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모듈화가 필요한 이유
모듈화는 노멀이다
2.1 유지보수가 전부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모듈화를 단지 유지보수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기술적 방법론으로 여긴다. 특히 시스템의 특정 영역만을 부분적으로 모듈화하는 사례가 많다 보니, ‘모듈화 = 코드 재사용과 테스트의 편의성’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모듈화의 핵심 가치는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능력’에 있다.
오늘날의 시스템은 더 이상 안정적인 구조만으로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고객의 요구는 더욱 다양해지고 변화 주기는 짧아졌으며, 기술은 하루가 멀다 하고 발전한다. 이 속도에 맞춰 나가기 위해서는 시스템 자체가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구조, 즉 유연한 아키텍처를 갖춰야 한다.
예를 들어, 특정 기업의 스마트폰 시리즈는 다양한 제품 모델 간에 해상도, 기능, 국가별 요구사항이 다르지만, 소프트웨어는 공통된 UX 레이어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이 공통된 기반 위에 개별 기능을 모듈처럼 더하거나 빼는 방식으로 제품을 구성한다. 이런 구조 덕분에 제품 간 일관된 사용성을 유지하면서도 다양한 시장 요구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이처럼 모듈화는 단순한 기술 개선이 아니라, 기업이 시장 변화에 따라 제품 전략을 신속히 전개할 수 있도록 돕는 전략적 수단이다.
2.2 모듈화는 시장 대응력을 만든다
이전에는 ‘더 좋은 제품을 더 싸게 만들 수 있는가’가 경쟁력의 핵심이었다면, 지금은 ‘얼마나 빨리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해졌다.
제품 출시 주기가 짧아지고, 고객 피드백을 반영한 업데이트가 신속히 이루어져야 하는 상황에서, 아키텍처의 구조는 시장 대응 속도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된다.
예를 들어, 특정 컨텐츠 제공 기업은 서비스 전반을 수백 개의 마이크로서비스로 구성하고, 이를 독립적으로 개발하고 배포한다. 각 기능은 서로 의존성을 최소화한 모듈 형태로 존재하며, 이를 통해 하루에도 수백 건의 변경사항이 릴리즈된다.
반면, 모놀리식 아키텍처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시스템 전체를 다시 빌드하고 테스트해야 하므로, 단순한 기능 추가나 버그 수정조차도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작은 변경이 전체 릴리즈 일정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모듈화된 아키텍처에서는 수정이 필요한 모듈만 독립적으로 개발하고, 해당 부분만 테스트·배포할 수 있다. 그 결과, 빠르게 시장 반응을 반영하거나 신규 기능을 선보일 수 있다.
결국, 모듈화는 릴리즈 속도를 높이고, 제품 출시 타이밍을 유연하게 만들며, 이를 통해 시장 기회를 놓치지 않는 실행력을 제공한다.
2.3 모듈화는 고객 맞춤형 개발의 기반이다
기업은 전 세계 고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니즈를 만족시켜야 한다. 단일 제품 구조로는 이를 만족시키기 어렵다. 그러나 모듈화된 아키텍처는 이러한 다양성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국내 에어컨 기업은 동일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국 시장에는 공기청정 기능, 중동 시장에는 고온 지역 대응 냉방 기능, 유럽 시장에는 친환경 기능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 각 기능은 독립된 모듈로 존재하며, 필요한 기능만 조합하여 제품을 구성할 수 있다.
이러한 구조는 제품의 사양을 빠르게 조정하거나, 다양한 파생 모델을 만들어내는 데 유리하다. 나아가, 단일 소스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시장 요구에 따라 다르게 구성할 수 있는 전략적 유연성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지역별로 순차적으로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 아니라, 동일한 개발 자원으로 여러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는 글로벌 전개 전략도 가능해진다. 즉, 모듈화는 시장 다양성과 고객 맞춤형 전략을 동시에 가능케 한다.
2.4 외부 협력사와의 연계성 확보
현대의 제품 개발은 하나의 기업이 모든 것을 수행하지 않는다. 다양한 외부 기술과 자원을 끌어와야 하며, 이를 통해 제품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일반적인 전략이다.
AI 기술 제공업체, 클라우드 서비스, IoT 디바이스, 외부 API 제공사 등과의 협업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외부 협력사와의 통합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명확하게 분리된 인터페이스와 책임 구조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음성 인식 기능을 제품에 추가할 경우, Amazon Alexa나 Google Assistant 같은 외부 플랫폼과 연결해야 한다. 이때, 음성 인식 모듈이 제품 시스템과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고, 명확한 입력/출력 인터페이스가 정의되어 있다면, 외부 기능의 도입은 빠르고 안정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
즉, 모듈화는 외부 자원의 유연한 수용을 가능케 하고, 시스템의 통합 비용을 줄이며, 리스크를 분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는 복잡한 생태계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핵심 전략이다.
2.5 내부 개발 효율의 극대화
모듈화는 내부 개발 프로세스를 혁신적으로 바꾼다. 팀은 자신이 담당하는 모듈만 이해하면 되므로 학습 비용이 줄어들고, 각 모듈은 병렬적으로 개발될 수 있어 전체 개발 기간이 단축된다.
예를 들어, 한 자동차 기업은 차량 내 소프트웨어 기능들을 기능 단위로 나누고, 각 부서가 독립적으로 개발하도록 구성하고 있다. 인포테인먼트, 센서 제어, 원격 업데이트 기능 등을 나누어 설계함으로써, 동시에 여러 부서가 각자의 기능을 개발할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이러한 구조는 테스트 단위도 명확히 나뉘어져 있어 자동화 테스트, 개별 릴리즈, 롤백 등이 가능하다. 제품 출시 이후에도 문제가 발생한 부분만 독립적으로 수정 및 배포할 수 있어 운영 효율성도 크게 높아진다.
또한, 이러한 구조에서는 기존 인력 교체나 신규 투입 시에도 빠르게 업무에 적응할 수 있다. 코드를 전체적으로 이해할 필요 없이, 책임 영역만 익히면 되기 때문이다.
2.6 정리하며: 모듈화는 생존 전략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모듈화는 단지 기술적인 최적화 수단이 아니다.
그것은 기업의 시장 대응력, 제품 다양성, 외부 협업력, 내부 효율성을 좌우하는 전략적 구조다. 다음의 다섯 가지 측면에서 그 필요성이 분명해진다:
빠른 릴리즈와 시장 대응력 확보
고객 맞춤형 제품 전략의 실행 가능성
외부 파트너와의 유연한 기술 통합
내부 조직의 개발 속도 및 유연성 향상
테스트 및 배포, 운영의 효율성과 안정성 강화
아키텍처는 단순한 기술 설계가 아니다.
기업이 전략을 실행하는 구조이며, 그 구조의 중심에는 모듈화라는 원칙이 놓여 있다. 이제 모듈화는 선택이 아니라,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 전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