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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클라베』를 읽고

교황을 뽑는 비밀의 의식, 그리고 한 편의 소설

by 심야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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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교황, 레오 14세


2025년 4월,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하셨습니다. 그리고 5월 7일부터 8일까지,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에서는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기 위한 "콘클라베(Conclave)"가 열렸습니다.


이 비밀스러운 회의에서 전 세계 만 80세 미만의 추기경들이 모여, 세 차례의 투표 끝에 레오 14세 교황이 선출되었습니다. 미국 출신으로는 최초의 교황이라는 역사적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콘클라베란 무엇인가


‘콘클라베’는 ‘열쇠로 잠근다(cum clave)’는 의미의 라틴어에서 유래한 말로, 가톨릭 교황을 선출하기 위한 비밀회의를 말합니다. 추기경들은 외부와 철저히 단절된 채, 3분의 2 이상 찬성표를 얻을 때까지 투표를 계속합니다.


하얀 연기가 오르면 교황 선출, 검은 연기가 오르면 무산. 세상은 그 연기를 통해 교황 탄생 여부를 알게 됩니다. 외부와 단절된 회의, 철저한 비밀 유지, 인간적인 긴장과 정치 — 이 모든 것이 콘클라베를 하나의 극적 의식으로 만듭니다.


소설 『콘클라베』를 읽으며


이런 콘클라베를 주제로 한 소설이 있습니다. 바로 로버트 해리스의 『콘클라베』입니다. 저는 처음 이 책을 들었을 때, ‘다빈치 코드’처럼 음모와 반전으로 가득한 미스터리라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책은 달랐습니다. 실제로 있을 법한 인물과 사건, 과장되지 않은 인간 군상과 내부의 정치, 그리고 신념의 충돌을 담담하게 보여줍니다.


초반에는 “이제 뭔가 터지겠지” 하고 기대했지만, 결국엔 그런 대단한 음모는 일어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실제 교회 안에서 일어날 법한 이야기, 그래서 더 현실적이고 몰입감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때마침 현실과 만난 픽션

놀라웠던 건, 이 책을 읽는 순간이 마치 맞춘 것처럼 실제 교황 선종과 신임 교황 선출 시기와 겹쳤다는 점입니다. 픽션과 현실이 나란히 놓이면서 책의 분위기가 더 진하게 다가왔습니다.


결론: 읽을만한 ‘비극 없는 정치소설’


자극적인 반전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 속에 숨어 있는 갈등, 인간의 신념과 정치, 그리고 믿음에 대한 묵직한 질문이 있습니다. 자극적인 미스터리가 아닌, 신중한 몰입을 원하는 독자에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지금 이 순간, 콘클라베는 소설 속 설정이 아니라 현재 우리가 목격한 현실입니다. 그래서 더 강하게 다가오는 이야기입니다.


『콘클라베』, 지금 읽기 좋은 이유가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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