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은 나의 읽기-쓰기를 어떻게 바꿀까』를 읽고

‘생성(Becoming)’ 없는 ‘생성(Generation)’

Oct 10. 2025

AI가 글을 쓰는데, 왜 우리는 더 읽고 사유해야 하는가?

기술이 아닌, 기술 속 ‘사람’을 이야기하는 책에 대하여

요즘 어딜 가나 인공지능 이야기입니다. 새로운 기술의 등장은 언제나 미래에 대한 기대와 걱정을 함께 불러일으키죠. 인공지능은 그 강도와 속도가 과거 어떤 기술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우리의 일상을 파고들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조차 미래를 두고 예측이 엇갈리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변화가 이미 시작되었다는 것입니다.

서점가에도 이런 흐름이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에 압도당하지 않으려는 두려움, 이것을 새로운 기회로 삼으려는 기대감이 뒤섞여 기술 서적을 집어 들게 만듭니다. 평소에는 관심도 없던 전문 용어들이 사람들의 입에서 자연스럽게 오르내릴 때, 우리는 시대의 무게를 실감합니다.

이 모든 변화의 중심에는 ‘생성형 AI’가 있습니다. 수십 년 된 인공지능이란 개념이 우리에게 막연한 기대와 두려움을 동시에 안겨준 실체적 존재가 된 것은 바로 ‘생성형 AI’의 등작 이후부터입니다.

그전까지 ‘창작’은 인간 고유의 영역이었습니다. 인간의 노력과 사유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성스러운 결과물이었죠. 그런데 통계적 작업일지언정 일반인의 눈에는 창작에 가까운 ‘생성’을 인공지능이 해내자,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편리한 도구를 넘어 인간을 대체할 수 있다는 위협적인 존재가 된 것입니다.

이 책은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듭니다. 인간과 공존하게 된 인공지능과 현명하게 살아가는 법, 그것도 인간의 마지막 보루라 여겼던 ‘리터러시(Literacy)’의 영역에서 말이죠.

특히 가장 활발하게 인공지능이 활용되는 ‘쓰기’ 영역에서 우리가 중심을 잃지 않고 공존하는 길을 제시합니다. 아마 책을 읽은 독자 열에 아홉은 이 문장에 가장 깊은 인상을 받았을 겁니다.

생성(Becoming) 없는 생성(Generation)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 채 결과물만 얻어내는 행위의 폐해를 이보다 명확하게 드러내는 문장이 또 있을까요?

챗GPT는 우리를 대신해 그럴듯한 글을 써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글에는 인간의 ‘사유’라는 과정이 생략되어 있습니다. 사유를 통해 얻는 우리 자신의 변화, 즉 ‘성장’이 빠져 있는 것이죠. 생성형 AI의 편리함에 기댄 나머지, 스스로 읽고 사유하고 쓰는 인간다운 길을 포기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깊은 위기감을 느끼게 합니다.

이 책을 읽으며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라는 그럴듯한 말로 스스로를 위안하는 세태에 느꼈던 막연한 불안감이 그저 기우가 아니었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인공지,능의 기술 자체를 설명하는 책보다, 그 기술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다루는 이런 책들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