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호께이를 향한 쌉쌀한 아쉬움
찬호께이. 이 이름 세 글자는 추리소설 팬의 심장을 뛰게 만든다. 『13.67』, 『망내인』과 같은 걸작을 통해 인간의 심리와 사회의 이면을 꿰뚫어 온 거장. 그의 신작 『고독한 용의자』를 손에 들었을 때, 나의 기대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그러나 책을 덮는 순간, 내게 남은 감정은 짜릿함보다는 쌉쌀한 아쉬움이었다.
모든 것은 한 은둔형 외톨이의 고독한 죽음에서 시작된다.
소설은 쉐바이쳔이라는 남자의 평범한 자살 사건으로 막을 연다. 하지만 그의 방에서 표본 처리된 토막 시신 두 구가 발견되면서, 사건은 순식간에 평범함의 궤도를 이탈한다. 그제야 나는 기묘했던 책 표지 디자인의 의미를 깨닫고는 어딘가 찜찜한 기분으로 다음 장을 넘겼다.
경찰은 은둔형 외톨이였던 쉐바이쳔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서둘러 사건을 종결하려 한다. 그때, 그의 유일한 친구이자 이웃인 칸즈위안이 나타난다. 사건 해결을 도와주는 듯하면서도 교묘하게 혼선을 주는 칸즈위안, 그리고 그를 의심하면서도 의지할 수밖에 없는 쉬유이 형사. 소설은 이들의 팽팽한 관계를 축으로 몇 가지 질문을 던진다.
쉐바이쳔의 자살에 숨겨진 비밀은 무엇일까?
토막 시신의 진짜 범인은 누구인가?
칸즈위안은 과연 무엇을 의도하는 것일까?
두 남자는 각자의 위치에서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움직인다. 마치 한 편의 버디물을 보는 듯하지만, 끝내 좁혀지지 않는 둘의 거리는 이야기의 서늘한 긴장감을 마지막까지 유지시킨다.
나는 믿었다. 이 평범해 보이는 흐름 어딘가에 찬호께이 특유의 날카로운 변주가, 독자의 뒤통수를 후려치는 반전이 숨어있을 것이라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까지도 그 기대의 끈을 놓지 않았다.
하지만 결말은 비교적 시시했고, 반전 역시 예상 가능한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머릿속에 ‘용두사미(龍頭蛇尾)’라는 사자성어가 떠오르는 것을 막을 길이 없었다.
물론 나의 아쉬움은 작가에 대한 개인적인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탓이 크다. 찬호께이라는 이름을 지우고 본다면 『고독한 용의자』는 나쁘지 않은 추리소설이다. 다만 ‘거장의 귀환’을 기대했던 팬의 입장에서는, 그의 다음 작품을 기다리게 만드는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 조금은 아쉬운 마음으로.
#고독한용의자 #찬호께이 #책리뷰 #추리소설 #소설리뷰 #용두사미 #북스타그램 #한스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