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타치는 권작가 Mar 19. 2020

남과 비교하는 마음 VS 나에게 감사하는 마음

있는 그대로 나를 보라고 말한다. 남과 비교하지 말고 지금에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말처럼 쉽지 않은 건 둘째치고 주위를 보면 어떻게 하면 그렇게 마음을 먹을 수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지금부터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할 줄 아는 것이 어떤 것인지 실제 나의 경험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평소의 나의 마음가짐에 대해 글을 써보려 한다. 나는 부족한 게 많은 사람이다.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모자람이 많다. 살면서 이런 내가 미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때마다 힘을 내고 나를 일으켜 세웠던 건 나에게 감사하는 마음이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일부러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다. 평소에 해오던 생각이다. 나 자신에게 불평이 생길 때마다 되뇌곤 하는 나와의 대화이다.



내 통장엔 왜 돈이 이것밖에 없을까. 일찍이 돈을 절약하고 저축을 했어야 했는데 뭐한다고 이제와서 저축을 한다는 건지 모르겠네. 얘기 들어보니까 직장선배 H는 월급 아껴서 5년 만에 1억 5천 만 원 모았다고 하던데. 또 동생 L은 20대 때 일한 돈을 꾸준히 적금 부어서 30살인 지금 벌써 1억 가까이 모았다고 하고 또 다른 지인 L도 지금 한 7 ~ 8천 만 원 정도 저축했다고 하던데. 그 친구들 열심히 일해서 돈 모을 때 나는 도대체 뭘 하고 있었던 걸까. 통장만 보면 우울해지네.


아니야. 그래도 빚 안 지고 사는 게 어디야. 지금이라도 마음먹고 제대로 저축을 시작한 것만으로도 다행인 거지. 나이가 더 들어서 그때 돈이 없으면 더 서글플 수도 있는데 지금 재테크에 눈 뜨게 된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한 일이야. 그리고 지금까지 놀고 먹는 데 돈을 다 쓴 것도 아니잖아. 20대 때는 집이 어려워서 저축을 할 형편이 못 됐던 거니까 내 잘못이지 아니지. 그래도 과일가게에서 1년 동안 열심히 일해서 1,000만 원을 모아본 경험이 있잖아. 그 돈으로 45일 유럽여행을 갔다온 건 참 잘한 일이야. 남들이 해보지 못한 경험을 얻었으니 어떻게 보면 돈보다 더 큰 가치가 있는 일이 아니었나 싶어. 돈은 지금부터 모아도 충분해. 더 늦지 않은 것에 대해 감사할 따름이지.


 

건강

나는 왜 이렇게 건강이 안 좋을까. 왜 하필 이렇게 위장이 약하게 태어나서 먹고 싶은 음식도 마음껏 못 먹고 사는 걸까. 조금만 잘못 먹어도 속이 안 좋으니 뭘 먹을 수가 있어야 말이지. 과자, 빵, 아이스크림 같은 것도 먹으면 속이 안 좋아서 마음대로 못 먹고 밀가루 음식이나 기름진 음식도 피해야 하고. 피자, 치킨, 햄버거와 같은 패스트푸드는 끊은 지 오래라 언제 마지막에 먹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 술이 안 받아서 술도 끊었고. 가끔은 사람들과 술 한잔 하면서 취하며 어울리며 놀고 싶을 때도 있는데 술이 안 받으니 그러지도 못하잖아. 밤 늦게 먹고 자면 다음날 속이 안 좋아서 야식도 함부로 못 먹고, 이러니 남들은 잘만 먹는 치킨에 맥주도 못 먹고. 과식하면 속이 쓰린 탓에 뭐 하나 배터지게 먹지도 못하고. 또 매운 건 왜 이렇게 못 먹는 건지, 밖에 나가면 도대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없잖아. 이것저것 다 따지다가 결국 아무것도 못 사먹고 허기진 채로 집으로 돌아온 날이 하루이틀도 아니고. 진짜 이런 내 몸이 너무 싫다. 


