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구점은 나의 박물관이다
해외여행을 갈 때마다 빠지지 않고 찾는 장소가 있습니다.
누군가는 맛집을, 또 누군가는 박물관이나 유적지를 떠올리겠지만, 저에겐 그 나라의 문구점이 빠질 수 없는 코스입니다. 각국의 문구점은 진열 방식, 제품 구성, 그리고 공기까지도 조금씩 다릅니다.
웬만한 문구 제품은 이제 한국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지만, 문구점 특유의 분위기와 진열된 제품이 주는 감성은 여전히 현지에서만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늘 말하곤 합니다. “책방과 문구점은 여행지에서도 꼭 가야 한다”고요.
문구에 관심이 많은 저는 문구 관련 책도 자주 읽는데요, 『문구 뮤지엄』은 저자의 감정이 녹아 있는 문구 소개 에세이입니다. 구성은 단순하면서도 따뜻합니다. 저자가 애정을 담아 고른 문구들을 소개하고, 거기에 얽힌 개인적인 기억들을 나누는 방식입니다.
책을 읽으며 반가웠던 건 제가 자주 사용하는 문구들—라미(LAMY), 파카 조터(Parker Jotter), 파이롯트 프릭션(Frixion)—이 등장했다는 점입니다. 마치 오랜 친구를 책 속에서 만난 느낌이었죠. 반면, 처음 접한 문구들은 직접 써보고 싶은 설렘을 안겨주었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예전 오키나와 여행 중 들렀던 문구점이 떠올랐습니다. 작은 매장에서 하나하나 고르며 구입한 문구들이 국내에서도 유행하기 시작했을 때, 뿌듯했던 기억이 남아 있습니다. 『문구 뮤지엄』은 그런 소소한 기억들을 소환해 주는 따뜻한 책입니다.
문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물론, 일상 속에서 작은 기쁨을 찾고 싶은 사람에게도 이 책은 분명 특별한 시간이 되어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