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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타치는 권작가 Feb 15. 2020

저의 좌우명은 '핑계대지 말자'입니다

지난 2017년에 한국사능력검정 1급 자격증을 취득했다. 사람들이 내게 물었다.


"오 대단한데. 어떻게 공부했는데?"

"안 어렵더나? 얼마나 공부하고 합격한 건데?"


이렇게 합격 노하우를 묻는 사람이 있는 반면 나의 출신을 먼저 묻는 사람들도 있었다.


"니 문과 나왔나?"


내가 문과출신이라고 말하면 사람들의 반응은 이랬다.


"문과니까 그렇지."


황당했다. 문과니까 한국사를 잘하는 거라니? 물론 문과에서 한국사를 배우기 때문에 이과생보다는 문과생이 한국사를 더 잘 할 확률은 높다. 하지만 문과생이라고 한국사를 다 잘하는 건 아니다. 문과생이라 하더라도 한국사에 관심이 없거나 한국사를 열심히 공부하지 않은 사람은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없다. 


지금은 한국사 1급 자격증을 취득했을 정도로 한국사 공부를 많이 했고 또 잘 알고 있지만 학창 시절에만 해도 나는 한국사와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고등학생 때 문과생이었지만 한국사에 관심이 없어 한국사를 공부해본 적이 거의 없었다. 누군가 기초적인 역사에 대해 물어볼 때마다 얼굴이 화끈거렸고 티브이에서 역사드라마를 봐도 누가 누군지 전혀 알지 못했다. 한국사에 관심을 가지지 않은 것은 분명 부끄러운 과거지만 아무튼 한국사에 문외한이었던 사람이 바로 나였다. 


그랬던 내가 한국사능력검정 1급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공부를 열심히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몇의 사람들은 나의 숨은 노력은 보지 않고 오로지 내가 문과생이기 때문에 한국사를 잘하는 거라고만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이과생이라서 한국사를 못하는 거라며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아무런 도전도 노력도 해보지 않았으면서 말이다.


마술을 못하는 이유가
손이 작아서라고?

중학생 때 마술동호회에서 활동한 적이 있었다. 당시 동호회 사람들의 실력은 제각각이었다. 좀 더 빨리 배우는 사람도 있고 다른 사람보다 배우는 속도가 느린 사람도 있었다. 습득력이 느린 사람 중 연습을 안 하는 사람은 이런 말을 자주 했다.

 
"제가 손이 작아서요."


자신이 조금만 못하면 손이 작아서 안 되는 거라고 말했고 열심히 연습해보기도 전에 손이 작다는 핑계를 먼저 댔다. 


마술할 때 손이 크면 유리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손이 작다고 못하는 건 아니다. 세계마술올림픽인 FISM에 최연소 심사위원으로 발탁된 마술사 최현우는 손이 굉장히 작다. 작은 손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국내를 넘어 세계적으로 실력 있는 마술사로 인정받고 있다. 연습해도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 손이 작아서 안 되는 게 아니라 마음이 작아서 못하는 것 아닐까?

 


저의 좌우명은
'핑계대지 말자'입니다.


핑계대지 말자는 것이 나의 좌우명이다. 이런 좌우명을 갖게 된 데는 이유가 있다. 군무원 시험을 위해 공부하던 시절, 학원에서 너무나도 많은 핑계를 들었기 때문이다. 오만가지 핑계에 질려서 짓게 된 좌우명이 바로 이 좌우명이었다. 


수학과 출신의 수강생 J는 전공과목인 전자공학을 잘했다. 이유는 다른 과목은 공부하지 않고 6개월 동안 오로지 그 한 과목만 팠기 때문이었는데도 사람들은 J의 숨은 노력은 보지 않고 그가 수학과를 나왔기 때문에 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전공과목을 못하는 이유는 비전공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학원생 중 90%가 비전공자였는데도 말이다. 


20대 초중반의 어린 친구가 모의고사에서 성적을 잘 받으면 나이가 어려서 머리회전이 잘 되기 때문에 공부를 잘하는 거라고 말했고 그러면서 자신은 나이가 있어서 못하는 거라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 나이가 겨우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밖에 안 되었는데도 말이다. 


"비전공자라서." 