비슷한 또래의 사람들에 비하면 약하지만 어떻게 보면 이만큼이라도 먹을 수 있다는 게 다행이다 싶어. 내가 큰 병에 걸려서 병원에 누워있다고 생각해 봐. 밥이나 제대로 삼킬 수 있겠어? 그래도 지금 밥 세 끼는 잘 먹고 있잖아. 먹고 싶은 만큼 배터지게는 못 먹어도 이 정도 양이라는 먹을 수 있는 게 어디야. 또 과자, 아이스크림, 빵과 같은 가공식품을 마음껏 먹지는 못해도 그래도 아예 못 먹는 건 아니잖아. 조금만 먹으면 크게 불편한 건 없으니까 조절해가면서 먹으면 되지. 피자, 치킨, 햄버거 먹는 재미는 못 느끼지만 그래도 식사 중간에 간식을 안 먹고 야식도 안 먹다보니 하루 세 끼가 이렇게 꿀맛일 수 있는 거 아닐까. 시도 때도 없이 먹었다면 하루 세 끼 식사에 그렇게 감사함을 느끼지 못했을 거야. 아마 식사시간이 나만큼 즐거운 사람은 거의 없을 거야. 몸이 건강해서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먹으면 좋겠지만 그래도 아파봤기 때문에 일찍 건강에 눈 뜰 수 있었던 것 같아. 건강하고 싶은 마음에 건강서적도 많이 읽었고 병원 의사들을 만나 얘기나누며 공부도 많이 했으니까. 암이나 혈관질환같은 큰병은 신호없이 어느날 갑자기 찾아온다는데 나는 조금만 잘못 먹으면 금방 몸이 반응하니까 일찍에 관리를 할 수 있어서 어떻게 보면 이게 장점인 것도 같아. 남들보다는 건강이 조금 나빠도 그래도 지금은 큰병없이 잘 살아있잖아. 내 두 다리로 가고 싶은 곳도 마음껏 갈 수 있고. 이만하길 정말 다행이야.



가정

어렸을 때 가족이 화목하지 못한 게 마음이 아프다. 왜 우리 부모님은 그렇게 자주 다퉈야만 했을까. 행복하게 잘 지내는 가정도 많은데 왜 우리 가족은 다들 그렇게 힘들게 살았던 걸까. 돈도 없고 웃음도 없었던 우리 가족. 나는 왜 이런 가정에 태어나게 된 걸까. 내가 지금 이렇게 성격이 신경질적이고 예민해진 것도 다 부모님 탓이 아닐까. 


부모님이 많이 다투시고 힘든 시절을 보내셨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혼하지 않고 어떻게든 버티며 나를 지금까지 키워주신 것만해도 감사한 일이 아닐까. 내가 남들보다 힘든 가정환경에서 자란 건 맞지만 그래도 부모님이 학교도 다 보내주시고 옷도 입혀주시고 밥도 안 굶기고 다 챙겨주셨으니 그것만으로도 부모님의 역할을 다 해주신 게 아닌가 싶어. 어쨌든 이젠 다 지난 일이야. 그래도 다행히 지금은 누구보다도 화목하게 잘 살고 있잖아. 지난 일 생각하면 뭐해. 중요한 건 바로 지금이잖아. 또 어릴 땐 부모님 때문에 힘들었지만 그 힘든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은 사소한 것에도 함께 웃을 수 있으니 힘들었던 과거가 꼭 단점인 것만은 아니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나를 이만큼 키워주신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을 가지자. 부모님께 보답하는 마음으로 살아가자.



외모

나는 왜 이렇게 키가 작은 걸까. 또 몸은 왜 이렇게 마른 거야. 남자다운 듬직함 따위는 찾아볼 수도 없잖아. 외모 때문에 받은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지금도 머리가 아파오네. 왜 이렇게 태어나서 말랐냐는 둥 살이 왜 이렇게 빠졌냐는 둥 하는 소리를 어쩜 그렇게 없이 들어야 했는지. 남들은 잘 안 나는 여드름이 왜 내 얼굴에만 유독 그렇게 많이 났던 건지. 여드름자국은 왜 아직도 흉진 채 화산구처럼 얼굴에 남아있는 건지. 생각만 해도 화가 나네. 누구는 훤칠한 키와 훈훈한 외모 덕에 어딜가도 쉽게 관심을 받고 사람도 쉽게 사귀는데 나는 왜 맨날 엑스트라 역할밖에 하지 못했던 걸까. 그간 마음 고생한 거 생각하면 진짜 속상하다못해 슬퍼지려 한다. 


남자키 169cm가 작은 건 맞지만 그래도 이정도인 게 어디야. 만약에 키가 더 작았다고 생각해 봐. 165cm였으면 169cm까지만 크면 소원이 없겠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지금보다 1 ~2cm만 더 작았어도 많이 작아보였을 텐데 그래도 사람들이 나보고 그렇게 작아보이진 않는다고 하니 그것만으로 다행이지. 몸무게도 그래. 몸무게 59kg이 남자치고는 적게 나가는 건 맞지만 봤을 때 완전히 깡마른 그런 몸은 아니잖아. 그동안 운동도 해서 몸도 제법 탄탄하니까 지금 이 몸이라도 괜찮아. 훈훈한 외모는 아니지만 그래도 옷도 예쁘게 코디해서 입을 줄도 알고 머리도 잘 만질 줄도 알잖아. 이렇게 나를 잘 꾸미는 것도 능력이지. 이성에게 거절도 많이 당했지만 생각해보면 나를 만나주고 함께 추억을 만들어준 여자 친구들도 제법 있었으니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야. 나는 충분히 매력 있는 사람이야.



