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을 넘어 사회적 메시지까지
몇 년 전 팟캐스트 ‘일당백’에서 추천받아 처음 읽었고, 그 후 오디오북으로 다시 두 번째 감상한 책입니다. 꽤 오랜만에 다시 접하다 보니 줄거리는 기억 속에서 많이 희미해졌지만, 작가 ‘찬호께이’라는 이름만큼은 확실히 머리에 남았습니다.
이 소설은 단순한 추리물이 아니라, 형사물, 사회파 소설적 요소가 복합된 작품입니다. 천재 형사 ‘관전둬’의 이야기를 여섯 개의 단편 에피소드로 엮으며, 시간은 2013년부터 1967년까지 역순으로 흘러갑니다. 이런 독특한 시간 배열이 바로 책 제목 『13.67』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홍콩이 1842년부터 영국의 통치를 받다가 1997년 중국에 반환되는 시대적 배경이 녹아 있어, 소설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혼란스러운 사회상을 반영합니다. 영국 통치 시절의 불합리한 차별과 부패한 경찰, 불법 사회 풍토, 그리고 반환 이후 방향을 잃은 시민들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에 녹아 있습니다.
주인공 ‘관전둬’는 뛰어난 추리력과 통찰력으로 경찰서 내에서도 신뢰받는 존재입니다. 그러나 그는 혼란한 현실 속에서 스스로 법을 수호하는 자가 아닌, 법을 이용하여 홍콩 시민을 지키는 이로 변모합니다. 시민 보호라는 자신의 신념을 위해 법의 테두리를 넘나들며 ‘편법’과 ‘위법’도 두려워하지 않는 그의 모습은 소설 내 여러 에피소드에서 다뤄집니다.
여섯 개 에피소드 중 가장 인상 깊은 것은 ‘흑과 백 사이의 진실’입니다. 이 이야기에서는 관전둬가 거의 대사를 하지 않고 침상에 누워 있기에, 실질적 주인공은 제자 ‘뤄샤오밍’입니다. 그는 죽음을 앞둔 스승의 도움을 받아 복잡한 사건을 해결하는데, 다 읽고 나면 자연스럽게 “반전의 반전”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옵니다.
이 에피소드는 ‘13.67’이 탄생한 계기이자, 내면의 세월 무상함을 감성적으로 느낄 수 있는 에피소드입니다.
『13.67』은 단순한 추리소설이 아닙니다. 홍콩의 격동적 역사와 사회 변화를 현실감 있게 그려내면서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입니다. 복잡한 시대 속 형사의 고뇌와 사회 적폐가 어우러진 이 소설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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