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탐험한 사람들
책을 읽는 순서가 뒤섞이는 건 종종 있는 일이지만, 이번처럼 뜻밖의 감정 여정을 겪게 된 건 처음이었다.
가장 먼저 읽은 건 『신』, 그다음은 『천사들의 제국』, 그리고 마지막이 『타나토노트』.
알고 보니 이 세 작품은 시간 순서로 보면 반대였다.
역순으로 읽으며, 나는 ‘끝’에서 ‘시작’으로 거꾸로 걸어 들어가는 독특한 독서를 경험했다.
마치 죽음 이후의 세상을 먼저 보고, 그 기원을 뒤늦게 되짚는 듯한 느낌.
『타나토노트』는 그리스어 타나토스(죽음)와 노트(항해자)를 합쳐 만든 제목이다.
‘죽음을 향해 항해하는 자들’.
베르베르 특유의 상상력은 이번에도 경계를 넘어선다.
죽음이라는 가장 사적인 미지의 세계를, 우주 탐사처럼 과학적으로 접근하고자 한다.
주인공 미카엘 팽송과 친구 라울은 죽음 이후 세계, 즉 영계로의 항해를 기획한다.
놀랍게도 당시 대통령 뤼생데르의 개인적 체험이 그들에게 날개를 달아준다.
그렇게 ‘사후 세계’는 개인의 환상이 아니라 국가 프로젝트가 된다.
영계 진출을 위한 실험은 실패를 거듭하고, 사형수 펠릭스가 감형을 대가로 자원하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는다.
인류는 마침내 죽음 너머의 문을 열기 시작한다.
책 속의 영계는 허구처럼 보이면서도 이상하게 납득이 간다.
현실보다 더 정교하고, 더 기획된 세계.
죽음은 무(無)가 아니라 다음 세계로 가는 플랫폼처럼 보이기도 했다.
소설을 읽으며 나는 스스로에게 계속 질문을 던졌다.
“내 죽음 이후의 여정을 지금 알게 된다면, 나는 그걸 받아들일 수 있을까?”
알아버린 운명은 평온일까, 아니면 끔찍한 예언일까.
책은 이런 질문에 대해 단정하지 않지만, 독자의 내면 깊숙한 곳을 두드린다.
무엇보다 『타나토노트』는 죽음을 ‘두려움’이 아니라 ‘탐험’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익숙한 개념을 낯설게, 낯선 개념을 익숙하게 바꾸는 베르베르의 재주는 여전하다.
출간된 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이 책은 여전히 경이롭고 신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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