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자연 사이, 공존의 창을 열다
책을 읽고 난 후 종종 제목의 의미를 되짚어보게 됩니다. 특히 번역서일 경우, 마지막 장을 덮고도 여전히 제목이 낯설게 느껴진다면 원제를 검색해보곤 합니다. 그리고 때로는, 그제야 비로소 제목과 내용이 맞닿는 지점을 마주하게 됩니다.
『창문 너머로』 역시 그랬습니다. 제인 구달이라는 이름, 침팬지 생태 연구라는 배경 지식만으로 책을 펼쳤고, 처음엔 제목이 다소 모호하게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몇 장을 넘기지 않아 그 의미가 마음속에 또렷이 들어왔습니다. 알고 나니, 제목부터 이미 이 책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었더군요.
제인 구달 박사는 곰베 국립공원에서 침팬지 군락을 수년간 관찰해온 과학자입니다. 그러나 이 책 속의 그녀는 단순한 과학자를 넘어서는 존재입니다. 침팬지를 외부에서 지켜보는 '관찰자'이면서도, 그들의 삶에 깊은 공감을 보내는 ‘이웃’이기도 합니다.
그녀의 관찰은 건조하지 않습니다. 침팬지의 권력 투쟁, 애정, 상실, 두려움 같은 감정들은 놀라울 만큼 인간의 그것과 닮아 있습니다. 오히려 때론 우리가 잊고 사는, 날것 그대로의 감정을 그들로부터 발견하게 됩니다.
책 제목인 『창문 너머로』는 두 겹의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하나는 물리적으로 '창문 너머'에서 침팬지를 관찰하는 연구자의 시선이고,
또 하나는 인간 중심주의라는 인식의 틀 너머를 보려는 시도입니다.
제인 구달은 단지 동물 생태를 기술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동물 사이에 우리가 그어놓은 경계선에 질문을 던집니다. 동물을 도구로만 보아온 시선을 벗어나, 그들도 고유한 감정과 관계, 문화를 지닌 ‘존재’임을 조용히 말합니다.
책을 읽는 내내 침팬지의 삶은 낯설기보다 익숙했습니다. 오히려 인간의 본능과 닮아 있어 서늘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그들이 보여주는 권력에 대한 집착, 잔혹한 경쟁, 배신, 상실의 슬픔은 인간 사회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침팬지를 통해 바라본 인간의 모습은 때론 더 날카롭게 비쳤습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우리는 거울 앞에 선 듯한 감정과 마주하게 됩니다.
『창문 너머로』는 단지 한 과학자의 연구 기록이 아닙니다. 이 책은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우리가 바라보는 존재들, 그리고 우리 자신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창문을 깨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다만, 그 창문 너머에도 삶이 있다는 걸 자각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세상은 창문 안에서 끝나지 않는다. 그리고 생명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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