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황제는 어떻게 살았는가』를 읽고

통치가 아닌, 일상으로서의 권력

by 심야서점

역사 서적은 보통 국가, 왕조, 민족, 인물, 혹은 사건을 중심으로 서술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로마에 관한 책들도 마찬가지로 왕정, 공화정, 제정 시대의 흐름이나 주요 인물, 전쟁 같은 사건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가끔 평범한 사람들이 살아간 생활사에 집중한 책들도 있지만, 흔치 않은 편이지요.

황제에 관한 책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역사적인 인물로서 황제나, 특정 사건에 얽힌 주체로 등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읽은 메리 비어드의 『로마 황제는 어떻게 살았는가』는 매우 인상 깊은 책이었습니다.

황제를 단지 통치자로서가 아니라, 한 사람의 인간으로 바라보고 그의 삶 그 자체를 중심으로 서술한 책이었기 때문입니다.


황제는 어떻게 일하고, 누구와 자고, 무엇을 먹었을까?


책은 로마 황제가 어떤 의미의 존재였는지를 짚으며 시작합니다.


이후에는 황위 계승 과정, 황제의 식사 습관, 궁정에서의 일상, 황제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 일하는 방식, 여가 생활, 외유(출장), 그리고 황제의 초상화와 이미지 관리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채로운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마치 고대 로마의 황궁 한편에서 관찰 카메라를 통해 황제를 따라다니는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는 어떻게 아침을 맞이했고, 누구와 함께 식사했고, 어떤 방식으로 하루를 보냈는지 구체적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황제가 외유 중에도 로마 궁전과 똑같은 식사 절차를 유지해야 했고, 수백 명에 달하는 인원이 그를 수행했다는 이야기가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저자 메리 비어드에 대하여


이 책의 저자인 메리 비어드(Mary Beard)는 영국의 고전학자로,

이미 『폼페이, 사라진 로마 도시의 화려한 일상』, 『고전에 맞서며』 등을 통해 익숙한 이름이었습니다.


전작들을 통해 기대치가 높아졌음에도, 이번 책은 그 기대를 충분히 만족시켜주었습니다.

단순히 정보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고대의 삶을 생생하게 복원해내는 저자의 시선이 돋보입니다.

정치사나 전쟁사 중심이 아닌, 황제의 삶을 생활사적 관점에서 조명한 방식이 무척 신선하게 느껴졌습니다.


익숙한 로마사에 새로운 시선을 더하다


로마사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오면서 관련 서적도 제법 읽어왔는데,

형식이나 구성 면에서 비슷비슷하게 느껴져 다소 식상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로마 황제는 어떻게 살았는가』는 그런 지루함을 한순간에 깨뜨리는 책이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황제가 단순히 ‘권력의 상징’이 아니라

하루하루의 삶을 살아내던 한 명의 인간이었다는 점을 새삼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삶의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며, ‘권력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책을 덮고 난 뒤


책을 다 읽고 나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황제의 하루는 제국의 하루이자 사람의 평범한 하루였다.”


그의 사적인 일상 하나하나가 곧 정치였고, 로마라는 제국의 구조를 반영하고 있었습니다.


역사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싶은 분들, 혹은 로마사를 조금 색다르게 경험하고 싶은 분들께 꼭 추천드리고 싶은 책입니다.


#로마황제는어떻게살았는가 #메리비어드 #로마제국 #황제의일상 #고전읽기 #역사속생활사 #브런치북리뷰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타나토노트』를 읽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