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나서 후회했지만, 눈을 뗄 수 소설.『세뇌 살인』
히메카와 레이코 시리즈로 익숙한 혼다 데쓰야의 작품이라는 이유로 별 고민 없이 읽기 시작한 책, 『세뇌 살인』. 하지만 몇 페이지를 넘기기도 전에 깊은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재미가 없어서가 아니었습니다. 너무나도 잔혹하고 참혹한 내용 때문이었습니다.
읽다 보니 떠오른 장면은 만화 『사채꾼 우시지마』의 한 에피소드. 비슷한 느낌이 들어 혹시나 하고 찾아봤더니, 두 작품 모두 일본 현대사에서 가장 악랄한 범죄 중 하나로 꼽히는 ‘기타큐슈 감금 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삼았다고 하더군요.
그럴 수밖에 없었습니다.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에서 벌어진 조종, 학대, 강압, 죽음.
작가는 실제 사건의 절반 정도만 묘사했다고 밝혔지만, 그 절반조차도 읽는 동안 숨이 턱턱 막힐 만큼 고통스러웠습니다.
결국 끝까지 읽었지만, 다시 돌아가서 읽을 용기는 쉽게 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결말은 분명하게 닫히지 않고, 핵심 인물 요시오의 실체 또한 독자에게 명확히 제시되지 않습니다. 마치 독자가 스스로 판단하길 바라는 듯한 열린 결말이죠.
한 번 더 읽으면 인물 간의 관계나 상징이 좀 더 명확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솔직히, 다시 읽고 싶지 않을 정도로 심리적 충격이 큽니다.
이 책은 잘 쓰였습니다. 문장력도 있고, 구성도 탄탄하며 인물 묘사도 훌륭합니다.
그렇기에 더 무섭습니다. 그 ‘잘 쓰여진’ 이야기 속에 너무도 현실 같은 악의 형태가 숨어 있으니까요.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세뇌’는 먼 곳에 있는 게 아니며, 인간은 누구나 그 경계선 위에 설 수 있다는 것을 이 소설은 끊임없이 경고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세뇌 살인』은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소설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긴 후유증을 남길지도 모릅니다.
읽기 전에 꼭 마음의 준비를 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