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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타치는 권작가 Feb 19. 2020

나이가 들면 몸이 예전같지 않다더니

"나이가 드니까 몸이 예전 같지가 않네."

"숫자 앞자리가 바뀌니까 몸이 확실히 다르더라니깐."


나이를 먹다보면 사람들이 으레하는 말이다. 특히 아홉수를 지나 앞자리 숫자가 바뀔 때쯤이면 더 자주 이런 말을 하곤 한다. 


예전에는 몸이 예전같지 않다는 말을 믿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건강관리를 소홀히 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라 생각했다. 몸이 조금만 아프면 그 통증을 나이와 결부시키는 핑계에 불과하다고 여겼던 것이다.  


그랬던 내가 요즘은 몸이 예전같지 않다는 걸 조금씩 느끼고 있다. 현재 내 나이 33살이다. 건강 얘기를 하기엔 아직 어린 나이일 수 있지만 그래도 한창 팔팔한 20대 때와는 몸 상태가 많이 다르다는 걸 느끼고 있다. 


지난 2017년에 나이 앞자리가 바뀌기면 30살이 되었는데 그때부터 몸이 급격히 나빠지기 시작했다. 물론 30대가 됐기 때문에 몸이 안 좋아진 게 아니라 몸이 안 좋아진 시점이 마침 30살이라 말을 그렇게 끼워맞춘다는 것을 알고는 있다. 인정은 하지만 어쨌든 내 몸이 나빠지기 시작한 것은 희한하게도 앞자리가 바뀐 30살때부터였다. 


재작년에 회를 잘못 먹고 체한 적이 있었다. 명치가 콕콕 쑤시더니 며칠이 지나도 낫지를 않았고 그때부터 고질적인 속쓰림이 시작됐다. 사실 원래부터 건강이 약해 식습관을 조절해야 했는데 그래도 20대 때는 괜찮았다. 과하게 먹지 않는 이상 크게 탈이 나지 않았는데 요즘은 과자, 아이스크림과 같은 가공식품을 먹거나 야식이나 과식을 하는 등 조금만 잘못 먹어도 몸이 금방 반응한다. 


요즘은 또 소화가 안 된다. 예전에는 소화가 잘 돼서 시도 때도 없이 뭔가를 먹곤 했는데 요즘은 확실히 소화가 더디다. 소화가 잘 안 되니 먹는 양이 줄였고 양이 줄이다보니 위장이 줄어들면서 먹는 양은 급격히 감소했다. 예전엔 주위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 정도로 위장이 찢어지도록 밥을 먹곤 했는데 지금은 그때의 먹는 양의 반도 못 먹는다.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르니 왠지 손해보는 것 같은 기분이다. 예전이 그립다. 


나만 그런가 했더니 같은 또래의 친구들도 이렇게 말하곤 한다.

"아, 진짜 요즘에 왜 이렇게 소화가 안 되냐."


소화가 더딘 만큼 회복력도 느리다는 것도 느끼고 있다. 작년에 운동을 하다가 다친 적이 있는데 그때 다친 왼쪽 어깨와 무릎이 지금까지도 나를 괴롭히고 있다. 병원을 다니고 치료를 받아도 낫지를 않는다. 20대 때는 운동을 하다가 근육을 다쳐도 가만히 두면 알아서 낫곤 했는데 지금은 한번 다치면 회복이 잘 안 된다. 예전 같으면

나이 서른에 무슨 무릎이 아프냐며 큰 소리 쳤을 텐데 지금은 내가 요모양 요꼴이 됐다. 속뿐만 아니라 겉도 참 예전같지가 않다. 


사람은 27.5세가 가장 젊을 때이고 그 이후로는 세포가 늙는다고 하는데 틀린 말이 아닌가보다. 이젠 나도 관리를 들어가야 할 시점인 듯하다. 지금까지 누구보다도 건강 관리를 열심히 해왔지만 요즘은 더더욱 건강관리에 신경쓰고 있다. 가공식품을 줄이고 채식위주의 식사를 하고 있으며 소식을 하고 야식은 일절 금지하고 있다. 

무리한 운동보다는 스트레칭과 가벼운 근력운동을 하며 근육과 관절 건강도 부지런히 챙기고 있다. 


아파본 사람이
아픈 사람의 마음을 안다더니


혈기왕성한 20대를 지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몸이 예전같지 않다는 말의 의미를 그땐 몰랐다. 30살이 되고 이제 30대 중반을 향해 가는 길목에 서보니 나도 슬슬 느낌이 온다. 이제 조금은 알 것 같다. 역시 사람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르는 법이다. 상대방의 입장이 되어봐야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 


옛말에 틀린 말 하나 없다더니 앞으로는 좀 겸손해야겠다. 나이 때문에 그런 거라며 이러쿵 저러쿵 얘기를 하는 사람들에게 다 핑계라고 코웃음 쳤던 지난 날들을 반성한다. 


"인생 선배님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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