브런치 작가

다른 브런치 작가들을 보면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정말 많은데 나는 왜 이렇게밖에 쓰지 못할까. 어떻게 저런 소재와 콘텐츠로 글을 쓸 수 있었을까. 글은 또 어쩜 저렇게 맛깔나게 쓰는 건지. 초딩같은 내 글을 보고 있으면 아주그냥 답답하다. 부럽네. 나는 뭐 대단한 것도 없어서 나만의 콘셉도 없고 주제도 없고 그냥 막 쓰는데. 진짜 글 잘 쓰는 다른 브런치 작가들 볼 때마다 이런 내가 부족한 것 같아 글 쓰기가 싫어지잖아. 또 구독자수가 1,000명, 2,000명이나 되는 작가들이 왜 이렇게 많다니? 난 언제 그만큼 따라갈 수 있을까? 힘빠진다, 힘빠져. 에휴.


무슨 소리야. 나도 나만의 이야기가 있잖아. 확실한 콘셉트도 없고 대단한 경험도 없지만 그래도 나만의 생각과 관점을 담은 일상 이야기를 꾸준히 잘 쓰고 있잖아. 잘 하고 있는 거야. 사람에 따라 글을 좀더 잘 쓸 수도 있고 남다른 콘텐츠를 가진 사람도 있지만 글쓰기는 결국 꾸준함이란 거 알잖아. 작년 7월부터 지금까지 약 8개월 동안 100개 가까이 글을 썼는데 이만큼이나마 계속 써온 것만으로도 나는 정말 잘한 거야. 구독자도 봐봐. 600명이나 있잖아. 1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구독자를 600명을 모은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 아닐까. 잘 쓰고 있고 지금까지 잘해왔어. 앞으로도 지금처럼만 하면 돼.



책 출간

2019년에 처음으로 내 이름으로 된 책을 출간했는데 성적표가 이게 뭐야. 생각보다 많이 팔리지도 않고 망했잖아. 아 진짜 심혈을 기울여 쓴 책인데 결과가 이렇게밖에 안 나오다니, 마음이 아프네. 책을 한 권 쓰기도 힘든데 도대체 두 권, 세 권씩 쓰는 사람들은 어떻게 쓴다니? 나도 빨리 다음 책을 써야하는데 어떤 내용으로 어떻게 쓰면 되는 될까. 그런데 쓴다고 해도 베스트셀러 되기도 어려운데 책을 쓴다는 게 의미나 있는 걸까. 책으로 쓸만한 대단한 소재도 없고 이게 내 한계인가보다.


뭔 소리래? 책 한 권 쓴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몰라서 하는 말이냐. 내 이름으로 된 저서가 한 권 있는 것만으로도 박수칠 일이잖아. 요즘 아무리 책 쓰는 사람이 많아졌어도 아직까지는 1%가 채 안 된다는데 난 그 1% 안에 포함된 사람이니까 말이야. 진짜 대단한 거야. 내가 쓴 책이 사람들에게 많이 읽히고 거기에다 인세도 많이 받았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지만 책을 출간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일이야. 앞으로도 기회는 얼마든지 있어. 꼭 대단한 이야기를 써야하는 건 아니잖아. 지금처럼 브런치에 꾸준히 글을 쓰다보면 분명히 또 다른 기회를 만날 수 있을 거야. 누가 아냐? 혹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수도 있을지. 파이팅하자.



나에게 감사합니다. 오늘에 감사합니다.

사람들이 느끼고 있는 괴로움 중 상당 부분이 남과 비교하는 데서 비롯된다. 자꾸만 나보다 더 나아보이는 사람과 나를 비교하기 때문에 이런 나 자신이 못마땅해진다. 나보다 돈이 많은 사람, 나보다 학벌이 좋은 사람, 나보다 좋은 직업을 가진 사람, 나보다 외모가 멋진 사람과 나를 비교하니 내가 돈이 없는 것처럼, 학벌이 부족한 것처럼, 직업이 별 볼일 없는 것처럼, 외모가 별로인 사람처럼 느끼는 것이다. 


누구나 단점은 있다. 하지만 단점이 이만 한 게 다행이라고, 이보다 더 나쁘지 않은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생각한다면 그리고 나에게는 이런 장점이 있다며 가진 것을 볼 줄 안다면 우리의 삶은 좀더 만족스러울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행복할 수 있다. 그동안 더 멋진 내가 돼야한다고 스스로에게 너무 구박만 해왔다. 지금부터라도 여태껏 잘해왔다고, 지금의 나는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라고 다독일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다들 왜 이렇게 밥을 빨리 먹는 걸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