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 시스템의 모듈화, ‘정답’은 없고 ‘최적’만

기구, 전장, 소프트웨어가 뒤섞인 시대의 모듈러 디자인 전략

by 심야서점

기구 중심의 모듈화, 그 너머를 묻다


오늘날 우리가 접하는 대부분의 제품은 더 이상 단순한 기계 장치가 아닙니다. 기구부 위에 전기/전자가 흐르고, 소프트웨어가 생명을 불어넣으며, 서비스가 결합된 복합 시스템(System)이죠. 심지어 이런 시스템들이 거대한 망으로 연결된 '시스템들의 시스템(System of Systems)' 단계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나는 모듈러 디자인(MD)은 여전히 '기구' 중심인 경우가 많습니다. 전장이나 소프트웨어는 그저 기구에 딸려가는 부속품 정도로 취급받기 일쑤였죠. 최근 일본의 한 반도체 설비사에서 나온 질문은 바로 이 지점을 날카롭게 파고들었습니다.


"설비의 기구를 모듈화했다면, 그 기구가 동작하는 데 필요한 전장과 소프트웨어도 각각 모듈로 나눠져야 하는 것 아닌가요? 아니면 전장과 소프트웨어는 하나로 통합하는 것이 효율적인가요?"

질문의 본질: 독립된 서브시스템인가, 효율적인 통합인가


설비사의 질문 안에는 두 가지 팽팽한 논리가 맞서고 있었습니다.


분권화(Decentralization): 각각의 모듈이 기구-전장-SW가 결합된 '독립적 서브시스템'으로서 존재해야 한다. 그래야 조합의 유연성이 극대화된다.

집권화(Centralization): 기구는 나누되, 전장과 SW는 통합하여 하나의 거대한 모듈로 관리하는 것이 비용과 효율 면에서 유리하다.


어느 쪽이 맞느냐는 물음에 대한 제 대답은 "둘 다 틀리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정답의 유무가 아니라, 해당 기업이 처한 상황과 최적화의 방향성이기 때문입니다.


전기/전자 모듈러 디자인의 5단계 로드맵


복합 시스템에서 전장과 SW가 어떤 형태로 존재하든, 가장 먼저 전제되어야 하는 것은 '아키텍처의 표준화'입니다. 저는 이를 실행하기 위한 5단계 방안을 제안합니다.


1단계: 아키텍처 표준화 – 통합이든 분산이든, 전체 시스템의 뼈대가 되는 전장 아키텍처를 정의합니다.

2단계: 모듈러 아키텍처 재정의 – 표준화된 아키텍처를 기준으로 다양한 제품군에 조합 가능한 형태로 재정의합니다.

3단계: PCB 표준화 및 공용화 – 공급망 이익을 얻기 위한 하드웨어 공용화 단계입니다.

4단계: 스키매틱(Schematic) 모듈화 – 설계 도면 자체를 모듈화하여 재사용성을 극대화합니다.

5단계: 주요 컴포넌트 공용화 – 핵심 부품 단위까지 최적화를 진행합니다.


이 단계는 순차적으로 적용하되, 상위 단계가 어려우면 하위 단계로 내려가며 실행 가능한 최적점을 찾아야 합니다.


선택의 기준: 사양 대응력 vs 인터페이스 비용


다시 반도체 설비사의 고민으로 돌아가 볼까요?


모듈별로 전장과 SW를 나누어 '서브시스템'화하는 길을 택했다면, 그것은 고객의 다양한 사양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인터페이스 비용'을 감수하겠다는 전략적 선택입니다. 반대로 전장과 SW를 통합했다면, 모듈화로 얻는 이익보다 통합을 통해 복잡성을 줄이고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더 크다고 판단한 것이죠.


스스로 빛나는 모듈들이 정렬될 때


복합 시스템의 모듈화는 결국 각 영역(기구, 전장, SW)을 하나의 독립적인 모듈로 볼 것인지 결정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각 영역의 아키텍처가 먼저 표준화되고, 이들이 서로의 인터페이스를 존중하며 정렬(Alignment)될 때, 비로소 기구와 전장, 소프트웨어가 결합된 강력한 서브시스템이 탄생합니다. 그리고 이 서브시스템은 전체 시스템 안에서 하나의 완벽한 모듈로서 기능하게 됩니다.


결국 모듈화의 끝은 기술적인 분할이 아닙니다. 우리 제품이 시장에 어떤 가치를 제공할 것인지, 그 비즈니스 전략을 기술의 구조로 번역해내는 치열한 결정의 과정입니다.


요약

복합 시스템 시대의 모듈화 고민: 기구, 전기/전자, 소프트웨어, 서비스가 복합된 현대 시스템에서 모듈러 디자인(MD)은 여전히 기구 중심적인 경향이 강합니다.

일본 설비사의 핵심 질문: 기구 모듈화 이후 전장과 소프트웨어도 각각 모듈화해야 하는지, 아니면 통합하는 것이 효율적인지에 대한 고민은 현장의 공통된 화두입니다.

정답은 없고, 최적화만 있을 뿐: 두 가지 방향 모두 틀리지 않습니다. 시스템의 목적과 상황, 그리고 얻고자 하는 최적화 방향에 따라 선택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전기/전자 모듈러 디자인 5단계 로드맵: 아키텍처 표준화: 전장 아키텍처를 정의하고 표준화합니다. 모듈러 아키텍처 재정의: 표준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다양한 제품군에 적용 가능한 모듈 형태로 재정의합니다. PCB 표준화 및 공용화: 공급망 이익을 위한 하드웨어(PCB) 공용화를 추진합니다. 스키매틱 모듈화: 설계 도면 자체를 모듈화하여 재사용성을 높입니다. 주요 컴포넌트 공용화: 핵심 부품 단위까지 공용화를 확대합니다.

전략적 선택의 중요성: 모듈화는 단순히 기술적인 분할이 아니라, 고객 사양 대응력 증대 또는 인터페이스 비용 절감 등 비즈니스 전략과 밀접하게 연결된 결정 과정입니다.

모듈화의 궁극적 목표: 각 영역의 아키텍처를 표준화하고, 서로 정렬된 모듈들이 결합하여 전체 시스템 안에서 강력한 서브시스템을 이루는 것이 복합 시스템 모듈화의 지향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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