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는 그대로 나를 보라고 말한다. 남과 비교하지 말고 지금에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말처럼 쉽지 않은 건 둘째치고 주위를 보면 어떻게 하면 그렇게 마음을 먹을 수 있는지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지금부터 남과 비교하지 않고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할 줄 아는 것이 어떤 것인지 실제 나의 경험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평소의 나의 마음가짐에 대해 글을 써보려 한다. 나는 부족한 게 많은 사람이다.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모자람이 많다. 살면서 이런 내가 미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때마다 힘을 내고 나를 일으켜 세웠던 건 나에게 감사하는 마음이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일부러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다. 평소에 해오던 생각이다. 나 자신에게 불평이 생길 때마다 되뇌곤 하는 나와의 대화이다.
내 통장엔 왜 돈이 이것밖에 없을까. 일찍이 돈을 절약하고 저축을 했어야 했는데 뭐한다고 이제와서 저축을 한다는 건지 모르겠네. 얘기 들어보니까 직장선배 H는 월급 아껴서 5년 만에 1억 5천 만 원 모았다고 하던데. 또 동생 L은 20대 때 일한 돈을 꾸준히 적금 부어서 30살인 지금 벌써 1억 가까이 모았다고 하고 또 다른 지인 L도 지금 한 7 ~ 8천 만 원 정도 저축했다고 하던데. 그 친구들 열심히 일해서 돈 모을 때 나는 도대체 뭘 하고 있었던 걸까. 통장만 보면 우울해지네.
아니야. 그래도 빚 안 지고 사는 게 어디야. 지금이라도 마음먹고 제대로 저축을 시작한 것만으로도 다행인 거지. 나이가 더 들어서 그때 돈이 없으면 더 서글플 수도 있는데 지금 재테크에 눈 뜨게 된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한 일이야. 그리고 지금까지 놀고 먹는 데 돈을 다 쓴 것도 아니잖아. 20대 때는 집이 어려워서 저축을 할 형편이 못 됐던 거니까 내 잘못이지 아니지. 그래도 과일가게에서 1년 동안 열심히 일해서 1,000만 원을 모아본 경험이 있잖아. 그 돈으로 45일 유럽여행을 갔다온 건 참 잘한 일이야. 남들이 해보지 못한 경험을 얻었으니 어떻게 보면 돈보다 더 큰 가치가 있는 일이 아니었나 싶어. 돈은 지금부터 모아도 충분해. 더 늦지 않은 것에 대해 감사할 따름이지.
나는 왜 이렇게 건강이 안 좋을까. 왜 하필 이렇게 위장이 약하게 태어나서 먹고 싶은 음식도 마음껏 못 먹고 사는 걸까. 조금만 잘못 먹어도 속이 안 좋으니 뭘 먹을 수가 있어야 말이지. 과자, 빵, 아이스크림 같은 것도 먹으면 속이 안 좋아서 마음대로 못 먹고 밀가루 음식이나 기름진 음식도 피해야 하고. 피자, 치킨, 햄버거와 같은 패스트푸드는 끊은 지 오래라 언제 마지막에 먹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 술이 안 받아서 술도 끊었고. 가끔은 사람들과 술 한잔 하면서 취하며 어울리며 놀고 싶을 때도 있는데 술이 안 받으니 그러지도 못하잖아. 밤 늦게 먹고 자면 다음날 속이 안 좋아서 야식도 함부로 못 먹고, 이러니 남들은 잘만 먹는 치킨에 맥주도 못 먹고. 과식하면 속이 쓰린 탓에 뭐 하나 배터지게 먹지도 못하고. 또 매운 건 왜 이렇게 못 먹는 건지, 밖에 나가면 도대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없잖아. 이것저것 다 따지다가 결국 아무것도 못 사먹고 허기진 채로 집으로 돌아온 날이 하루이틀도 아니고. 진짜 이런 내 몸이 너무 싫다.
어렸을 때 가족이 화목하지 못한 게 마음이 아프다. 왜 우리 부모님은 그렇게 자주 다퉈야만 했을까. 행복하게 잘 지내는 가정도 많은데 왜 우리 가족은 다들 그렇게 힘들게 살았던 걸까. 돈도 없고 웃음도 없었던 우리 가족. 나는 왜 이런 가정에 태어나게 된 걸까. 내가 지금 이렇게 성격이 신경질적이고 예민해진 것도 다 부모님 탓이 아닐까.
