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요 뒤에 숨겨진 희생: 글로벌 공급망의 위기와 미래
“당신을 위해 큰 희생을 하는 것이다.”
— 이 책 맺음말에 새겨진 문장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풍요롭고 번영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물론, 지구 어딘가에서는 여전히 기아와 빈곤, 전쟁의 고통이 존재하지만, 다수의 사람들은 기술과 상업, 사회 발전의 혜택을 직간접적으로 누리고 있음을 부정할 수 없습니다.
물질면에서 10년 전과 비교해 보면 그 차이가 명확합니다. 우리가 먹고 즐기는 많은 것들이 더 풍요로워졌고, 가격은 오히려 내려가 접근성이 높아졌습니다. 예전에는 자동차 소유가 부의 상징이었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외제차 소유가 부를 나타냈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더 많은 이가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해외여행 또한 과거보다 훨씬 쉬워졌으며, 여행지를 방문해야만 맛볼 수 있었던 먹거리와 살 수 있었던 상품들을 상대적으로 손쉽게 접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많은 물건 공급의 증가는 소비의 풍요를 낳았고, 다시 소비의 증가로 이어져 공급 증가를 촉발하는 선순환이 만들어졌습니다. 이 모든 풍요 뒤에는 글로벌 물류 이동과 공급망 확장이 있었습니다. 전 세계로 뻗어가는 공급망은 지구를 풍요롭게 하는 ‘혈관’ 역할을 했고, 누구나 그것이 주는 이점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의 골디락스 경제 시기에는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안정적인 고성장이 많은 이들에게 혜택을 가져다주었죠.
하지만 공급망 위기는 결국 국가 간 신뢰 붕괴에서 시작했습니다. 경제 강대국들 사이의 갈등은 그동안의 글로벌 공급망을 붕괴시킬 만큼 강력했고, 물리적 붕괴보다 심리적 붕괴가 더 큰 충격을 가져왔습니다.
1장에서 이 책은 이처럼 영원할 것만 같던 공급망이 얼마나 쉽게 깨질 수 있는지, 그리고 효율성만을 우선시하며 무시해온 외부 환경이 어떻게 리스크로 작용했는지 다룹니다.
겉으로 보기에 1부와 3부의 내용은 뉴노멀 시대의 공급망 붕괴와 미래에 초점을 맞춘 듯 보입니다. 하지만 저자가 진짜 말하고 싶은 부분은 2부에 숨겨져 있습니다.
우리가 누려온 풍요 뒤에는 ‘희생’을 강요당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인공지능 등 디지털 기술이 가져올 미래를 논할 때는 인간 노동의 축소가 우려되지만, 결국 디지털 세계의 가치도 현실 세계에서 현실적인 노동으로 실현되어야 하는 만큼, 노동의 총량 가치는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인상적입니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장바구니에 물건을 담고 주문하는 순간, 그 뒤에는 생산자, 수입업자, 포장인, 배송 기사, 물류 센터 분류 작업자 등 수많은 노동자가 얽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 책은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편리함’과 ‘풍요’ 뒤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희생하고 있는지 새삼 일깨워 줍니다. 강력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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