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로마 해부도감>을 읽고
서점에 갈 때마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구매하는 '믿고 보는' 시리즈가 있습니다. 바로 더숲 출판사에서 나오는 <해부도감> 시리즈입니다.
원래는 건축물의 구조와 양식을 다루는 건축 전문 시리즈로 유명하지만, 저는 이 시리즈가 가진 특유의 '분해하고 들여다보는' 방식을 참 좋아합니다. 건축 분야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관심사라 빠짐없이 구매해서 읽곤 했죠.
그런데 이번에는 이 시리즈가 '역사'의 영역으로 발을 넓혔더군요. 그것도 제가 깊은 관심을 두고 있는 <고대 로마>와 <이집트> 편이 출간된 것입니다. 역사와 도감의 만남이라니, 망설임 없이 장바구니에 담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늘 소개할 책은 그중 하나인 <고대 로마 해부도감>입니다.
이 책은 로마의 건국 신화가 깃든 왕정 시대부터, 제국이 동서로 나뉘는 분열기까지의 긴 시간을 아우릅니다. 하지만 단순히 시간 순서대로 나열하는 지루한 역사책은 아닙니다. 책은 로마라는 거대한 코끼리를 부위별로 해체하여 보여주듯, 다양한 챕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 로마 역사의 큰 줄기를 훑는 통사(通史)
2장: 역사를 움직인 주요 인물들의 이야기
3장: 로마를 세계 제국으로 만든 군대와 전쟁
4장: 로마 문명의 정수라 할 수 있는 건축과 토목 기술
5장: 당시 사람들의 숨결이 느껴지는 생활과 문화
그리고 책의 마지막은 화산재 아래 멈춰버린 비극의 도시, '폼페이'를 조명하며 끝을 맺습니다.
사실 200페이지가 채 되지 않는 분량으로 천 년이 넘는 고대 로마의 모든 것을 담아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저자 역시 그 점을 알고 있는 듯합니다. 대신 이 책은 역사의 주요 장면과 핵심 주제를 마치 '스냅샷'을 찍듯 포착하여 상세한 그림과 함께 풀어냅니다. 덕분에 빽빽한 텍스트로 가득 찬 두꺼운 역사서를 부담스러워하는 분들에게도 아주 흥미로운 길잡이가 되어줍니다.
저는 평소에도 텍스트 너머의 역사를 시각화하는 것에 관심이 많습니다.
지도를 통해 로마의 역사를 추적하는 <황제들의 로마>는 제가 아끼는 책 중 하나이고, 비교적 최근에 출간된 <고대 로마 인포그래픽>은 복잡한 데이터를 시각적으로 정제해 보여주는 명저입니다.
이 책 <고대 로마 해부도감> 역시 그 연장선에 있습니다. 기존의 전형적인 서술 방식에서 벗어나, 그림과 도해를 통해 직관적으로 역사를 이해하게 돕습니다.
글자로만 읽을 때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로마 군단의 진형이나, 콜로세움의 내부 구조, 시민들의 옷차림이 눈앞에 그림처럼 펼쳐질 때의 쾌감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렇게 익숙한 역사를 새롭고 흥미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한 '보는 역사책'들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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