바탕으로 한 미스터리를 기본 틀로 하면서도, 역설적이게도 과학적 접근법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묘미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지나치게 긴 장광설과 불교 종교 서적을 읽는 듯한 난해한 내용들로 인해 사건에 집중하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미스터리와 인간 군상이 펼쳐질지 궁금해 끝까지 완독하게 되었습니다.


1. 줄거리 요약


이야기는 하코네 산속에 위치한 신비로운 절 ‘명혜사’에서 발생하는 연쇄 승려 살인 사건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교고쿠도, 세키구치, 에노키즈, 아츠코 등 시리즈의 익숙한 인물들이 사건에 휘말리며, 폐쇄적이고 신비로운 절의 분위기가 사건을 더욱 미궁으로 이끕니다. 교고쿠도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사건 해결에 나서게 됩니다.


사건은 과거의 비극과도 연결되어 점점 복잡해지지만, 결말은 생각보다 허무하게 끝납니다. 미스터리도, 신비로움도 크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2. 인상 깊었던 점


불교 종교학 서적을 읽는 듯한 방대한 종교적 내용은 사건에 집중하는 데 방해가 되었지만, 그 자체로 저자의 박식함을 드러내는 데는 성공했습니다. 오히려 이런 장황한 설명이 사건 결말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부작용을 낳았을지도 모릅니다.


승려들 간의 치정과 갈등이 사건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고, 과거 사건과 현재 사건이 광대한 음모 속에서 연결되어 있다는 착각까지 들게 했습니다.


3. 느낀 점


책의 방대한 분량과 불교에 대한 배경 지식 부족을 핑계로 하더라도, 이 작품에는 독자를 불편하게 만드는 요소들이 많았습니다. 승려 간의 남색, 근친상간, 소아 성애 등의 소재는 이야기 전개에 큰 역할을 하지 않으면서도 독자를 자극하는 데 지나치게 의존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결국 불교 장광설 속에서 사건이 해결되지만, 결말은 너무 허무하고 보잘것없어 실망감이 컸습니다.


4. 한 줄 평


작가의 박식함과 스케일에 경외감을 느끼게 했으나, 이전 작품과는 다른 변신을 시도한 만큼 진한 아쉬움이 남는 작품입니다.


마무리


『철서의 우리』는 교고쿠도 시리즈의 팬이라면 도전해볼 만한 작품이지만, 불교 교리와 장광설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에게는 매우 난해하고 부담스러운 책입니다. 방대한 분량과 복잡한 인물 관계, 그리고 자극적인 소재들이 독서의 몰입을 방해하는 점이 아쉽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 특유의 미스터리 구성과 인간 군상 묘사는 여전히 매력적이며, 끝까지 읽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앞으로 나올 시리즈의 다음 작품에서는 좀 더 균형 잡힌 전개를 기대해 봅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좋은 기업에 오래 투자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