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듈형 제품은 왜 더 어려울까

기획 단계에서 반드시 다시 생각해야 할 다섯 가지 차이

by 심야서점

모듈형 제품을 기획할 때면

정해진 수의 모듈만으로도

다양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에 먼저 마음이 끌립니다.

하지만 실제로 모듈형 제품을 만들어보면

기존 제품보다 훨씬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기존 제품을 만들던 방식으로 조금만 바꾸면 되겠지.”

이렇게 생각하고 시작했다가

의외로 컨셉 단계나 초기 판매 단계에서

적지 않은 시행착오를 겪게 됩니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요.


첫 번째 이유는, 제품의 개념 자체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비모듈형 제품은

회사에서 기획한 형태와

공장에서 출고되는 형태,

그리고 고객에게 전달되는 형태가

거의 동일합니다.

반면, 모듈형 제품에서는

모듈 자체도 제품이고,

모듈이 조합된 결과 역시 제품입니다.

고객이 사용하는 형태는

기획 단계에서 상정한 여러 조합 중 하나일 뿐입니다.

즉, 하나의 완성품을 기획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모든 조합의 가능성을 함께 기획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각 모듈 하나하나가

기획 단계부터 독립적인 고려 대상이 됩니다.


두 번째는, 제품이 완성되는 시점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비모듈형 제품은

공장에서 조립을 마치고 출고되는 순간

이미 완성된 제품입니다.

그 이후의 과정은

유통과 판매의 영역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모듈형 제품은 다릅니다.

고객에게 전달되는 순간까지,

그리고 고객이 직접 조립하거나 조합하는 그 시점까지

제품은 완성되지 않습니다.

그 이전까지는

제품이라기보다

모듈들의 집합체에 가깝습니다.


세 번째는, 제품이 결정되는 시점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일반적인 제품은

기획 단계에서 이미 형태가 결정됩니다.

개발된 그대로 생산되고,

고객은 그 결과물을 구매합니다.

하지만 모듈형 제품은

고객이 주문하는 시점에

제품의 형태가 결정됩니다.

어떤 모듈을 선택할지,

어떤 조합을 사용할지는

고객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제품 결정의 주도권이

기획자에서 고객으로 이동하는 셈입니다.


네 번째는, 라이프사이클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비모듈형 제품에서는

대부분의 부품과 어셈블리가

제품의 수명과 함께 갑니다.

제품이 단종되거나 변경되면

부품 역시 함께 바뀝니다.

반면, 모듈형 제품에서는

모듈의 라이프사이클이

제품의 라이프사이클과 일치하지 않습니다.


어떤 모듈은 짧을 수도 있고,

어떤 모듈은 제품보다 훨씬 오래 살아남기도 합니다.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은

모듈형 제품의 아키텍처와 모듈 간 인터페이스는

일반 제품보다 훨씬 긴 수명을 가진다는 사실입니다.

이 전제를 인지하지 못하면

중장기적으로 큰 부담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관리해야 하는 대상이 다릅니다.


비모듈형 제품은

부품과 어셈블리만 관리해도

제품 개발과 운영이 가능합니다.

물론 관계 관리가 도움이 되긴 하지만

필수는 아닙니다.

하지만 모듈형 제품에서는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모듈이라는 특수한 구성 요소를

별도의 관리 대상으로 다뤄야 하고,

더 나아가

모듈 간의 조합 가능성과

인터페이스 호환성까지 관리해야 합니다.


사실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어렵습니다.

모듈만 관리해서는

모듈형 제품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모듈과 모듈 사이의 인터페이스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야

비로소 모듈형 제품이 됩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이유들은

고객 관점, 사용 관점에서

모듈화가 이루어지는 제품을 기준으로 한 이야기입니다.


모듈형 제품은

일반 제품보다 더 많은 자유를 주는 대신,

훨씬 더 많은 고려와 준비를 요구합니다.


이 차이를 충분히 이해하고 시작할 때에만

모듈형 제품은

전략이 되고,

무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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