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 번호 관리 (채번)이 꼭 필요할까요?
자동화로 잃어버리는 것도 있습니다
수기로 하던 일들이 전산화되고, 심지어 자동화되어 사람이 힘들게 해야 할 일들이 줄어서 좋은 점도 있지만, 항상 긍정적인 것만 아닌 것 같습니다.
과거에는 설계도를 직접 손을 그렸겠죠? 캐드 소프트웨어를 도입하기 전에는 그리고 도면마다 관리하기 위한 도번을 붙였을 것이고, 설계한 부품이나 어셈블리를 구매 또는 제작하기 위해서, 부품 번호를 정했을 겁니다. 자재에도 알려야 했을 것이고, 해당 부품이나 어셈블리를 사용하는 제품 설계하는 부서에, 생산하는 부서에, 서비스하는 부서에도 알려줬어야 할 겁니다.
도면을 새롭게 만들고, 부품 번호를 생성한다는 건 단순히 번호 하나를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부품, 새로운 어셈블리가 태어났음을, 이제부터 라이프사이클 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리는 시작이 됩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요?
도면을 소프트웨어로 그리니까, 몇 장이어도 신경 쓰지 않죠.
버튼 하나 누르면 부품 번호 발급해주니까 부담 없이 부품 번호를 발급받습니다.
이걸 새롭게 만들었을 때, 어떤 파생 요인들이, 어떤 비용들이 발생할지 쉽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부품 번호 생성을 자유롭게 한다는 건 신규 부품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비용을 포함한 라이프사이클 관리를 포기한다는 것과 다를 것이 없습니다.
부품 번호 하나 생겨서 얼마나 돈이 드냐고요?
부품 번호 하나 줄여서 얼마나 돈이 주냐고요?
아니죠.
꼭 필요한 부품, 꼭 필요한 어셈블리를 만들었는지를 먼저 생각해야죠.
그걸 안 만들었을 때 안 써도 될 것을 얼마를 썼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표준화/공용화, 플랫폼 활동, 모듈러 디자인 모두 좋습니다.
그런데, 그전에 신규 부품 번호를 생성하는 것, 신규 부품을 생성하는 것이 가려운 곳 긁듯이 쉽다면,
모두 부질없는 짓입니다.
제가 항상 하는 말이 있습니다.
“늘어나는 속도를 줄이는 속도는 따라잡을 수 없다.”
기껏 줄여놓으면 뭐할까요? 옆에서는 부담 없이 늘리고 있는데요.
표준화/공용화, 플랫폼 활동, 모듈러 디자인 등등 좋습니다. 그런데, 먼저 신규 부품 생성하는 것부터
관리하시기 바랍니다.
단순히 일을 번거롭게 하자는 게 아닙니다. 부품이나 어셈블리가 신규로 늘어날 때 전사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를 모두 알아야 합니다.
그것이 표준화의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