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턴트에게 체력은 왜 역량이 되는가
이번 프로젝트에 들어오면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도 이번엔 감기 한 번 안 걸리고 지나가면 좋겠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감기에 걸렸습니다.
이상하게도 프로젝트가 끝난 뒤 긴장이 풀리면 아픈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프로젝트 한가운데에서 컨디션이 무너지는 일은 흔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인지 더 곤란했습니다.
아프다고 쉴 수도 없고,
병원에 가야 하니 회의를 미뤄달라고 쉽게 말할 수도 없고,
프로젝트의 시계는
누군가의 몸 상태와는 상관없이 잔혹할 만큼 정확하게 흘러갑니다.
아프거나,
집안에 갑작스러운 일이 생기거나,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생기면
그때부터 제 직업은 조금 불편해집니다.
프로젝트에 매여 있는 생활.
여유 없이 돌아가는 일정.
“내 공수에 따른 비용이 얼마인데.”
“내가 이러고 있으면 해야 할 일이 쌓이는데.”
몸이 아픈 와중에도
머리는 이런 계산을 하고 있습니다.
프로젝트 기간 동안에는
머리가 빠릿하게 돌아가야 한다는 강박이 있습니다.
조금이라도 느려지는 순간
스스로에게 미안해집니다.
그래서 가끔은
쓸데없는 상상을 합니다.
“아픈 시점을 조정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버튼 하나로
감기가 싹 사라지는 장면을 떠올립니다.
물론 그런 버튼은 없습니다.
컨설턴트에게 프로젝트 중에 아프다는 것은
어쩌면 사치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건강 관리, 체력 관리가
‘선택’이 아니라
‘역량’이라고 말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프지 않는 것,
버티는 것,
집중력을 유지하는 것.
그 모든 것이
업무 스킬처럼 취급되는 직업이니까요.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듭니다.
내가 빠지면,
내 컨디션이 무너지면
프로젝트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
그만큼 내가 필요한 존재라는 의미이기도 하지 않을까.
물론 이것이 위안이 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아플 때면 이상하게도
그 생각이 조금은 버팀목이 됩니다.
누군가는 말하겠지요.
“아프지 않는 것도 역량이다.”
“체력 관리는 자기 관리다.”
맞는 말입니다.
평소에도 그렇게 생각해왔습니다.
그런데 막상 이렇게 아프면,
아무리 이성적으로 이해해도
여유가 사라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프로젝트는 계속되고,
몸은 느려지고,
생각은 복잡해집니다.
그래도 내일은
다시 회의실에 앉아
아무 일 없다는 듯 말을 하고 있을 겁니다.
어쩌면 그것이
프로젝트를 사는 사람의 방식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컨설턴트의삶 #프로젝트일상 #체력도역량 #일과건강 #직업에대한생각 #브런치에세이 #일하는사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