남자키 169cm가 작은 건 맞지만 그래도 이정도인 게 어디야. 만약에 키가 더 작았다고 생각해 봐. 165cm였으면 169cm까지만 크면 소원이 없겠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지금보다 1 ~2cm만 더 작았어도 많이 작아보였을 텐데 그래도 사람들이 나보고 그렇게 작아보이진 않는다고 하니 그것만으로 다행이지. 몸무게도 그래. 몸무게 59kg이 남자치고는 적게 나가는 건 맞지만 봤을 때 완전히 깡마른 그런 몸은 아니잖아. 그동안 운동도 해서 몸도 제법 탄탄하니까 지금 이 몸이라도 괜찮아. 훈훈한 외모는 아니지만 그래도 옷도 예쁘게 코디해서 입을 줄도 알고 머리도 잘 만질 줄도 알잖아. 이렇게 나를 잘 꾸미는 것도 능력이지. 이성에게 거절도 많이 당했지만 생각해보면 나를 만나주고 함께 추억을 만들어준 여자 친구들도 제법 있었으니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야. 나는 충분히 매력 있는 사람이야.
무슨 소리야. 나도 나만의 이야기가 있잖아. 확실한 콘셉트도 없고 대단한 경험도 없지만 그래도 나만의 생각과 관점을 담은 일상 이야기를 꾸준히 잘 쓰고 있잖아. 잘 하고 있는 거야. 사람에 따라 글을 좀더 잘 쓸 수도 있고 남다른 콘텐츠를 가진 사람도 있지만 글쓰기는 결국 꾸준함이란 거 알잖아. 작년 7월부터 지금까지 약 8개월 동안 100개 가까이 글을 썼는데 이만큼이나마 계속 써온 것만으로도 나는 정말 잘한 거야. 구독자도 봐봐. 600명이나 있잖아. 1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구독자를 600명을 모은 것만으로도 대단한 거 아닐까. 잘 쓰고 있고 지금까지 잘해왔어. 앞으로도 지금처럼만 하면 돼.
뭔 소리래? 책 한 권 쓴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몰라서 하는 말이냐. 내 이름으로 된 저서가 한 권 있는 것만으로도 박수칠 일이잖아. 요즘 아무리 책 쓰는 사람이 많아졌어도 아직까지는 1%가 채 안 된다는데 난 그 1% 안에 포함된 사람이니까 말이야. 진짜 대단한 거야. 내가 쓴 책이 사람들에게 많이 읽히고 거기에다 인세도 많이 받았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지만 책을 출간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일이야. 앞으로도 기회는 얼마든지 있어. 꼭 대단한 이야기를 써야하는 건 아니잖아. 지금처럼 브런치에 꾸준히 글을 쓰다보면 분명히 또 다른 기회를 만날 수 있을 거야. 누가 아냐? 혹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수도 있을지. 파이팅하자.
나에게 감사합니다. 오늘에 감사합니다.
사람들이 느끼고 있는 괴로움 중 상당 부분이 남과 비교하는 데서 비롯된다. 자꾸만 나보다 더 나아보이는 사람과 나를 비교하기 때문에 이런 나 자신이 못마땅해진다. 나보다 돈이 많은 사람, 나보다 학벌이 좋은 사람, 나보다 좋은 직업을 가진 사람, 나보다 외모가 멋진 사람과 나를 비교하니 내가 돈이 없는 것처럼, 학벌이 부족한 것처럼, 직업이 별 볼일 없는 것처럼, 외모가 별로인 사람처럼 느끼는 것이다.
누구나 단점은 있다. 하지만 단점이 이만 한 게 다행이라고, 이보다 더 나쁘지 않은 것에 대해 감사하다고 생각한다면 그리고 나에게는 이런 장점이 있다며 가진 것을 볼 줄 안다면 우리의 삶은 좀더 만족스러울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행복할 수 있다. 그동안 더 멋진 내가 돼야한다고 스스로에게 너무 구박만 해왔다. 지금부터라도 여태껏 잘해왔다고, 지금의 나는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라고 다독일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