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을 쓴 자와 벗기려는 자: 『매스커레이드 호텔』

호텔이라는 가면의 무도회장, 시리즈의 시작

by 심야서점

"가면을 벗기려는 형사"와 "가면을 지켜주려는 호텔리어"의 숙명적 긴장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에게 가장 대표적인 시리즈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아마도 수많은 애독자들이 저마다 다른 답을 내놓을 것입니다. 「가가 형사 시리즈」,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처럼 꾸준히 사랑받는 시리즈가 워낙 많기 때문이죠.


그중에서도 『매스커레이드 시리즈』는 특유의 폐쇄된 공간과 직업적 대립이라는 흥미로운 설정 덕분에 많은 독자의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이 시리즈는 ‘코르테시아 호텔’이라는 한정된 장소를 배경으로, 범죄를 예고한 범인과 이를 막으려는 형사, 그리고 고객의 비밀을 지키려는 호텔리어의 활약을 다루고 있습니다.


1. 호텔, 범죄 현장이 되다: 시리즈의 매력


호텔이라는 화려하고 안전해야 할 공간이 범죄의 표적이 되었다는 설정은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립니다. 시리즈의 핵심적인 매력은 상반된 두 직업군의 긴장감에서 나옵니다.


범죄의 장소를 지목당한 상황에서 모든 고객을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봐야 하는 형사와, 모든 고객을 최우선으로 믿고 보호해야 하는 호텔리어 간의 숙명적인 긴장 관계가 바로 이 시리즈를 특별하게 만드는 힘입니다.


2. 닛타 고스케와 야마기시 나오미: 숙명적 대립

사건 해결을 위해 호텔 프런트에 위장 취업한 형사 닛타 고스케와 그를 교육하는 엘리트 호텔리어 야마기시 나오미는 이 이야기의 중심축입니다.


호텔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프런트를 담당하기 위해 호텔리어로 위장한 닛타 고스케는 전도유망한 총명한 머리의 소유자입니다. 그는 범죄를 막기 위해서라면 고객의 모든 가면을 벗겨야 한다는 직업적 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에, 엘리트 형사인 닛타 고스케를 진정한 호텔리어로 활약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야마기시 나오미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서비스 마인드로 무장한 진정한 호텔리어입니다. 그녀에게는 호텔을 찾은 고객은 모두 가면을 쓰고 있으며, 그 가면을 지켜줘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이 있습니다.


이처럼 상반된 관점 때문에 이들은 숙명적으로 대립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지만, 흥미롭게도 서로의 직업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과정을 거치며 성장합니다. 나오미는 사건의 실마리를 찾는 데 기여하고, 닛타는 점차 진정한 호텔리어의 서비스 마인드를 배워갑니다.


3. 폐쇄된 공간의 긴장감과 완성도 높은 영상화


이 책의 주요 사건은 호텔이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예고된 살인'이라는 큰 틀을 유지하며, 누가 범인이고 누가 희생자인지 모르는 긴장감을 책의 마지막까지 끌고 갑니다.


큰 틀 아래에서 호텔을 찾아오는 다양한 손님들의 사연과 가면 뒤의 모습이 펼쳐지며 이야기는 더욱 풍성해집니다. 이들의 이야기는 결국 예고 살인의 범인을 찾는 과정과 모두 연결되어 있습니다.


저는 책을 읽기 전 영화를 먼저 접했는데, 원작의 내용을 훌륭하게 영상화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닛타 역의 기무라 타쿠야와 나오미 역의 나가사와 마사미는 책을 읽는 내내 두 배우의 모습이 떠오를 정도로 캐릭터와 완벽한 싱크로율을 보여주었습니다.


가면을 쓴 채 호텔을 찾은 모든 이들 속에서 진실을 찾아내는 과정은 독자에게도 큰 재미를 선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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