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맞지도 않을 걸 왜 하나요?
다세대 제품 기획을 못하면 모듈 기획도 의미가 없는데 우리에게 모듈 기획이 맞는가?입니다.
그럴 때마다 하는 대답은 아래와 같이 동일합니다.
“정말 다세대 제품 기획을 하는지, 아니면 다세대 제품 계획을 숙제처럼 만드는지 살펴보세요.”
“만약 제대로 다세대 제품 기획 활동을 한다면, 그 활동이 정확도가 높지 않더라도 중요한 것을 느꼈을 겁니다.”
먼저 기획과 계획을 구별해야 합니다. 계획은 기획이라는 활동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산출물이고, 기획은 계획을 만드는 활동을 의미합니다. 다세대 제품 기획을 하라고 하면 타사에서 하는 산출물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는데, 아무런 소용이 없는 행동입니다. 핵심은 산출물을 만드는 과정입니다. 시장을 어떻게 조사하고, 분석했으며 향후 미래를 어떻게 예측했고, 우리의 대응방안이 무엇인지 만들어가는 과정이 핵심입니다.
계획은 결과물일 뿐입니다.
계획만 찾는 건 축구 경기를 보는데, 과정은 모두 생략한 채 점수만 살펴보는 것과 같습니다.
진정한 축구의 재미는 느끼지 못하죠.
물론, 적확도, 정확도가 높은 계획 중요합니다. 그렇지만, 신이 아닌 이상 완벽하게 미래를 예측하여 대응할 수 있는 계획은 없습니다. 가능한 것은 경쟁사보다 조금 더 정확한 계획일 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기획 활동에 공을 들이는 것이겠죠.
그래서, 저는 다세대 제품 기획 활동은 조직 역량이라고 말을 합니다.
쉽게 알아낼 수도 없고 따라 할 수 없는 조직 역량입니다. 그래서, 당장 정확도가 떨어지더라도 다세대 제품 기획 활동을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색상과 도형을 멋을 내가며 뭔가 있어 보이는 계획이 아니라, 고민하고 고민한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 말입니다.
그런데, 또 이렇게 물을 수 있습니다.
“기획이 중요한 건 알겠는데, 꼭 다세대 기획을 해야 하느냐? 정확도 너무 떨어지는 데 불필요한 일이 아니냐?”
보통 3세대 이상을 바라보고 기획을 하라고 말을 하는 데, 여기에 부담을 느끼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당장 다음 세대 정확도도 떨어지는데, 몇 세대 앞을 어떻게 보느냐는 거죠.
여기서 중요한 건 정확도가 아닙니다. 관점입니다.
장기적인 관점, 단지 앞 세대만 바라보고 기획을 하는 게 아니라 다세대를 걸쳐서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관점이 중요한 겁니다. 물론 세대에 걸칠수록 해상도는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도, 장기적인 관점은 유지해야 합니다. 바라보는 미래가 길어져야 당장의 이익에 회사의 미래를 팔아버리는 우를 막을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동의를 하고, 조직 역량 좋고, 장기적인 관점이 좋은데 틀린 계획을 계속 만든다면 그것은 낭비이고,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물을 수 있습니다.
기획 역량이 높다면 모르겠으나,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기획의 범위가 아니라, 기획의 주기를 짧게 해야 합니다.
만약 기획 결과물에 대한 정확도에 자신이 없다면, 기획을 좀 더 자주 해야 합니다.
즉, 다세대 기획을 하되, 기획의 업데이트 주기를 짧게 하는 겁니다.
그리고, 기획의 결과에 대해서 책임을 물어선 안됩니다. 기획 과정에 대한 충실도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기획이 틀렸다고 추궁할 것이 아니라, 기획을 정해진 절차대로 진행했는지, 전 부서가 참여를 했는지, 충실하게 활동에 임했는지를 점검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계획을 충실하게 만들고도, 예측 못할 상황에 허둥지둥하게 됩니다.
그런데, 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않고는 어떻게 될까요?
충실하게 기획 활동을 거쳐서 주어진 환경에서 기민하게 행동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런 의미에서도 제대로 된 기획 활동은 중요합니다. 기민함은 무계획을 의미하지 않거든요.
충분히 고민하고, 조사하고, 분석한 결과가 기민한 행동을 이끌어낼 직관을 만들어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