"문과 또는 이과라서'."

"대학을 안 나와서."

"나이가 많아서."

"시간이 없어서."

"머리가 나빠서."

"공부를 해본 적이 없어서." 


등등 내가 다니던 학원에서는 온갖 핑계가 난무했는데 희한한 것은 그런 식으로 핑계를 대는 사람들은 대부분 공부를 못하는 사람들이라는 점이었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은 핑계가 없었다. 열심히 할 뿐이다. 공부를 못하는 사람만이 핑계가 많았다. 


시험에 최종합격한 후 합격후기를 남겼다. 공부방법에 대한 내용보다는 최선을 다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얘기해주고 싶었다. 다음은 내가 학원 홈페이지에 실제로 올린 합격수기 일부분이다.


“공부하는 데 있어서 핑계대지 마세요. 저는 문과였지만 국사에 관심이 없어 국사를 공부해본 적이 거의 없었고 수능 때 사회탐구에서도 배제한 과목입니다. 국어 또한 잘하지 못해 수능 때 포기를 한 과목입니다. 

학원생 대부분이 20대 초중반이라 제 나이가 적은 나이도 아니었으며 저는 남들이 다가는 대학조차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런 저도 합격했습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분이 과연 저보다 부족할까요? 대부분 저보다는 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더 이상 핑계대지 마세요. 그냥 하세요. 누구나 하는 그런 ‘열심히’ 말구요. 정말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세요. 저는 공부하는 8개월 동안 놀았던 날이 거의 없이 종일 도서관에만 있었고요. 아침 7시에 도서관에 가서 밤 11시에 나오곤 했습니다. 저는 정말 ‘나보다 열심히 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공부했습니다."


핑계가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사람들은 많은 핑계를 대며 살아가지만 핑계가 무조건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때로는 핑계도 필요하다. 사람들은 선의의 거짓말을 함으로써 타인과의 관계를 무난하게 이어가고 있다. 있는 그대로 다 솔직하게 말했다가는 인간관계가 더 피곤해질 지도 모른다. 적당한 핑계를 대며 살기 때문에 이만큼이나마 유연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핑계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핑계를 누구에게 대고 있느냐이다. 타인에게 대는 핑계는 선의의 거짓말이 될 수 있지만 나 자신에게 대는 핑계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자신의 그 어떤 게으름이나 불성실함도 다 합리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내가 노력하지 않아도 되게끔 하는 이유가 돼버리도 한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남들보다 부족할 수 있다. 몇 번을 말해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다. 자신이 남들보다 부족한 게 많다고 할지라도 인정을 하고 노력하면 더 나은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능력 있는 사람이라도 핑계가 많은 사람은 앞으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낮다. 실패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핑계를 대는 사람은 실패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는다. 남을 탓하고 세상을 원망할 뿐 자신이 부족하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는다. 자신을 인정하지 않으면 변화할 수 없다. 모든 변화의 첫 걸음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다. 나 자신을 알아야 내가 무엇이 부족한지 안다. 부족한 것을 채우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한다. 생각한 것을 실천으로 옮긴다. 그럼으로써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핑계를 대는 순간 이 모든 것은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마음이 있으면 방법이 보이고
마음이 없으면 핑계만 보인다


내가 좋아하는 명언 중 하나이다. 하고자 하는 마음만 있으면 방법은 어떻게든 찾을 수 있다. 이제는 핑계를 대기 전에 한 번 더 시도해보자. 무엇이든 해볼 만큼 해보고 얘기를 해야 사람들도 인정을 한다. 그래야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해보지도 않고 불만, 불평만 하고 있다면 그건 핑계일 수밖에 없다. 


핑계대지 말자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공부든 일이든 그 어떤 도전이든 일단 힘닿는 데까지는 해보려고 한다. 생각처럼 잘 안 되더라도 일단은 어느 정도 해보고 나서 말하려 한다. 가끔 시도조차 안 하고 있을 때도 남을 탓하거나 환경을 탓하지 않는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며 내가 게으른 거라고, 마음이 없는 거라고 솔직하게 인정하곤 한다. 그렇게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기로 했다. 핑계는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기 때문이다. 더 나은 내가 되고 싶다면 지금의 나를 인정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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